매니큐어는 종종 칠해 보았지만 여름 시작 어쩌다 하는 의식 같은 일이였는데 처음 네일숍에서 "네일 아트"를 받았다. 고가의 돈을 주고 답답하지는 않을까 했는데 볼 때마다 기분이 좋고 손이 깔끔해 보이는 거다. 왜 진즉 안 했을까.
"너무 좋다" "진짜 아름답다" "와..." 말 위에서 전에 없던 감탄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30대 초반 회사 내에 있던 승마 동호회를 가입했다가 이직을 하는 바람에 무산되었던 말타기를 10년이 지나고 독서 모임 대표님들과 함께 한 몽골 여행에서 해보았다.
동네에 위스키만 판매하는 바를 처음 발견했다. 근 40여 년 동안 능동적으로 술을 마셔본 적이 없던 나는 혼술 하고 싶은 날 적당한 주종으로 위스키를 택했다. 그리고 찾아낸 "안티소셜위스키클럽" 이름의 바. 힙하디 힙한 장소를 발견하고 신이 났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모두들 정말 정말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정말 기뻐하고 있다.
창업 이후 처음으로 노트북 없고 인터넷 없는 여행을 맛봤다. 여유와 자유는 역시 선택의 이슈. 인생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냐가 관건.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지 않아서 좋았고, 가벼워져서 좋았다. 일상에서 불안과 두려움 때문에 지니고 있는 것들을 내려놓자. 조금 더 자유에 가까워졌다.
이성에게 처음으로 저 밑바닥까지 있던 마음을 드러냈다. 예전의 나였다면 오해하도록 내버려 두거나 오해인지 확인하지 않았을 상황들이었다. 처음으로 용기를 냈다. 주어는 나였다. 내가 연락하지 않은 이유. 내가 그대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이 생각이 오해인 건지 물었다. 나의 마음을 조곤조곤하게 상대에게 내려놓았다. 자존심도 자존감에도 어떤 상처가 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그저 마음이면 됐다. 그간 '참 바보 같이, 답답하게 살았구나, 나를 많이 숨겨놓았구나' 생각 들었다. 어떤 결과를 바라고 한 시도가 아니어서 더욱 좋았다. 스스로를 칭찬했다.
'나의 10년 후'라는 화두로 두 번째 글을 쓰고 있다. 여전히 미래가 잘 그려지지도 않는다. 되고 싶은 바도 하고 싶은 바도 떠오르지 않는다. 억지로 생각해 내기도 싫다. 이 화두에 대해 그럴듯한 미래를 보여줄 만한 멋진 글을 써야 할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다. "
오늘은 두 번째 네일아트를 받으러 샵에 갔다. 첫 네일아트 시도 후 만족해 한 시간이 한 달이 넘어버렸다.
"오늘 나의 10년 후라는 화두로 글을 두 번째로 쓰는 날인데 여전히 머리가 지지직 거려요. 아무것도 떠오르지가 않네요." "그럴 수 있죠. 그런데 저도 비슷한 상황 같기는 해요" "어떤 상황인데요?" "다음의 목표를 위한 숨 고르기가 필요한 시점이요"
숨 고르기... 다음의 목표를 위해 들숨과 날숨에 집중해야 할 시간. 나는 그 시간을 조급하지 않게 보내볼 생각이다. 그 사이에 처음 하는 것들과 조우하는 기쁨을 누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