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일잘러의 조건

상상력·설명력·질문력

by 션샤인

이런저런 AI 에어전트를 사용하며, 버벅버벅 하는 노트북을 버리기로 했다. 간지 나는 맥을 구입했다. 에이전트에 작업을 5개나 시켜둘 수 있다니, 나도 한 번 해볼까? 작업도 준비된 자가 시킬 수 있다. 5개 작업을 시키려면 5가지 일에 대한 생각, 때에 따라서는 촘촘한 기획에 어떤 결과물을 얻고 싶은지도 정리가 되어 있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결과물에 실망하고 생각 정리 단계로 돌아가는 반복을 반복해야 하니까. 5가지 일을 동시에 시킬 수 있는 자. 결국 일잘러들 뿐이다. 생각이 복잡하고 순서 없이 일하고, 아이디어를 뾰족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결코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없다. AI 시대에 되려 위태로워질 수 있으리라.


사람이 자산인 자문사를 운영하며 사람을 대체하는 AI로 컨설팅 업계도 위기감이 조성되었지만, 기회로 여기고 싶다. 기존에도 경량한 조직에 가까웠기에 함께 할 수 있는 동료들과 시대의 파도를 서핑하리라 마음먹었다. 작년에는 AI ERP를 셋업 해보려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드롭시키기도 했고, 새로운 업무 툴과 AI체계로의 전환을 실행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수학과 과학을 좋아했고, 공학과 정책을 전공했지만 스스로는 인문대생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AI와 함께 사업을 기획하고, 기획서를 몇 번씩 수정해 가며 마음에 들게 만들고, 그걸 웹까지 구현해 보며 - 결국 AI의 효용은 일잘러들이 몇만 배로 가져가겠구나를 깨닫게 된다. 시작은 에이전트를 잘 사용해보고 싶어서였는데 다시 인문학 관점으로 회귀했다. AI 시대에 더욱 요구되는 3가지 힘이라이보다 이 3가지를 잘하는 사람들이 더욱 빛을 발할 AI 시대가 왔다고 말하고 싶다. 상상력, 설명력, 질문력이다.



AI 박사 과정 중에 CES 심사위원 교수님이 계셨다. 강의를 들으면서 드는 생각은 딱 하나. ' 생각의 차원이 다르다'였다. 해결하고 싶은 혹은 해결하고자 하는 이슈에도 차원이란 게 존재한다. 어떤 이는 내가 하는 업무, 어떤 이는 업계의 이슈, 어떤 이는 지역, 어떤 이는 특정 조직, 어떤 이는 지구의 이슈 이렇게. 결국 내가 생각하는 범주안에서만 작동한다. 원래의 나란 사람의 가치를 뛰어넘고 싶다면 상상력이 필요하다. 담을 넘어야 한다. 다른 세계로, 다른 업무로, 다른 사람에게로.


AI 에이전트로 웹사이트를 5개 정도 만들었다. 회사를 운영하며 얼굴 격인 홈페이지를 워드프레서로 한 땀 한 땀 만들어보기도 했고, 개인 홈페이지는 아임웹으로 만들었다. 비전공자가 웹페이지 개발 업무를 할 때의 답답함은 어찌 말로 다 설명할 수 있을까. 거의 물 만난 물고기처럼 자연어로 원하는 걸 입력했다. 평소 흠모하던 웹페이지 링크를 입력하고 "이렇게 만들어줘"를 거듭하며 제법 그럴듯한 홈페이지를 갖췄는데 어드민 기능에서 막혔다. 결재 페이지에서도. 그리고 추가적인 고민. 이렇게 만들어놓고 수정은 어떻게 하지? (쉬운데.. 하시는 분들 계시겠지만 현재 시점의 저예요;;) 나의 바람은 에이전트 개발자 기능에서 모든 걸 해결해내고 싶은 거니까. 개발자 출신 AI 박사님들께 자문을 구했다. "자연어로 되는데. 그런데 알아듣게 설명해 줘야지" 그 뒤로 어드민의 경우는 이런 주문을 해야 한다시면서 이야기해 주셨는데 낯선 단어들을 들으면서 흡수 한도를 초과했다. 집에 돌아오자 마자 "어드민 페이지를 AI 에이전트 개발 기능으로 만들건데 어떤 어떤 기능이 있으면 좋겠어. 에이전트에에 입력하면 바로 실행할 수 있게 정리해 줘"라고 설명했더니 엄청나게 긴 결과물이 나온다. 이후 컨트롤씨와 브이! "어드민 페이지를 만들어줘"로는 안 되는 거였다. 우리에겐 설명력이 필요하다. 맥락과 맥락에 맞는 디테일을 표현하는 능력, 나에게 필요한 건 설명력이었다. 얼추를 뛰어 넘게 하는 힘.


에코나인이라는 ESG자문사를 운영 중이다. 7년 업력을 꽉 채워가면서 다른 자문 기관과 차별화되게 힘을 주고 있는 분야가 있다면 교육분야다. 에코나인의 교육을 들은 사람이 누적 6천 명에 가까워졌다. 대부분의 과정에서 강사로서 활동했다. 교육을 하며 교육자로서 짜릿한 순간들이 있다. 바로 질문하는 시간이다. 어떤 질문을 하냐에 따라서 많은 것들을 가늠하게 된다. 교육의 이해 정도, 배우는 방식과 태도, 질문자의 사고 체계와 인식의 범위 등.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전혀 다른 세계에 가있기도 하고, 나만 알고 싶은 업무 노하우까지 끌어내시는 분들도 계셨다. 나는 많이 배우고 전하는 사람으로서 궁극적으로 질문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것 같다. 질문에 대한 고민이라면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는데 AI로 시도하는 새로운 영역 앞에서는 초등학생이 된다. 뭘 물어봐야 할지, 어떻게 시켜야 할지 모르겠다. 지금처럼 웹사이트를 새로 개발하는 과정의 경우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 감각이 없고, 어떻게 질문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하던 일, 내가 하는 고민의 영역에서 할 수 있는 질문과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미지의 세계를 AI와 함께하려는 자. 결과물을 상상하며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 자체를 질문해야 한다. 360도 질문력, 어느 각도에서나 질문력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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