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려도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2020년 9월 4일 글쓰기 화두: 흔들리지 않는 법

by 션샤인

바람이 나를 흔드는 것이 아니다.
내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이다.


무심코 내던진 상대의 말에 온몸이 움찔해지는 첫 경험을 했다. 결국 나였다. 내가 스스로 흔들리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는 우주적 존재였다니.


2016년 3월 21일 자정.

깨달음과 충격에 걸쳐져 있던 심정을 트루먼쇼의 트루먼이 자신이 평생 진짜 세계로 믿어왔던 세트장을 빠져나갈 수 있는 계단 위의 문을 발견했을 때의 마음에 비유하면 어떨까.


그동안 숱한 바람이 내 인생에 불어왔었다. 그때마다 크고 작게 흔들린 건 순전히 “나” 때문이었다. 때로는 관계로, 불안한 마음으로, 경제적 상황들로.


내 인생의 불운 총량은 오로지 나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냉혹한 현실을 온몸으로 받아들였지만, 현실에서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었다. 내 결심이 민망할 정도였다.


대신 내 운명에 불어오는 바람을 조금 더 선명하게 느끼게 되었다. 사계절마다 불어오는 바람의 온도와 세기가 다르지만 계절에 맞게 다시 불어오듯 나를 흔드는 바람도 그랬다.


첫 경험 이후 나는 우주에 있는 어떤 존재도 흔들릴 수 있다는 것도 인정하게 되었다.

존재해서 흔들리는 것이다.


흔들리고 있는 나를 보는 게 힘들어서 생겨난 분노에게도 잠잠해질 시간을 주기로 했다. 휘영청 흔들리는 가운데 깊게 뿌리내리는 갈대 되고, 바람을 이용하는 서퍼가 되기 위해 시간이 필요했다. 어쩜 이번 생을 통째로 써야 할 수도 있다.


유연하고 끈질기게 바람과 함께, 그러나 바람에게 꺾이지 않는 우주적 존재로 남기 위해 남 탓, 환경 탓하지 않기로 했다. 나만 보기로 했다.


바람에 흔들려도 존재써 깊어지기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