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의 속도는 AI가, 최종 결정은 인간이
AI와 함께 일을 해 본 건 기획서를 써야 하는데 머리가 복잡해서 기획서가 작성이 안되던 날, ‘AI에게 한번 써보라 할까?’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물어본 게 시작이었다. 놀랍게도 AI는 내가 던진 키워드를 다양한 아이디어로 만들어서 제시해 줬다.
처음엔 신기했지만, 곧 묘한 불편함이 밀려왔다. 다양한 아이디어의 개수는 많았으나, 내가 하고 싶었던 방향이 맞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때 깨달았다. AI는 분명히 일을 ‘도와주는’ 존재이지만, 마지막 최종 결정의 방향과 무게는 여전히 내가 쥐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최근 AI연구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 읽었던 AI와 관련해서 Microsoft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을 읽으면서, 그때의 경험이 다시 떠올랐다. 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20만 건이 넘는 사람과 AI의 대화를 분석했더니, 사용자가 원한 목표와 AI가 실제로 해낸 행동이 40% 이상 달랐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는 정보를 모아 달라 했는데 AI는 글을 써버리고, 계산을 부탁했는데 설명을 덧붙인다. 이 불일치가 말해주는 건 단순하다. AI는 도구라기보다, 이미 하나의 ‘동료’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연구진은 여기서 더 나아가 직업별로 AI와의 협업 가능성을 점수화했다.
번역가, 작가, 데이터 과학자, 고객 상담원처럼 언어와 지식을 다루는 직업은 AI 적용성이 가장 높았다. 반대로 요리사나 간병인처럼 손과 발로 직접 움직이는 직업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즉, 정보를 엮고 전달하는 일을 하는 사람일수록 AI와 함께 작업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의미다.
여기서 중요한 건 “AI가 내 일을 대신할까?”가 아니라 “나는 AI와 어떻게 함께 일할까?”인 것 같다.
AI는 놀라운 속도로 글을 쓰고, 방대한 정보를 정리할 수 있지만, 맥락을 읽고 가치 판단을 내리는 건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내가 처음 경험했던 것처럼, AI가 제시해 주는 아이디어가 다양하고 많았지만, 그 아이디어에 내가 의도한 바가 빠져 있다면 그것은 완성된 내용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논문을 읽으면서 생각해 보니 결국 AI와 함께 일하는 힘은 '나의 의도가 무엇인가?'에서부터 시작됨을 알게 되었다. 단순히 정답을 묻는 것이 아니라, “왜 이렇게 답을 했지?”, “다른 아이디어는 없을까?” 등 나의 의도를 보다 명확하게 알기 위해 하는 질문들. 내가 가진 의도를 기반으로 한 질문이 깊어질수록 AI가 내놓는 답도 더 풍부해진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더 빠른 사람이 아니라, 더 깊이 묻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속도는 AI의 장점이고, 숙고는 인간의 장점이다. 철학과 역사 같은 인문학이 필요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수천 년간 인간이 무엇을 선택하고, 어떤 결과를 감내해 왔는지에 대한 기록 속에서 우리는 더 나은 질문을 배운다.
AI는 곁에서 조언을 건네는 동료다. 그러나 마지막 최종 결정 사인을 하는 것은 결국 내가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나는 무얼 위해 이 질문을 하는가?, AI에게 어디까지 역할을 줄 것인가의 키를 사람이 가지고 있어야 AI와 협업할 때 보다 나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논문을 읽어보고 싶은 분들을 위해 원문 PDF를 첨부해 드립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한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