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동 유수지, 나의 유년시절

잠자리 꼬치

내가 유년시절 동안 살았던 곳은 성냥 집 만한 작은 집이 수십 채가 모여 마을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전부 1층(다락이 있는 곳)이고 2층 건물은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집 앞에는 유수지가 있었는데 여름만 되면 하수구에서 풍겨 나올법한 고약한 냄새가 코끝을 찌른 곤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곳에서는 모든 잠자리가 궐기 대회를 하는 양 엄청나게 많은 수가 모여 있었다. (그곳이 습한 곳이고 물가라서 잠자리가 알을 많이 낳는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나는 늘 그 냄새나는 유수지에서 잠자리 채집을 하곤 했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그 잠자리가 우리들의 요긴한 간식거리였다는 것이다. 보통 잠자리를 잡는 행위는 맹목적으로 이루어진다. 잡았다간 놓아주기도 하고 애완용으로 키우기도 하고 때론 학교 숙제를 위한 해부용으로 쓰이곤 한다. 그러나 나는 식용을 위해 잠자리 사냥을 했다.

잠자리 중에서 제일 담백하고 살이 많은 녀석은 단연 고추잠자리였다. 충치 잠자리는 식용으로 먹기에는 너무 커서 치아와 잇몸 사이에서 베어 무는 저작감이 부담스러웠다.

물론 잠자리는 구이를 해야 한다. 구이를 하기 전에 머리와 꼬리 그리고 다리를 제거한다. 그런 후 몸통만 따로 모아서 꼬치구이를 한다. 메뚜기 구이처럼 바싹 익혀야 고소한 맛이 생긴다.


나는 잠자리 구이를 집으로 가져가 엄마와 아빠에게 시식의 기회를 주었다. 그런데 하나같이 나를 미개인 취급하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그래서 나는 잠자리 구이는 나만 먹고 상품화시키지는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징그럽고 끔찍했던 것 같다. 당장 잠자리를 잡아서 구워 먹으라면 도저히 먹지는 못할 듯하다.

아빠는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나를 소개할 땐 항상 ‘잠자리를 구워 먹는 아이’라고 말문을 여신다. 그때의 기억이 아빠에겐 큰 충격으로 다가오셨나 보다. 다행히도 구워 먹어서 몸에는 이러다 할 해충은 서식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 잠자리를 잡으러 다니다가 더러운 유수지 물에 빠져서 몸에 피부병이 생겨 온종일 가려움에 시달렸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돌이켜보면 그 유수지는 나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놀이터였다. 여름엔 곤충 채집을 위한 현장 학습의 장이 되었고 겨울엔 꽁꽁 언 물 위에서 썰매를 타고 놀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며 놀았던 전천후 놀이터였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많은 사람의 몸과 마음에 휴식을 안겨다 주는 체육공원으로 재탄생되어 망원동의 휴식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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