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자와 약한자를 대하는 심리
나는 두산 베어스 팬이다. 전신인 0B 베어스부터 줄곧 응원하는 팀이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좋아하는 팀과 함께 극도로 싫어하는 팀도 생긴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팀은 키움 히어로즈다. 싫어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두산에 너무 잘해서다. 주변에 야구를 좋아하는 한 지인에게 물어보니 두산을 제일 싫어한다고 했다. 그 이유는 나와 같다. 그는 삼성 팬이었다.
2019년에 들어와서는 살짝 싫어하는 팀이 바뀌려고 한다. 그런데 이 팀은 공공의 적이 돼버렸다. SK 와이번스. 현재 압도적 1위다.
그와 반대로 측은히 여기는 팀이 있다. KT WIZ다. 항상 꼴찌를 달리고 있다. 두산이 KT WIZ에게 져도 그렇게 분하지 않다.
사람의 본성에는 강자에게는 날을 세우고 약자에게는 관대한 습성이 함께 지니고 있다.
이것은 야구에서뿐만 아니라 UFC 경기를 보면 명확히 알 수 있다. 강자에게는 이기려고 혈안이지만 카운터펀치를 맞고 비틀거릴 때는 잠시 머뭇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고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또한 모든 사람의 마음에는 측은지심이 있다. 맹자가 말한 측은지심의 유래는 참 명쾌하다.
급하디급한 도둑도 우물에 빠진 아이를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불쌍히 여기고 도와주려고 하는 마음이 측은지심이라고 한다.
이것은 우리의 일상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리어카에 무거운 짐을 쌓고 홀로 언덕길을 올라가는 할머니를 보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거나, 비닐봉지가 터져서 사방으로 사과들이 흩어질 때 같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을 들 수 있다.
어느 실험에서 갓난아이에게 언덕을 오르지 못하는 사람의 영상을 보여 주니깐 손으로 언덕을 오를 수 있도록 돕는 행동을 하는 모습을 본 것이 기억난다.
싫어하는 팀일지라도 선수가 다쳐서 고통스러워할 때는 모두가 안타까워한다. 측은한 마음이 들어서다. 우리나라 야구에만 있는 야도(야구 에티켓)가 있다. 투수가 타자를 맞추면 모자를 벗고 예의를 표한다. 작은 배려이지만 상대방에게는 화를 누를 힘을 줄 수 있다.
경쟁 스포츠인 야구를 즐길 수 있으려면 지나친 승부 의식은 버려야 한다. 내려놓음이 필요하다. 이기는 것이 좋으면 1위 팀만 골라 응원하면 되겠지만, 사람의 마음이 그렇지 않다.
이기는 날도 있고 지는 날도 있고, 강한 팀이 있고 약한 팀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응원하는 팀보다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면 손뼉을 쳐 줄 수 있어야만 진정한 야구팬으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이다.
나 또한 아직 멀었지만 노력하려고 한다. 키움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는 강한 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