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30대 때는 프로야구를 즐겨 보지 않았다. 되레 축구를 더 많이 봤다. 그런데 40대가 되니 프로야구로 돌아왔다. 프로야구 시청률 및 연령별 팬을 조사한 내용을 보면 20대와 30대가 가장 저조하다. 내 주변 30대 직장인과 지인을 봐도 프로야구는 잘 챙겨 보지 않는다. 하지만 각자 응원하는 팀은 있다. 관심 있는 몇몇 사람은 하이라이트는 챙겨 본다. 보통 이러한 부류를 ‘fair weather fan’이라고 부른다. 솔직히 할 일 많은 청춘이 바쁜 일상 가운데 3시간 반 이상 소모되는 프로야구를 매번 챙겨 본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40대인 나는 저녁 6시 반이면 일도 마쳤고 퇴근길이고 딱히 할 일도 없어서 부담 없이 볼 수 있다.
프로야구를 즐겨보는 이유는 응원하는 팀이 좋은 성적을 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경기 내내 손에 땀을 질 정도의 긴장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다른 스포츠 종목에 비해 몰입도가 상당히 높다. 특히 투수가 던지는 공의 구질이 타자의 성향과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흥미롭다. 행간엔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말도 있는 걸 봐서는 투수가 차지하는 지분은 절반 이상은 되는 것 같다. 감독의 지략 싸움도 볼만하다. 그날의 승패는 감독의 고유 권한인 선수 기용 여부가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
어제는 너무 기대하면서 봤다. 그런 경기에서 아쉽게 지면 온몸에 힘이 빠지고 머리도 아파 온다. 경기가 끝나면 대략 11시 안팎 정도 되는데 지면 그대로 잠을 잔다. 피곤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응원하는 팀이 극적인 승리를 하면 피곤이 싹 날아간다. 강력한 피로 회복제가 된다. 이런 걸 봐서는 나는 위에서 말한 ‘fair weather fan’은 아닌 듯하다.
가을만 되면 크레이지 선수들이 각 팀에서 하나둘씩 나타난다. 예전에 SK 선수 출신의 ‘조동화’라는 선수가 있었는데 그 선수는 가을만 되면 항상 좋은 성적을 낸다. 그래서 그의 별명은 ‘가을 동화’라고 불렸다.
팀도 가을만 되면 승승장구하는 팀이 생긴다. 두산이 그렇다. 작년 10월경에 두산이 연승가도를 달린 끝에 한국시리즈 티켓을 따 냈다. 이번에도 두산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내가 더 프로야구에 몰입하는 이유인 것 같다.
오늘도 ‘또 다른 피가 흐르는 시간 프로야구 630(6시 30분)’을 기다리며 프로야구 기사를 천천히 훑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