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로 경쟁 없는 사회를

by 시골공무원

한국 사회에서 ‘평생 공부해야 한다’라는 말은 더 이상 과장이 아니다. 유치원 때부터 학원에 다니고, 대학을 나와도 스펙을 쌓고, 직장을 얻은 후에도 끊임없이 자격증을 준비하며 자기 계발을 멈출 수 없는 구조. 우리는 왜 이렇게 끊임없이 경쟁해야만 하는 걸까?

이 질문은 단지 교육정책이나 취업시장의 문제로 치부하기엔 너무 뿌리가 깊다. 그 배경에는 우리가 어떻게 사회화되고, 어떻게 탈 사회화되어야만 살아남는가에 대한 사회학적 통찰이 숨어 있다.


합법적인 경쟁을 공정으로 착각하는 사회


한국 사회의 많은 구성원은 원초적 사회화 단계에서부터 경쟁을 당연한 것으로 배운다. 태어날 때부터 ‘공부 못하면 큰일 난다.’, ‘남보다 뒤처지면 안 된다.’라는 메시지를 무의식적으로 주입받는다. 부모는 아이에게 협동보다 경쟁을, 놀이보다 성취를 먼저 가르친다. 학교에서도 배려나 창의보다는 시험 성적이 우선시된다. 그렇게 우리는 아주 이른 시기부터, 마치 숨을 쉬듯 경쟁 중심의 가치관을 사회화한다. 이것은 단지 개인의 태도가 아니라, 사회가 강제하는 문화다. 더 큰 문제는 경쟁이 공정한 방법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한국 사회에서는 특정 환경이나 지위에 적응하고 나서도, 또다시 그 틀을 벗고 새로운 경쟁에 탈 사회화되어야만 한다. 대학을 나와도 곧 사회인으로서 역할에 적응해야 하고, 직장을 얻어도 끊임없이 역량을 증명해야 하며, 나이가 들어도 ‘은퇴 후 재취업’ 혹은 ‘노후 대비’라는 이름의 경쟁이 기다린다. 이처럼 한국 사회의 탈사회화는 고통스러운 반복이다. 한 시기의 사회화가 겨우 끝나면, 다음 단계에선 그것을 부정하고 또 새로운 ‘생존 전략’을 따라야 한다. 이렇게 개인은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재편하고, 자신을 쥐어짜며, 점점 지쳐간다.



사회복지로 안심할 수 있는 사회 선행되어야



이러한 사회 구조는 구성원들에게 불안정한 자아, 끊임없는 비교, 정서적 소외를 남긴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된다.’라는 공포 속에서, 사람들은 협력보다 경쟁을, 신뢰보다 경계심을 먼저 배우게 된다. 교육도, 노동도, 노후도 모두 ‘혼자 살아남는 문제’가 되어버린 사회는, 더 이상 건강하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구조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해답은 경쟁을 더 잘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하지 않아도 존엄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 대안이 바로 사회복지의 확대다.


사회복지는 개인이 사회적 위험에 빠졌을 때만 작동하는 안전망이 아니라, 경쟁하지 않아도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기본 토대다. 기본소득, 기초연금, 돌봄 서비스, 아동수당, 청년수당, 대학 공공교육의 실현, 공공의료 완전 실현, 공공임대주택과 같은 제도는 모두 ‘경쟁만이 생존의 길’이라는 사고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개인의 불안을 완화하고, 서로를 돌보는 관계 속에서 삶을 꾸릴 수 있도록 돕는 것. 이것이 사회복지의 정치적, 철학적 역할이다.


또한 사회복지는 사회화의 내용 자체를 바꾸는 힘이 있다. 더 이상 ‘1등 해야 살아남는다.’가 아니라, ‘함께 잘 살아야 한다.’라는 가치가 어릴 때부터 교육되고 실천될 수 있어야 한다. 복지는 단지 제도가 아니라, 새로운 사회화의 문화이며, 미래 세대에게 남겨줄 삶의 기준이다. 끊임없이 자신을 탈피하고 또 경쟁해야만 하는 이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더 많은 공부가 아니라, 더 많은 복지의 상상력과 실천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실천은 사회복지사, 정책 입안자, 시민 모두의 몫이다. 경쟁 없는 사회는 불가능하지 않다. 그것은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고, 어떤 복지를 선택하는가에 달려 있다.



경쟁 없는 사회는 이미 존재해



“경쟁 없는 사회”는 공상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다른 방식의 사회화와 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나라가 존재한다. 핀란드의 교육제도는 그 대표적인 예다. 핀란드는 세계 학업 성취도 평가(PISA)에서 늘 상위권을 차지하지만, 학생들에게 시험 점수나 서열을 강요하지 않는다.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성적표조차 없고, 사교육이나 입시 중심 교육도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학생들은 경쟁이 아닌 협력과 탐구 중심의 학습 환경에서 자란다.


핀란드의 교육은 단지 ‘시험 없는 학교’가 아니다. 그것은 개인을 사회화하는 방식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잘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남과 비교하기보다는 자신의 속도를 존중받는다. 이는 아이들이 자존감을 잃지 않고 성장할 수 있게 하며, 성인이 된 후에도 사회적 신뢰와 공동체 의식을 갖춘 시민으로 살아가게 하는 기반이 된다.


핀란드 교육이 가능한 이유는 단지 철학의 차이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복지국가로서의 사회적 기반이 뒷받침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성적을 잘 받지 않아도, 대학에 가지 않아도, 직업을 바꾸어도 인간다운 삶이 보장된다는 사회안전망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사회복지가 경쟁 없는 사회화를 가능하게 만드는 토대 역할을 한 것이다.



우리의 선택으로 바꿀 수 있는 경쟁 없는 사회



이와 같은 사례는 우리가 무 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경쟁 중심 사회화가 결코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며, 선택이 가능한 사회 모델 중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핀란드의 사례는 묻는다. “다른 방식으로 아이들을 키우고, 다른 방식으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면, 우리는 왜 그렇게 하지 않는가?” 결국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은 경쟁하지 않아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다. 이는 단지 이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실현이 가능한 사회 모델이다.

복지가 확대되면 개인은 삶의 불안을 덜 느끼게 되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안전망의 신뢰 속에서 살 수 있다. 이러한 환경은 사람들 사이의 사회적 신뢰를 높이고, 이웃과 타인, 제도에 대한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촉진한다. 사회적 신뢰가 높아질수록 우리는 서로를 경쟁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는 곧 사회적 자본으로 이어지며, 협동과 연대의 문화가 자리 잡게 된다. 그리고 바로 그때, 우리는 ‘1등만 살아남는 사회’가 아니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에 도달하게 된다.

사회복지는 단지 누군가를 돕는 수단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가에 대한 집단적 선택이다. 더 많이 싸우고 더 치열하게 경쟁해야만 생존이 보장되는 사회가 아니라, 더 많이 나누고 더 넓게 함께 살아가는 사회. 그 방향으로 사회복지를 확장해 나간다면, 우리는 개인의 존엄과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함께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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