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 속의 칵테일

칵테일과 인문학1

가장 유명한 칵테일 영화라면 1988년 개봉(국내에서는 1990년에 개봉)한 톰 크루즈(Tom Cruise) 주연의 영화 「칵테일(Cocktail)」이다. 이 영화가 나온 후 한동안 칵테일 학원이 성황을 이루기도 했다. 필자(전재구)도 이 영화를 보고 바텐더에 입문을 했다. 이 영화에 나온 대표적인 칵테일이 레드 아이(Red Eye), 벨벳 해머(Velvet Hammer), 블러디 메리(Bloody Mary), 섹스 온 더 비치(Sex on the Beach), 스크루드라이버(Screwdriver), 싱가포르 슬링(Singapore Sling), 오르가슴(Orgasm), 진토닉(Gin & Tonic), 카미카제(Kamikaze), 쿠바 리브레(Cuba Libre) 등이다. 이 영화의 OST(Original Sound Track)로 1988년에 발매된 비치 보이스(The Beach Boys)의 코코모(Kokomo)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영화 칵테일 포스터

영화 칵테일의 주인공 톰 크루즈

이 중에서 '레드 아이(Red Eye)'는 특히 숙취 해소용 칵테일로 유명한데, 맥주와 토마토 주스로 만들며, 때로는 날계란과 소금, 후추를 섞어서 만든다. 레드 아이는 숙취로 인해 빨갛게 충혈이 된 눈을 의미하는데, 영화 칵테일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열량이 높은 맥주(알코올)에 비타민C가 풍부한 토마토 주스가 들어가기 때문에 숙취에 다소 도움이 된다고 느낄 수는 있으나, 해장술은 기본적으로 몸에 해로우니 삼가야 한다.

007 제임스 본드의 칵테일로 시대를 불문하고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마티니(Martini). 역사상 가장 유명한 칵테일은 단연 마티니다. 칵테일은 마티니로 시작해서 마티니로 끝난다는 유명한 말이 있을 정도인데, 여러 가지 일화를 낳은 칵테일의 황제 마티니는 황제라는 말에 걸맞게 스위트에서 초드라이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1979년에 출판된 「The Perfect Martini Book」에 무려 268가지의 레시피가 소개되어 있다. 2015년에 개봉한 영화 「캐롤(Carol)」과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Kingsman : The Secret Service)」, 2018년에 개봉한 영화 「부탁 하나만 들어줘(A Simple Favor)」에도 등장을 해서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제임스 본드와 칵테일 '드라이 마티니'

007 영화에 나온 유명한 칵테일로 사제락(Sazerac)도 있다. 007 여덟 번째 영화이자 숀 코너리(Sean Connery)의 뒤를 이어 영국 배우인 로저 무어(Roger Moore, 1927∼2017)가 제임스 본드(James Bond)로 출연한 첫 번째 영화인 「007 죽느냐 사느냐(Live and Let Die)」에 등장한다. 이 영화의 메인 테마곡은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 1942∼)와 1971년에 결성한 그의 밴드 윙스(Wings)가 1973년에 발표한 동명의 노래 ‘Live and Let Die’이다.

1970년대 후반 미국 뉴욕주 롱아일랜드에서 처음 만들어진 롱아일랜드 아이스티(Long Island Iced Tea, 줄여서 롱티라고도 불림)도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 등장을 했는데,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와 1999년에 개봉한 영화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Cruel Intentions)」,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The Simpsons)」에도 종종 등장을 했다. 롱아일랜드(Long Island)는 미국 동북부 뉴욕주의 남동쪽 해안에 있는 섬인데, 미국에서 가장 사람이 많이 사는 섬이며, 유명한 존 F. 케네디 국제공항(John F. Kennedy International Airport)도 이 섬에 있다.

세계인이란 의미의 코즈모폴리턴(Cosmopolitan) 칵테일은 인기 미국 드라마이자 영화인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에 자주 등장을 해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칵테일이다. 다소 알코올이 강한 칵테일을 선호하는 여성들이 특히 좋아한다.

해변의 칵테일로 유명한 시브리즈(Seabreeze)는 1995년에 개봉한 영화 「프렌치 키스(French Kiss)」에서 당대 로맨틱 코미디물의 여왕 멕 라이언(Meg Ryan)이 마셔서 일약 세계적으로 유명한 칵테일이 되었다. 영화에서 여주인공 케이트는 프랑스 깐느 해변에서 찰리와 그의 매혹적인 애인 줄리엣 앞에서 바텐더에게 시브리즈를 주문하며 ″프랑스 웨이터는 무례하게 할수록 친절해진다″는 농담을 던진다. 시브리즈는 2018년 국내 개봉한 미국 액션 영화 데드풀 2(Deadpool 2)에도 등장한다.

영화 '프렌치 키스'와 칵테일 시브리즈

미국 저널리스트이자 전기 작가인 알라나 내쉬(Alanna Nash)가 1988년 발표한 미국 뉴스 앵커 제시카 새비치(Jessica Savitch, 1947~1983)의 생애를 담은 《골든 걸: 제시카 새비치 이야기 Golden Girl: The Story of Jessica Savitch》를 원작으로 1996년에 개봉한 영화 「업 클로즈 앤 퍼스널(Up Close & Personal)」에는 바나나 다이키리(Banana Daiquiri)가 등장해서 주연인 미셸 파이퍼(Michelle Pfeiffer)가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테킬라 베이스 칵테일의 명작인 마가리타(Margarita)는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Desperate Housewives)」과 「두 남자와 1/2(Two and a Half Men)」에 등장을 한다. 특히 「위기의 주부들」에서는 주인공들이 라임 웨지(Lime Wedge)를 들고 마가리타 글라스(Margarita Glass)에 담긴 마가리타를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멕시코의 대표 증류주인 테킬라로 만들어지는 마가리타에 얽힌 슬픈 사연을 하나 소개한다. 1949년 LA의 한 바텐더였던 존 듀레서(John Durlesser)는 마가리타란 칵테일로 미국 칵테일 콘테스트에서 입상을 하게 된다. 마가리타는 과거에 죽은 애인의 이름이었는데, 그녀는 특히 소금을 잔 주변에 묻힌 테킬라 샷을 즐겨 마셨다. 1926년 존 듀레서는 사랑하는 마가리타와 플로리다로 사냥을 떠났는데 그만 마가리타가 오발탄에 맞아 숨지게 된다. 세월이 흐른 후에도 존은 마가리타를 잊지 못해 죽은 연인의 이름을 따서 칵테일을 만들게 된다. 그럼 왜 베이스를 테킬라로 했을까? 그것은 바로 마가리타가 멕시코 태생이고 테킬라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테킬라를 마시는 방법을 한 잔의 칵테일로 완벽하게 녹여낸 것이 바로 칵테일 마가리타이다. 존 듀레서는 1970년 인터뷰에서 이 스토리를 밝힌다.

<칵테일> 마가리타(Margarita)

글라스 : 칵테일 글라스(Cocktail Glass) 혹은 마가리타 글라스(Margarita Glass)

재료 : 테킬라 50mL, 쿠앵트로(트리플 섹) 30mL, 라임 주스 20mL

기법 : 셰이킹(Shaking)

가니쉬 : 소금 리밍(Rimming)

만드는 법 : 셰이커 보디에 재료와 얼음을 넣고 셰이킹을 한 후, 소금 리밍을 한 글라스에 따른다. 3 부분으로 된 코블러 셰이커인 경우 닫을 때 캡과 스트레이너를 분리해서 스트레이너를 닫은 후 캡을 닫도록 한다. 소금 리밍을 할 때는 먼저 글라스의 테두리(Rim)에 레몬(라임) 즙을 바르고, 글라스를 거꾸로 해서 소금을 찍으면 된다. 경우에 따라 소금은 림의 전체 혹은 절반만 묻힐 수도 있다.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과 칵테일 마가리타

험프리 보가트(Humphrey Bogart, 1899∼1957)와 잉그리드 버그만(Ingrid Bergman, 1915∼1982)이 주연을 맡았던 영화 「카사블랑카(Casablanca, 1949년 국내 개봉)」에는 프렌치 75(French 75)가 등장해서 주인공인 릭(험프리 보가트 분)이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제1차 세계대전 중 프랑스가 개발한 대포인 ‘Canon de 75 modèle 1897’이 칵테일 이름의 유래인데, 다이아몬드 피즈(Diamond Fizz)라는 별명도 있다. 아래는 국제바텐더협회(IBA)의 공식 레시피이다.

<칵테일> 프렌치 75(French 75)

글라스 : 샴페인 플루트 글라스(Champagne Flute Glass)

재료 : 진 30mL, 레몬즙 15mL, 설탕 시럽 15mL, 샴페인 60mL

기법 : 셰이킹(Shaking)+빌딩(Building)

만드는 법 : 셰이커 보디에 샴페인을 제외한 나머지 재료를 넣고, 셰이킹 한 후에 글라스에 따르고, 샴페인을 부은 후에 가볍게 젓는다. 탄산이 들어간 재료는 많이 젓지 않도록 한다.

칵테일 '프렌치 75'

멕시코에서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형상화한 칵테일인 ‘테킬라 선라이즈(Tequila Sunrise)’는 그룹 롤링 스톤스(The Rolling Stones)의 보컬 믹 재거(Mick Jagge, 1943∼)가 1972년 새 앨범(Exile on Main Street) 홍보를 위한 샌프란시스코에서 샌디에이고까지 미국 투어 공연 전 파티 때 마가리타 대신 ‘테킬라 선라이즈’를 마시고 반해서 그 후 공연을 가는 곳마다 주문을 했다는 일화가 있다. 그래서 이때의 투어를 ‘테킬라 선라이즈 투어(Tequila Sunrise Tour)’라고 부르기도 했다. ‘테킬라 선라이즈’가 큰 인기를 끌자 1973년에는 세계 판매 1위의 테킬라 브랜드인 호세 쿠엘보(Jose Cuervo)가 테킬라 병 뒷면(Back Label)에 ‘테킬라 선라이즈’의 레시피를 넣었고, 그룹 이글스(Eagles)가 같은 해인 1973년에 발매한 2집 데스페라도(Desperado) 앨범에 동명의 곡인 ‘테킬라 선라이즈’가 실리기도 했다. 그 후, 1988년에는 로버트 타운(Robert Towne, 1934∼) 감독, 멜 깁슨(Mel Gibson, 1956∼)과 미셸 파이퍼(Michelle Pfeiffer, 1958∼) 주연의 영화 「불타는 태양(Tequila Sunrise)」으로도 나오게 된다. 가히 1970년대에서 80년대는 ‘테킬라 선라이즈’의 시대라고 부를 수 있을 듯하다.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을 통해 멕시코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영향이기도 하다. 테킬라의 향이 싫은 경우, 베이스를 보드카로 바꾸면 ‘보드카 선라이즈(Vodka Sunrise)’가 된다. ‘테킬라 선라이즈’를 변형한 무알코올 칵테일로 ‘파인애플 선샤인(Pineapple Sunshine)’이 있는데 아이들이 아주 좋아하는 칵테일이다.

<칵테일> 테킬라 선라이즈(Tequila Sunrise)

글라스 : 하이볼 글라스(Highball Glass) 혹은 필스너 글라스(Pilsner Glass)

재료 : 테킬라 45mL, 오렌지 주스 Fill(글라스의 80%), 그레나딘 시럽 15mL

기법 : 빌딩(Building)+플로팅(Floating)

가니쉬 : 오렌지 슬라이스 혹은 오렌지 제스트

만드는 법 : 글라스에 얼음, 테킬라, 오렌지 주스를 넣고, 잘 저어준 다음, 그레나딘 시럽을 글라스의 정중앙으로 조심스럽게 부어준다. 그레나딘 시럽을 넣은 후에는 젓지 않는다.

칵테일 '테킬라 선라이즈'

트로피컬 칵테일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마이 타이(Mai Tai)’는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 1935∼1977)가 주연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 「블루 하와이(Blue Hawaii), 1961년」에 등장한다. 영화도 성공을 하고, 사운트트랙(Soundtrack)도 히트를 쳤다. 이 영화와 함께 1961년 발매한 앨범 블루 하와이(Blue Hawaii)에 담긴 노래 ‘Can't Help Falling in Love’는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마이 타이’는 타히티어로 최고라는 의미라고 한다.

영화 '블루 하와이' 속 칵테일 '마이 타이'

요즘 우리나라에서 모히토(Mojito) 칵테일을 모르는 사람이 드물다. 2015년에 개봉한 영화 내부자들에서 ″모히토 가서 몰디브 한잔″이라는 이병헌의 대사로 칵테일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모히토라는 칵테일 이름을 알게 되었다. 모히토는 피어스 브로스넌(Pierce Brendan Brosnan, 1953∼) 주연의 영화 「007 어나더 데이(Die Another Day)」에도 등장하는데, 다이키리와 함께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사랑한 칵테일 중 하나로 꼽힌다. 헤밍웨이가 자주 갔다는 쿠바 아바나(Havana)의 보데기타 바(La Bodeguita del Medio)에는 ' 나의 모히토는 라 보데기타에서, 나의 다이키리는 엘 플로리디타에서(My mojito in La Bodeguita, my daiquiri in El Floridita.)’ 라는 그의 친필이 걸려있다. 그런데 보데기타의 원래 주인인 앙헬 마르티네스는 2012년 인터뷰에서 '헤밍웨이는 보데기타의 고객이 아니었으며 홍보를 위해 꾸며낸 이야기'이라고 했다. 하지만 보데기타는 여전히 헤밍웨이의 단골집으로 유명하다.

전재구(한국음료강사협의회 회장)

칵테일 모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