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쪽 바짝 마른 산에 벌건 불길을 보니 너무 무섭고 마음이 무겁다. 동네 사람들이 자신을 무시했다는 방화 용의자의 피해망상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피해가 너무 커서 화가 나고, 안타깝다. 내가 좋아했던 7번 국도의 산길의 피해가 너무 크다. 빨리 불길이 잡혀 진화가 되길 기도한다.
작년 봄, 이맘때쯤이었던 거 같다. 봄밤 기온이 좋아 친구 둘과 동네를 산책했다. 내 친구들도 나처럼 키가 작다. 게다가 운동화까지 신으니 더 작은 우리는 며칠 만에 만나 여러 이야기 속에 깔깔대며 기분 좋게 걷기를 하고 있었다.
우리 맞은편에 누군가가 담배를 피우며 오는 모습이 보였다. 좀 가까이 오니 모습이 보였다. 이십 대 초반의 여자로 보이고, 노란머리에 키가 작고 땅땅한 모습에 다리에 반깁스를 하고 걷고 있었다. 우리는 담배 연기를 피할 요량으로 옆으로 붙어서 걷고 있는데 담배 피우던 그 사람이 갑자기 마른 잔디가 있는 길에 담배꽁초를 휙 버리고 그냥 지나간다.
무심코 보니 빨간 불이 꺼져있지 않았다.
" 뭐야~ 버리려면 불이나 끄고 버리던지. 불이라도 붙으면 어쩔라고 저래?"
나는 친구들에게 작은 소리로 이야기를 하며 불이 붙은 담배꽁초를 발로 비벼 껐다. 갑자기 뒤에 지나갔던 여자가 소리쳤다.
"저기요~? 지금 뭐하신 거예요?"
순간 우리는 뒤돌아보고 깜짝 놀랐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우리에게 달려들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가슴이 콩닥콩닥한 나는 쭈글 해져서 겨우 한다는 말이
"아니~ 담뱃불이 안 꺼져서 불날까 봐서요."
하고 작은 소리로 대답을 해버렸다. 그러자 그녀는 아주 기분이 나쁘다는 듯이 침을 탁 뱉으며 말했다.
"쳇! 참 내~ 됐고요. 가던 길이나 가세요~"
나도 기분이 나쁘고 이런 반응을 한 나 자신이 자존심이 상했지만 사실 무서웠다. 당장이라도 그 여자가 쫓아와 기분 나쁘다고 때릴 것만 같아서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졌다. 우리는 뛰지도 못하고 빠른 걸음으로 그 여자에게서 멀어지고만 싶었다.
한참을 걷고 와서 숨을 고르며 현타가 왔다. 나이 사십이 넘은 아줌마 셋이 이십 때 새까만 여자 하나가 무서워서 도망치듯 벗어난 우리가 너무 창피했다. 게다가 잘못한 것은 우리가 아니고 그여자였겄만, 그리고 우리는 셋이나 되었고, 그 여자는 다리에 반깁스도 한 상태라 우리보다 빨리 뛰지도 못했을 텐데 그제야 이성적인 생각이 돌아오고 더 어이가 없었다.
우리는 이 상황이 또 너무 웃겨 셋이 깔깔거리며 겁을 먹은 게 너무 민망하고 창피했다. 나만 겁을 먹고 무서웠던 것이 아니라 친구들도 무서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도망을 칠게 아니라 담배꽁초 제대로 버리라고 했어야 하나? 네가 핀거 네가 가져가라고 했어야 하나? 이러면서 뒷북을 쳤다.
정말 나는 그 담뱃불이 마른 잔디에 붙어버릴까 더럭 겁이 났었다. 어릴 적 살던 동네에 산불이 난 적이 있었고 그 원인도 담뱃불이었다.2020년 4월 기사에 의하면 담배꽁초로 인한 화재가 하루 평균 22건 꼴이라 한다. 누군가의 작은 부주의로 인명피해, 재산 피해가 막대한 것이 화재이다.
10년 전 세계 자연유산인 한라산에서도 산불이 났었다. 그 원인도 등반객의 담뱃불이라는 기사가 난 적이 있다. 가끔 운전을 하다 보면 차 안에서 담배를 피우고 꽁초 불도 끄지 않은 채 창밖으로 던지는 사람을 보기도 했다. 담배를 피우는 것은 본인 자유라지만 행여나 국도 같은 곳에서 그런 행위로 인해 정말 산불이 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못하는 것일까? 이런 이기적인 몇몇 사람들의 행태가 너무 화가 난다.
그 어린 여자는 왜 우리에게 그런 행동을 보였는지 사실 의문이다. 자신이 아무렇게나 버린 담배꽁초를 누군가가 비벼 껐다는 게 그렇게 기분이 나쁜 일이었을까? 민망한 자신의 행동에 대하여 그냥 시비를 걸고 싶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