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지한 게 당일까, 사람일까?
혼란과 이해
오늘 보수의 성지라 불리는 곳에 일이 있어 오게 되었다.
늦지 않기 위해 새벽부터 서둘렀다. 오전 일을 마치고 잠깐 시간이 남아 혼자 가까운 카페를 찾았다. 오래된 한옥을 개조한 카페엔 나와 다른 한 테이블의 손님뿐이다.
난 라테 한잔을 마시며 여유를 즐기고 싶었다. 조용한 탓에 저 쪽 테이블 손님들의 소리를 안들래도 그냥 들린다.
나보다 열 살은 많아 보이는 중년분들은 엊그제 대선으로 내기를 하셨나 보다. 한 분이 다섯잔의 커피를 사셨다.
'몇 프로로 이길 것인가' 2프로 이상 많을 것이다가 네 분, 2프로 미만이다가 한 분, 그래서 그 한 분이 커피를 사는 상황이었다.
나도 모르게 귀가 쫑긋하다가 급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지한 것은 정당인가, 사람인가?
생각해보니 투표권을 가진 이후 나도 줄곧 한 당에만 표를 행사했다. 이번에도 만약 민주당에 그 누구였던들 아마 나는 그쪽에 표를 행사했을 것이다.
급 상상력이 동원되었다.
만약 민주당에 윤석렬 후보가 들어와 대표가 되고, 국민의 힘에 홍준표 대표가 대선 후보였다면? 과연 나는 누구에게 표를 행사했을까? 이런 어려운 문제가? 만약 민주당에 윤석렬 후보에 국민의 당에 참신한 다른 후보가 대표였다면?
민주 윤석렬 vs 국힘 홍준표
민주 윤석렬 vs 국힘 참신한 인물
나는 사람을 지지한 것이었던가? 그저 나도 당을 보고 지지했던 것인가? 나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혼란스러움과 함께 한편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그들이 좀 이해가 되며 내 마음도 조금 편해진다. 유치한 자기 위안일지라도.
나의 걱정과 불편한 마음이 쓸데없는 걱정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우리나라를 위해 좋은 대통령이 되어주시길...
하지만 글을 쓰면서도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불신을 억지로 꾹꾹 눌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