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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꽃psy Nov 17. 2022

성급함에 대한  멍청비용지불

나는 가끔 이해할 수 없는 성급함이 나를 조종한다. 그리고 그런 성급함은 좋은 결과를 만들지 못했다. 이번에도 딱 그러하다.


퍼스널 컬러를 공부하고 상담하며 내 공간이 있어야 함을 느꼈다. 하루라도 빨리 내 공간에서 편하게 상담을 하고 코칭을 하고 싶었다. 내 마음에서 뭔가 활활 불타올랐다.


인터넷을 뒤지고 어디가 좋을지 나름 사전 탐색을 했다. 그리고 아는 선생님의 아드님이 대표로 있는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찾아갔다.


사람들이 오가기 좋은,
젊은 사람들이 많은,
너무 크지 않아도 되고,
창이 넓고 밝은,  
무엇보다 보증금과 월세가 싼 곳

대표님은 싼 가격으로 여러 조건을 이야기하는 내 이야기를 듣고, 적당한 곳이 있다며 함께 가보자고 했다.


밖에서 본 건물은 그냥 봐도 관리가 안된 건물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 주머니 사정을 맞출 수 있는 곳이고, 내가 원하던 위치였다. 그렇기에 일단 2층 사무실로 올라갔다.

들어가는 입구가 어두침침했고 먼지와 거미줄이 눈에 거슬렸다. 하지만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크고 넓은 창이 나를 반겼다.


방금까지 어두컴컴한 계단과 복도, 먼지와 거미줄 따위는 내가 한방에 청소해 버리면 될 거 같았다.

나는 큰 창과 저렴한 월세에 매료되어 당장 계약서를 쓰자고 했다. 다른 사무실을 단 한 곳도 다시  가 볼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그 자리에서 결정을 하고 말았다. 계약서를 쓰고 입금을 하고 아주 순식간에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나는 혼자 들떠 가족들과 친구들, 동료 선생님들께 이 기쁜 소식을 알렸다. 모두 축하해 주었고, 아직 시작도 안 한 나의 사업 번창을 기도해 주었다.


며칠 뒤, 친한 지인들과 청소를 위해 그곳에서 만났다. 세 분의 반응은 내 기대와 사뭇 달랐다.

"음, 왜 이렇게 성급했어?"

그분들이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나도 알긴 알았다. 입구부터 어두침침한 곳을 올라오며 의아했을 것이다. 나는 애써 이곳의 장점을 더 부각해 이야기를 했다.


언니와 남편이 다녀갔다. 같은 반응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공간만이라도 예쁘고 편안한 공간으로 인테리어를 하고 꾸밀 생각에 들떴다.

하지만 인테리어를 하겠다는 내게 임대인은 '아무것도 하지 않기'를 바랐다. 나는 마음이 좀 속상했지만 최소한의 깔끔함과 아늑함을 위해 조명과 페인팅만 하기로 결정했다.


주말에 비가 왔고, 난 월요일 오전 시간이 좀 남아 치수를 재기 위해 사무실에 갔다. 그런데 바닥에 알 수 없는 커다란 물 웅덩이 두 개가 있었다. 임대인에게 전화를 거니 '별거 아닌 일로 귀찮게 연락을 하는 임차인,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임대 후 신경 쓰고 싶지 않은데...'등의 반응을 보이는 터에 난 감정이 많이 상했다.


공인중개사 대표님께 연락을 하고, 내 감정이 많이 상한 점과 임대인의 반응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계약해지가 가능한지 물으니 임대인이 물 샌 부분에 대해 해결 의지가 있다면 법적인 부분에서 내 입장대로 일방해지는 어렵다고 하셨다. 쌍방 합의가 되면 가능하다고 조율해 보겠다고 하셨다. 그 이후로 난 머리가 너무 찡~하게 아프기 시작했다. 


 임대인이 물새는 부분에 대해 해결을 해 주어도 앞으로 무슨 문제가 생길지, 그때마다 임대인과의 공감안 되는 부분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았다. 내가 손해를 보고서라도 시작도 하지 않는 게 오히려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부동산 대표님 전화가 왔다. 다른 분과 계약을 진행해도 되겠냐고 하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그 전화를 받고 나서 찡~ 하게 아프던 두통이 신기하게도 사라졌다.


뭐가 그리 급해서 성급하게 계약을 진행했을까.

지금 당장 사무실에 들어가 있을 상황도 아닌데 왜 그렇게 조급했을까. 왜 누군가 상의도 하지 않고 부동산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단독적으로 일을 저질렀을까.


이래저래 나는 또 쓰지 않아도 되는 돈을 쓰고, 마음을 졸이며 돈 공부, 마음공부, 사람 공부를 했다. 이건 나의 조급함과 신중하지 못함과 멍청함에 대한 공부 비용 지불이었다.


이제 다시 사무실을 알아보고 찾아야 한다.

내가 원하는 것처럼

"사람들이 오가기 좋은, 

젊은 사람들이 많은,

너무 크지 않아도 되지만,

창이 넓고 밝은,  

무엇보다 보증금과 월세가 싼 곳"

을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더 신중할 것이며, 발품도 팔 것이고, 조금 더 비싸더라도 좋은 곳을 만나고 싶다. 공간도 사람처럼 은 인연이 있다고 믿는다.


한 달간 무슨 신기루 같은 어설픈 꿈을 꾼 시간이었다. 그래도 예쁘게 만들어진 내 공간에 대한 상상을 하며 나름 행복한 시간도 보냈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까?

이런 내 공간을 상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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