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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꽃psy Apr 29. 2022

정체성에 대한 고민

소박한 나를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에 어떤 상담사분께 타로를 가르쳐 드린 경험이 있다. 그중에 한 분은 현실치료, 미술치료, 부모교육 등 여러 분야에 권위자시고 대학원에서 강의까지 하시는 분이셨다. 다른 한분은 미술교사를 은퇴하시고 타로가 신기하여 배우고 싶다고 하셨다. 그때 나는 타로를 배우고 타로 관련 논문들을 다 찾아 읽으며 나 또한 타로카드에 많이 젖어든 상태였다. 하지만 나는 타로점을 전문으로 하는 타로텔러가 아니다. 타로카드를 매개로 상담을 하는 하나의 상담도구로 활용하고 싶었다.


내게 타로를 배우던 선생님들은 타로가 가진 가장 강력한 매력으로 보이는 미래예측의 힘에 가장 에너지를 쏟았다. 그때마다 나는 질문드렸다.

"나는 누구인가? 타로를 활용하는 상담사가 되고 싶으신 거예요? 타로점을 보는 텔러가 되고 싶으신 거예요?"

나는 타로를 활용해 미래까지 정확히 예측하는 점쟁이가 아님을 명확히 말씀드렸다. 나는 타로카드를 활용하여 내담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은 상담사가 되고 싶었을 뿐, 타로점을 보는 점쟁이가 아니다.




요즘 나는 다시 내 정체성을 생각한다.

한동안 브런치라는 공간에 거의 매일 글을 발행했다.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무척이나 감동적인 사건이었다. 내가 글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엄청난 전문지식으로 관련 내용을 연재할 지적 내공이 있는 것도 아니다. 나는 그저 내 일상에서 경험하고 발견한 작은 행복이나 감동을 에세이처럼 적어 내려가는 것이 전부다.


지난겨울 일 때문에 알게 된 중학교 선생님께서 개인 카톡을 보내셨다. 브런치에서 글을 잘 보고 있다고 하시며 구독을 하셨다고 했다. 한편으로는 부끄럽고, 한편으로는 감사하고 기뻤다. 선생님은 내게 국문과나 문예창작을 전공으로 했냐고 물으셨다. 그건 내가 지금까지 들었던 질문 중에 가장 설레었던 질문이었다. 그리고 브런치라는 공간에서 위축되었던 내게 글을 쓸 수 있는 용기를 주신 질문이었다.


브런치 안에는 이미 출간 작가도 많고, 또한 출간을 위한 준비를 하는 작가님들도 많다. 많은 작가님들의 다양한 글을 읽으며 배우는 것도 많고, 위축되는 것도 많다.

과연 나는 누구인가? 나는 작가가 맞는가? 나는 내 글로 영향력을 주는 작가도 아닌데 작가로 불려도 괜찮은 것인가? 왠지 부끄럽고 민망하기도 했다. 엄마에게 독설을 자주 날리는 딸아이의 말처럼

"엄마 글은 쉽지만 뭔가 배울 게 없어서 구독자가 별로 없는 거야"

쪼그만 하면서도 내가 느끼고 있던 어떤 것을 꼬집어내는 그 말에도 나는 반박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분씩 내 글에 라이킷을 눌러주고 구독을 해 주는 분이 늘어가는 것이 신기하고 감사했다.




100편의 글을 꾸준히 써가면 뭔가 나만의 힘이 생기고, 글을 쓰는 것에 힘이 더 붙을 거라 기대했다. 그래서 3개월간은 거의 매일 의무감처럼 하나씩 발행했다. 하지만 점점 더 나는 어려움을 느꼈다. 점점 더 부족한 내가 보였고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멋진 문구를 쓰고 싶다는  부담이 생겼다. 글을 잘 쓰는 작가님들과 나를 비교하기 시작했다. 나는 전공 공부를 하는 대학생 틈에 낀 중학생처럼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러다가 다시 나의 정체성을 떠올리며 내게 대답했다.

나는 전문작가가 아니다. 나는  브런치 작가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에서 내가 쓰고 싶은 일상을 적었다. 내가 고백하고 싶은 내 경험과 마음을 고백했다. 그리고 얼굴도 모른 채 안부를 묻고 댓글로 공감하는 내적 친밀감이 생긴 작가님들도 생겼다. 그리고 소박한 내 글에 공감해주는 분들에게 감사함이 커졌다. 내 글을 보시고 생활 성서에도 실어주셨고, 가슴 떨리는 인터뷰의 경험도 했다. 어떤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께서는 학생 수업에 용하고 싶다고 말씀도 하셨다. 그것만으로도 내게는 분에 넘치는 경험이 되고 있다.


소박한 나를 인정해주기로 한다. 그냥 일기 같은 일상 에세이 내 글도 누군가에게는 어쩌면 힘이 될 수도 있음을 생각한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모두 보고 배울 게 있다. 때론 나의 어리석은 고백에서도 반면교사, 타산지석이 될 수 있다. 내가 상담현장에서 내담자에게 많이 했던 말을 정작 내게 하지 않았다.

누군가와 나를 비교하지 말기.
내 모습 그대로, 좋은 점을 발견하고 인정해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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