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함과 배려의 중간
배너를 통한 나의 소심한 배려
사무실을 개업했고 3층에 간판도 작게 달았다. 길 맞은편 버스 정류장에서는 작은 간판이어도 잘 보이는데 정작 나를 찾아오는 고객들은 간판이 보이지 않아 앞에서 잠시 헤매셨다는 이야기를 몇 번 들었다.
고민했다.
입간판이라도 달아야 할까?
입구 앞에 배너라도 세워야 할까...?
일단 간판은 작아도 비싸다. 다시 간판 시공기사님을 불러야 하고 크레인도 필요하다. 더 생각해 보기로 한다.
배너 주문 제작은 진즉에 했다.
내게 임대를 해 주신 건물주 아주머니는 장사를 하려면 사람들 다니는 길에 배너를 세워야지 복도 안쪽에 두면 어쩌냐고 답답하다는 듯이 내게 이야기를 하셨다. 일층은 장사한 지 오래되어서 배너쯤 가려도 된다고 하셨다.
하지만 내가 길에 배너를 세우게 되면 일층 상가 배너가 가려지는게 마음이 불편하다. 나는 예약제로만 운영하여 하루에 오시는 손님이 많지 않다. 속상하고 안타깝게도 어떤 날은 없기도 하다.ㅠㅠ. 하지만 일층은 오다가다 들어가시는 손님이 많은 곳이다.
고민 끝에 나는 그냥 복도에 세워두었다. 오시는 길 안내를 세심하게 하고 일층 상가 이름을 강조한 후 3층으로 올라오시라고 설명한다.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런데 과연 나의 이런 행동이 일층 상가에 대한 진심 배려일까?
배려 백프로가 아니었다.
배려이기도 하지만 소심한 내 성격상 행여나 생길지도 모를 일층 사장님과의 갈등이나 소소한 분쟁을 피하고자 함이 크다.
건물주 아주머니는 과거 일층 두 상가가 배너위치 때문에 분쟁이 있었다는 이야기, 복도와 계단 청소문제로 예전 2층 상가와도 갈등이 있었다는 이야기들을 계약 초반 내게 여러 번 이야기를 하셨다. 그리고 이야기 끝에는 계단과 복도 청소를 잘해 달라는 당부를 하셨다.
청소는 일주일에 한 번 이십 분 정도 시간을 내서 하면 되는 일이니 그리 크게 불편함은 없다. 그리고 계단과 복도 청소는 건물주 아주머니의 이야기가 없어도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 생각했다. 나도 어딘가를 갔을때 입구나 계단부터 지저분하거나 거미줄이 있으면 기분이 좋지 않기에 구석구석 먼지와 거미줄이 없는지 살피며 청소를 하는 건 어렵지 않다.
청소문제는 둘째이고, 결국 나의 배너는 복도 중간에 두었다. 찾아오신 손님에게 '잘 찾아오셨으니 안심하시라'는 용도가 된다. 홍보나 광고, 새로운 손님 유입 효과는 거의 없다.
뭐 그래도 괜찮다. 요즘시대는 검색 시대니까. 그저 네*버 플레이스에 찾아오시는 길에 버스정류장과 일층상가 위주로 상세히 설명해 두었다.
복도와 계단 청소를 하고, 우두커니 서있는 나만한 키의 작은 배너를 보며 나는 이렇게 소심함과 배려 사이에서 배려 쪽에 조금 더 무게를 두어본다. 나는 그저 나의 배너 위치를 통해 소심하게 배려를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