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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레깅스를 입는지 이해가 된다

경험해 보니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by 마음꽃psy

지난여름부터 여성전용 헬스장에 다니고 있다.

운동을 좋아하지 않지만 너무 피로감이 많고, 체형이 점점 굽어가고 있기에 더 이상 방치했다간 나의 등이 거북이가 되어 바다로 가야 하는 게 아닐까 두려워졌다. 난 더 거북이가 되기 전에 무리해서 등록을 했고, 평생 처음으로 개인 pt를 받고 있다.


등록을 하고 처음 헬스장 가던 날은 6월 초 여름이다.

나는 운동을 해 본 적도 없고, 내가 본 헬스장의 모습은 tv에서 본 장면이 다다. 멋지고 늘씬한 배우들이 브라탑을 입고, 레깅스를 입고 달리는 모습이 떠올랐다.

뭘 입고 갈까 고민하 반팔 티셔츠에 다행히 얼마 전 산 트레이닝 바지가 있어서 입고 갔다.

연느님처럼 멋진 몸만 레깅스를 입는건 아니다. (사진출처: 핀터레스트)

그런데 헬스장에 있는 사람 중에 헐렁한 트레이닝 바지를 입은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예닐곱 명 모두 쫙 달라붙는 레깅스를 입고 있었다. 내가 간 시간대가 사람이 별로 없고, 젊은 분들만 있어서 그랬던 건지는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거울에 비친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는 내가 좀 민망하며 시대에 뒤떨어진 아줌마처럼 느껴졌다.


집으로 돌아와 쇼핑앱을 열고 나도 레깅스를 주문했다. 나에게 레깅스란 거의 스타킹처럼 여겨지는 느낌이고, 쫙 달라붙는 옷을 입고, 게다가 엉덩이를 드러내고 입는 게 나는 너무 민망하다고 생각했다. 요즘 포털에 레깅스 패션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댓글들을 보기도 하며 나도 레깅스 패션에 대해 긍정이지는 않았다. 내가 레깅스를 입고 운동하기 전까지는.....


그러나 레깅스를 입고 운동한 지 4개월. 왜 레깅스를 입고 있는 게 좋은지 이해가 된다. 짱짱한 텐션으로 아랫배를 잡아주니 입는 것만으로도 자세가 바로 된다.

물론 나 같은 숏다리에 오리 엉덩이 체형은 다리 길이가 바로 드러나서 민망하기는 하다. 하지만 직임도 편하고, 자세를 바로 잡는 내 모습이 바로 보이니 레깅스를 입고 있는 동안에는 의식적으로 나의 잘못된 자세 습관을 자주 보고 교정하게 된다.


처음에 레깅스를 입고 집 밖에 나가던 날, 도저히 현관문을 열고 나갈 수가 없었다. 현관 거울 앞에서 뒤를 보고, 앞을 보고 몇 번이나 거울을 보다가 반바지를 덧입고 나갔다. 그 뒤에도 계속 3달 가까이 레깅스 위에 치마나 반바지를 꼭 입고 문을 나섰다

그런데 요 며칠 전부터는 익숙해져서 그런가, 운동 나갈 때 레깅스만 입고 나간 적도 있다. 엉덩이를 반쯤 덮는 정도의 상의를 입긴 하지만 전처럼 민망하지 않다. 굉장히 편한 운동복이라는 인식이 나에게도 생긴 것이다.




얼마 전 종영한 인기 드라마(갯마을 차차차)에서 여배우(신민아 님)가 레깅스를 입고 운동하는 것을 본 시골 동네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것 나왔고, 어떤 칼럼니스트들은 그런 장면에 대한 의견을 쓰기도 했다.

레깅스에 대한 어떤 댓글은 너무 선정적이고, 성차별적이고, 여성 몸매에 대한 비하와 뭘 저렇게까지 비난하나 싶은 댓글도 많이 보았다.

남이 입는 옷차림 하나에 참 의견도 다양하고 말도 많다.


경험해 보니 알게 되는 것이 있다. 우리는 경험해 보며 이해하게 되는 것이 있다. 깅스를 입으며 경험하지 않고 나만의 생각이나 편협된 시야로 고정관념이 있을 수 있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가 레깅스에 대해 경험이 없었다면, 나도 어쩌면

'무슨 저런 민망한 옷을 입고 꼭 저렇게 운동을 해야할까?'

하는 생각으로 레깅스 입은 사람들을 바라보았을지도 모르겠다.


오늘, 레깅스를 입은 나를 바라본다.

와 의견이나 생각이 다르다고 하여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나를 돌아보게 된다. 레깅스를 입는 사람은 레깅스가 편하고 좋아서 입는 것이고, 한겨울에도 반팔을 입는 사람은 열이 많거나 반팔이 편해서 그런 것이고, 빨간 바지를 입은 사람은 빨간색이 좋아서, 혹은 다른 어떤 이유로 입는 것이다.


그들은 그들대로, 나는 나대로, 우리는 다 다른 삶을 살며 자신의 취향과 목적에 맞춰 옷도 입고 밖을 나가고, 인생도 나아간다. 경험하지 않아도 더 많이 수용하고 이해하는 지혜의 눈이 커지 위해 더 나를 바라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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