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 아닌 일에 마음을 쓰게 되는 날

오늘은 이상하게 사소한 일에 마음이 걸렸다. 크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다. 잘못된 일도 아니었다. 꼭 여러 번 손을 대야 할 만큼 복잡한 일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수정은 몇 번이나 이어졌다. 아주 사소한 것들에 대한 수정 요청이었다.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게 고쳤다. 이 정도야 금방 끝나겠지 싶었다. 하지만 한 번, 두 번, 밤 12시가 가까워지도록 비슷한 결의 요청이 반복되자 어느 순간부터 마음이 가볍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갑자기 짜증이 올라왔다.

‘이게 이렇게까지 신경 쓸 일인가.’

‘이게 그렇게 중요한 일인가.’


그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내 일도 아니었다. 꼭 해야 할 업무도 아니었다. 그저 모임의 일을 돕기 위해 좋은 마음으로 시간을 내고 에너지를 쓰는 일이었다. 그런데 너무 사소한 부분까지 계속 통제와 수정을 요구받는 느낌이 들자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 어느 순간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나도 모르게 단톡방에

“이게 이렇게까지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라고 남겼다.

마지막 수정 요청에는 “내일 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정중하게 표현한다고 했지만, 내 마음은 이미 조금 새어 나갔던 것 같다. 단톡방에 있던 한 분이 개인톡을 보내주셨다. 릴랙스 하고 얼른 자라고. ㅎㅎ. 그 말에 조금 웃음이 났다. 그리고 동시에 알았다. 내가 꽤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구나.


나는 중요한 일에는 시간을 쓰는 편이다. 오히려 더 꼼꼼하게 보고, 더 오래 붙잡고,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다면 기꺼이 에너지를 들인다. 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에 계속 같은 마음을 써야 할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너무 피곤해진다. 그건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마음이 불필요하게 끌려가기 때문이다. 오늘의 피로도 그랬다. 일 자체가 힘든 것은 아니었다. 다만 ‘쓸데없는 반복’처럼 느껴지는 과정이 내 마음을 조금씩 닳게 했다. 좋은 마음으로 하던 봉사마저 ‘내가 왜 이렇게까지 에너지를 쓰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는 정리일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기준일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확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게는 조금 과한 디테일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그 사이에서 나는 생각했다. 어디까지가 충분한 걸까. 어디까지가 예의이고, 어디서부터는 내 마음을 지키는 선일까.


일은 앞으로도 비슷하게 반복될 것이다. 사소한 수정도 있을 것이고, 내 기준과 다른 요청도 있을 것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그 모든 일에 내 마음까지 다 쓰지 않는 일인지도 모른다. 오늘은 일을 잘 끝냈다는 생각보다 마음을 조금 덜 쓰는 법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별거 아닌 일에 마음까지 쓰지 않기로. 조금은 가볍게 넘기는 연습도 나를 지키는 방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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