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이슈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건 다큐 3일 프로그램을 통해서 였다. 추운 한겨울의 정점에서 하루를 걷다 문득 그 잡지를, 빅이슈를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 한 잔 값으로 너무 값진 걸 얻었다. 내가 산 잡지는 평범한 잡지가 아니었던 것이다. 잡지를 감싼 투명봉투 안에는 그림과 글 한 편이 들어 있었다. '저.. 잡지 사려고 하는데요.' 라는 내 말에 화들짝 놀라며 손에 있던 것을 내려놓던 판매원 아저씨. 그 손에 들려있던 미완성 그림과 연필 한 자루.
안녕하세요 홍대 입구(공항철도) 빅이슈 판매원 입니다.
평범한 인사말로 시작하는 잡지 속의 글은 딱딱했고 무덤덤했다. 어법에 맞지 않는 부분도 많았다. 글을 읽는데 언젠가 인터넷에서 보았던 글 하나가 떠올랐다.
맞춤법 맞다고 좋은 글이 아니듯 스피치 잘 한다고 좋은 말은 아니다. 소박한 단어의 실수, 투박한 목소리의 떨림 모두 괜찮다. 본질을 묻고 사유하는 긴 과정이, 어떤 말을 하려고 하는지 치열하게 끌고가는 힘이, 그 중심이 글과 말의 질이다.
그래서 판매원 아저씨가 직접 썼을 잡지 속의 글은 날 부끄럽게 만들었다. 지금껏 내가 써온 그 많은 것들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했다. 동시에 내가 살아온 시간과 앞으로 살아갈 시간 그리고 내가 생각하던 행복에 대해 고뇌했다. 너무 많은 것을 놓치고 살아온 건 아닌지, 지금도 너무 많은 것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12월 입니다. 중학교 일학년 수준에 미술공부가 끝나갑니다. 내년이면 이학년정도 공부하겠군요. 빅판 생활하며 미술공부하는 삶 행복합니다. 잡지구입 감사하며 행복하세요 홍대 3번 빅판
글의 마지막 문장은 결정적 어퍼컷과 같았고 글을 다 읽었을 땐 내 스스로가 매우 초라하게 느껴졌다. 앞으로 내가 살아야할 인생의 방향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던게 이 쯔음이었던 것 같다.
2016. 12. 4
그리고 2020. 6. 5
- 당신은 여전히 그림을 그리고 있나요? 지금은 중학교, 고등학교를 넘어 전공자 수준이 되었을지도 모르겠군요. 제가 모르는 당신의 시간들이 보람차고 행복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