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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달래 Jun 04. 2020

2016년 6월 15일의 교실


 출장을 떠나며 '아! 이런게 부모 마음이구나.' 하고 홀홀단신으로 탄식했다. 아이들을 믿지만 그 믿음과는 별개로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우리 애들이 나 없는 동안 어디 다치지는 않을런지 어미 잃은 새끼 마냥 뒤쳐지지는 않을까 하는 아주 사소한 것들에 대한 걱정들이 있었다.


 오전 내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걱정에 대비해 준비를 하고 아이들에게 남길 쪽지를 썼다.


 내가 떠나고 남겨진 메모를 읽는 아이들은 어떤 표정을 하고 있었을까.


선생님 애들이 어제 선생님 안계신데도 다같이 사랑 인사 하고 집에 갔어요!
아, 야 그걸 왜 말해!


 오늘 아침 시끌시끌 어제 오후동안 마음 속에 저장해뒀던 말들을 나에게 풀어놓는 아이들. 그리고 날 향해 달려오는 말뭉치들 중 내가 손에 꽉 쥐어 마음 속에 소중히 넣은 말.


 평소 그렇게나 부끄럽고 창피해하던 사랑 인사를 내가 없는 텅 빈 교탁을 바라보며 쩌렁쩌렁 외쳤을 아이들을 상상한 순간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선생님이 되었다. 남겨진 메모를 읽는 아이들의 표정, 교탁에 서있는 나를 떠올리며 외쳤을 인사. 영원히 내 상상으로 그려질 내 인생의 행복 한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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