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는 애플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메타(META)의 스마트 안경은 AI 시대의 아이폰이 될 수 있을까?

by 글쓰는 범고래

2020년 6월 애플은 iOS 14부터 앱 추적 투명성(ATT) 정책을 발표했다. 개인정보를 추적할 때 반드시 이용자 동의를 거치도록 한 것이다. 이용자들이 자신의 정보 수집에 선뜻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건 불 보듯 뻔했다(실제 미국 이용자 중 데이터 추적에 동의한 사람은 겨우 4%에 불과하다는 조사도 있었다).


즉, 방대한 데이터를 사용하여 타겟팅 광고를 제공하던 메타에게는 직격탄을 의미했다.




애플의 CEO 팀 쿡은 이에 대해 개인의 프라이버시 문제는 기본적인 인권의 문제라고 했다. '인권'을 명분으로 한 애플의 공격은 2022년 앱스토어 가이드라인 강화 정책까지 이어지면서 대부분의 수익을 광고에 의존하던 메타에 또 한 번 타격을 주었다. 모바일 OS는 구글과 애플 두 회사밖에 없는 현실에서 메타가 할 수 있는 건 딱히 없어 보였다.




수익 구조에 치명상을 입은 메타의 주가는 22년 2월 3일 4분기 실적 발표 후 하루에만 26% 폭락하면서 나스닥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하였다. 그리고 지속적인 주가 하락을 이어간 메타는 결국 22년 11월 3일 $88.41라는 믿기 힘든 수준까지 하락하였다. 이는 21년 9월 1일 고점이었던 $388.33 대비 거의 80%에 육박하는 주가 하락이었다.


1년 2개월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메타가 페이스북이었던 시절부터 나는 투자자의 관점에서 단 한 번도 메타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를 하지 않기 때문은 아니었다.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싫었다.




저커버그의 너드(nerd) 한 외모뿐 아니라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사명 변경까지 저커버그와 메타에서 난 그 어떤 매력도 느낄 수 없었다. 그리고 2018년 4월 개인정보를 허술하게 관리한 책임 문제로 미국 의회에 출석한 그는 미국 최고의 빅 테크로 손꼽히는 CEO가 아니라 그저 겁 많고 비굴한 소년으로 보였다.




애플 CEO인 팀 쿡이 개인 프라이버시를 '기본적인 인권'으로 규정한 공격에 대해 저커버그는 광고 위주의 무료 서비스는 기술적 개선을 통해 프라이버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대응했다. 광고로 엄청난 이윤을 만들어내고 있는 자사의 핵심 기술이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인권 문제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공격에 대해 스스로 규제하여 해결할 수 있다는 대답은 (적어도 나에게는) 궁색해 보였다.


그리고 회사의 명운이 걸린 싸움에서 애플의 인권 프레임에 대항한 저커버그의 막연한 낙관주의는 수세적이다 못해 나이브(naive) 한 느낌까지 주었다. 그 이후 메타는 나에게 "그냥" 싫은 감정을 넘어 무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그렇기에 메타의 미래에 대해 고민해 보거나 실적이라도 한번 보려는 시도조차도 하지 않았다.


메타를 놓친 이유였다.

스크린샷 2025-02-17 오후 2.36.35.png




메타는 지난 몇 년간 애플과의 싸움(그 이전에는 구글과의 싸움)을 통해 하드웨어를 소유하지 않은 플랫폼 기업이 어떤 설움과 굴욕을 당할 수 있는지를 톡톡히 깨달았다. 그 과정에는 회사가 한순간 나락으로 갈 수 있다는 절체절명의 위기감에 수만 명의 직원을 해고한 수모도 포함된다.


메타는 스마트폰 시대를 건너 다음 시대를 준비 중이다. 플랫폼 회사가 왜 하드웨어를 소유해야 하는지를 절실히 깨달은 메타는 자신들의 사명이 왜 메타인지에 대해 하나씩 증명해 주기 시작했다.


유명 선글라스와 안경 브랜드로 알려진 레이밴(RayBan)과 파트너십을 맺고 선보인 스마트 안경은 무관심하던 나의 시선도 멈추게 만들었다. 그리고 생성형 AI 시대를 맞아 메타가 경쟁자보다 선두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시장 참여자들에게 심어주었다.

스크린샷 2025-02-17 오후 2.40.33.png ※ 애플, 구글에서 선보일 거라 예상한 디자인의 스마트 안경을 메타에서 먼저 선보였다.




챗 GPT로 불붙은 생성형 AI의 거대 언어 모델(Large Language Model, LLM)은 Open AI와 구글을 필두로 하는 폐쇄형 그룹과 그 반대에 위치한 후발 주자들의 오픈형 그룹의 싸움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그 오픈형 그룹에는 얼마 전 시장에 충격을 준 중국의 딥시크와 메타도 포함되어 있다.


1985년 미국의 프로그래머인 리처드 스톨만은 “지식과 정보는 소수가 독점하는 것이 아닌, 모두에게 공개해야 한다.”라고 선언하며 ‘프리소프트웨어 재단’(FSF)을 설립하였다. 하지만 지금 진행되고 있는 폐쇄형과 오픈형의 대립에서 오픈 소스의 깃발 아래 모인 그룹들이 리처드 스톨만의 정신을 따르기 위해 모이지 않았다는 건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앞서가는 선두 그룹이 만들어 놓은 폐쇄형 생태계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여 빠르게 세력을 확장해야 한다. 즉, 오픈 소스 전략은 폐쇄형을 선택한 선두를 따라잡기 위한 후발 주자의 어쩔 수 없는 전략적 선택인 것이다.


오픈 소스는 오픈이라고 하는 성격으로 인해 태생적으로 보안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애플은 그 취약성을 노리고 메타를 공격한 것이다.




애플과의 싸움에서 하드웨어의 중요성을 깨달은 메타는 전 세계 SNS를 독점하다시피 하면서 최근에는 스레드(threads)로 다시 유행을 이끌어가고 있다. 그리고 스마트 안경이라고 하는 하드웨어를 앞세워 생성형 AI 시장 선점에서 한 걸음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새로운 시대에서 기존의 판을 뒤집기 위한 메타의 노력들이 이제는 실체적 숫자에 담겨 나타나고 있다.




오픈 소스의 태생적 한계로 업계 선두에게 처절하게 당했던 메타는 여전히 오픈 소스 그룹에 속해 있다. 그리고 SNS를 기반으로 하는 메타가 오픈 소스의 태생적 한계를 다음 시대에서는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궁금해진다.


어쩌면 애플이 그러했듯, 선두로 올라선 메타 역시 애플의 방식과 명분을 후발 주자에게 내세울지 모른다. 만약 그것이 아니라면 저커버그가 말한 것처럼 기술적 진보로 프라이버시 문제를 해결할지도 모른다. 어떤 방식을 선택할지는 모르지만 중요한 것은 메타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살아남았고, 그 누구보다 다가올 시대에서 유리한 위치로 올라서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다음 시대의 애플은 메타가 될지도 모른다.



※ 번외 : 수많은 기회를 놓친 것에 대해 자책하고 반성하는 나와 같은 투자자들을 위해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가 받은 질문에 답변하는 내용을 함께 올린다.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길 바라며...


Q. 제프 베조스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아마존에 투자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버핏: 내가 너무 어리석어서 제대로 내다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나는 오래전부터 제프가 하는 일을 지켜보았고 그를 높이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크게 성공할 것으로는 생각하지 못했고, 아마존 웹서비스(클라우드 컴퓨팅)까지 성공할 것으로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중략)... 나는 제프가 지금처럼 성과를 거두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주식이 항상 비싸 보였습니다. 그가 정말로 뛰어나다는 생각은 했지만 3년, 5년, 8년, 12년 전에는 이 정도로 성공할 줄 몰랐습니다. 찰리, 자네는 왜 놓쳤나?


멍거: 놓치기 쉬웠습니다. 제프는 매우 어려운 일을 해냈습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잘 해낼지가 불투명했습니다. 나는 아마존을 놓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더 쉬운 기회도 있었는데 그 기회를 놓친 것은 다소 안타깝습니다.


버핏: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은 아니잖아?


멍거: 구글 말일세.


버핏: 많은 기회를 놓쳤지.


멍거: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기회를 놓칠 것입니다. 다행히 기회를 모두 놓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비밀이지요.


『워런 버핏 바이블(p120~p121)』, 워런 버핏, 리처드 코너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