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란티어 투자 이야기_1

by 글쓰는 범고래

2020년 미국 주식을 시작하고 처음 팔란티어를 매수한 것은 2021년 1월이었다. 2020년 9월 30일에 팔란티어가 상장한 것을 생각해 보면 분명 초기 투자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일찍 팔란티어를 투자할 수 있었던 것은 개인적으로 두 가지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첫째, (당연히) 돈을 버는 것.


둘째, 회사와 함께 성장하는 장기 투자자.


투자를 하면서 나는 이 두 가지를 이뤄보고 싶었다.




돈을 잃을 수 있다는 리스크를 알고서도 투자를 하는 이유는 결국 돈을 더 많이 벌고 싶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근로 소득으로 벌어들이는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었기에 투자를 시작한 것이다.


돈을 버는 투자 방법은 수없이 다양하고, 그 방법에서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자신에게 맞는 방법이 있을 뿐이고 자신이 원하는 투자 방향에 따라 투자의 방법도 달라질 뿐이다.


나는 위대한 기업을 발굴하여 그 기업의 성장 과정을 처음부터 함께 하고 싶었다. 매우 힘든 일임에 분명하지만, 내가 그리는 투자자의 모습은 마소, 구글, 애플 등과 같은 위대한 회사의 성장 과정과 역사를 오롯이 함께 가지고 나아가는 모습이었다.


그러한 목표 때문에 2020년 미국 주식에 투자를 하면서부터 상장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회사들을 꾸준히 찾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는 우버(2019년 5월 상장), 에어비앤비(2020년 12월 상장), 그리고 도어대시(2020년 12월 상장) 등 다양한 회사들이 있었다. 하지만 나의 마음을 완전히 끌었던 기업은 없었다.


가장 큰 이유는 그 기업들의 비전과는 무관하게 나에게는 그 기업들이 현재에 머물러 있는 기업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즉,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고 시장의 파이를 키워나가는 기업이 아니라 현재 존재하고 있는 시장 안에서 경쟁을 통한 이익을 창출하는 기업으로 판단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오랫동안 내가 그 회사와 함께 갈 수 있을지에 대해 스스로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렇게 상장 초기 회사들을 계속해서 찾는 과정에서 팔란티어를 알게 되었다. 팔란티어는 이미 상장 전부터 알던 사람은 아는 회사였다.


비록 나는 팔란티어를 알지 못했었지만 팔란티어는 내가 흥미를 가질 부분들을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 팔란티어에 대해 다양한 자료를 찾아보았고, 피터 틸의 Zero to One 역시 그때 읽게 되었다.




학부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과 국제경제학을 복수 전공한 나는 정책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내가 정치와 경제, 그리고 국제관계 이슈에 지금까지도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유이다. 특히 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하면서 안보학 관련 수업도 많이 수강했었다.


국제관계에서 냉정한 국제질서의 현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안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비록 기초적이지만) 텍스트 마이닝을 활용한 박사 논문으로 인해 빅 데이터 분야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개인적인 배경은 빅 데이터 관련 소프트웨어 기업이면서 태생적으로 안보와 밀접한 관련을 지닌 팔란티어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해 주었다(내가 최근 우주산업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한 것 역시 우주산업도 안보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었다).




피터 틸과 알렉스 카프가 바라보는 국제질서와 세계관, 그리고 팔란티어의 존재 이유 등은 비록 내가 그것을 온전히 이해하는 통찰력과 깊이는 없지만 지금까지 내가 보던 기업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생각을 주었다(물론 이윤추구가 목적인 기업이 반드시 특별한 세계관과 가치관을 가져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당시에는 팔란티어의 독특하고 확실한 자신만의 색깔이 기업에는 오히려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분명 나 역시 그런 의견에 합리적이고 타당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피터 틸과 알렉스 카프에서 시작되는 팔란티어만의 색깔과 정체성이 팔란티어가 가진 기술 못지않은 강력한 해자(moat)로 다가왔다. 결국 나는 몇몇 종목들을 매도하고 포트폴리오의 절반 이상을 팔란티어로 채웠다(당시 매도한 종목에는 팔란티어가 얼마 전 시총에서 역전한 록히드 마틴도 있었다). 소심한 와이프 역시 나의 반강제적 설득에 마지못해 팔란티어를 매수했다(와이프의 포트폴리오에서도 팔란티어의 비중이 가장 높다). 그리고 나는 두 아이의 계좌까지도 팔란티어로 절반을 채웠다.


그것이 2021년이었다.


(2편에서 계속...)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