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란티어 투자 이야기_2

by 글쓰는 범고래

2021년 팔란티어에 투자를 한 후 팔란티어의 주가는 끊임없이 하락했다. 그리고 2024년 초까지 팔란티어는 단 한 번도 수익권에 도달하지 않았다. 2022년 긴 하락장에서 팔란티어는 심지어 -80%에 육박하는 손실을 기록했다(솔직히 당시 계좌를 잘 열어보지도 않았기에 정확히 몇 프로까지 손실을 기록했는지도 모른다).




투자 경험이라고는 국내 주식 2년 정도가 전부였던 내가 허황된 목표와 설익은 사고(思考)로 나뿐 아니라 와이프와 두 아이의 계좌까지 큰 손실을 입혔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러웠다. 투자책을 읽고, 기업을 공부하면서 다음 세상에 대해 고민하던 그 과정이 부정당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때는 팔란티어에 대한 주변의 모든 노이즈와 부정적 평가들이 나를 향한 비난으로 느껴졌다. 팔란티어는 그럴듯한 말로 고객의 돈을 빼먹는 고급 컨설팅 회사에 불과하다는 누군가의 평가는 하루 종일 내 머릿속을 맴돌았고, 이런 기업에 투자한 사람은 다시는 주식을 하지 말라는 어느 게시글은 내 가슴에 비수가 되어 꽂혔다.




2022년의 하락장을 겪어보기 전까지 나는 그렇게 길고 긴 하락을 경험해 보지 못했고, 시장의 폭락은 기회라는 생각으로만 가득했었다. 그러한 생각으로 나의 투자금은 이미 2021년에 소진되었고, 2022년 긴 하락장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온몸으로 버티는 것밖에 없었다.


그 경험 후 난 어떠한 상황에서도 현금과 예수금은 반드시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시장에서는 어떤 일이든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레버리지 상품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투자하지 않으려고 한다(참고로 나는 미국 주식에 투자 후 레버리지 상품에는 단 한 번도 투자를 하지 않았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회사는 분명 팔란티어이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고마운 회사는 엔비디아이다. 2020년 인공지능 시대에 필수적인 GPU의 중요성을 깨닫고 엔비디아에 투자를 했지만, 앞서 적은 것처럼 상장 초기 회사에 장기투자하고 싶다는 나의 목표로 인해 엔비디아에는 10% 정도만 투자를 했었다.


그럼에도 엔비디아는 팔란티어와 달리 단 한 번도 손실 구간에 접어든 적이 없었다. 다만, 엔비디아 역시 2022년 하락장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로 인해 그전까지 200%까지 도달했던 엔비디아 수익률이 다시 본전까지 가는 허탈한 경험도 했었다.


그리고 그 순간도 견뎠고, 엔비디아는 결국 텐 배거를 달성해 주었다.




엔비디아는 2022년 하반기를 지나 2023년부터 챗GPT로 인한 AI 붐이 시작되면서 폭발적으로 상승하였다. 팔란티어로 인한 손실이 여전히 클 때, 엔비디아는 나의 전체 계좌를 버티게 해 주었다.


뿐만 아니라 엔비디아가 상승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인공지능 시대에 대해 처음 생각했던 나의 판단이 어쩌면 틀리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길고 깊었던 부정적 생각들이 차츰 사라지게 되면서 끝까지 가보자라는 오기도 생겼다.


그리고 엔비디아의 놀라운 상승을 통해 나는 복리의 효과가 얼마나 강력한지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그 경험은 팔란티어가 수익권으로 돌아서고 본격적인 상승을 할 때에도 복리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결코 매도해선 안된다는 생각을 강하게 준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3년을 버텼고 24년이 시작되면서 팔란티어는 처음으로 나에게 수익을 안겨주었다.




2022년 팔란티어가 나락으로 갈 때 수많은 투자자들이 떠났다. 팔란티어 카페 게시판에서 자주 보이던 투자자들은 말없이 떠났고, 비난과 조롱조차도 없는 시기도 있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상승이 시작되면서 그동안 지쳤던 많은 투자자들이 또다시 떠났다. 그만큼 팔란티어로 인한 하락의 기간은 길고 험난했고, 모두를 지치게 만들었다.


먼저 떠난 사람들보다 나는 운이 조금 더 좋았을 뿐이라고 생각한다(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한 생각이 있기에 새로운 종목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것에 있어 더욱 보수적으로 변했다(21년 이후 기존 포트폴리오에서 추가된 종목은 겨우 두 종목뿐이다).




장기투자 과정에서 이제 겨우 힘든 시기를 한번 넘겼을 뿐이라 생각한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며, 그렇기에 팔란티어의 미래 역시 아직은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건 내가 처음 팔란티어에 투자할 때 그렸던 인공지능 시대는 여전히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윈도우와 맥OS의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으며, 우리의 핸드폰은 안드로이드와 iOS에서 작동하고 있다. 사람들은 마이크로소프트와 빌 게이츠는 알아도 팔란티어와 피터 틸은 알지 못한다. 애플과 스티브 잡스에 감탄하는 사람은 많아도 팔란티어와 알렉스 카프에 감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여전히 우리는 인터넷 시대에 머무르고 있으며 여전히 스마트폰 시대에서 살고 있을 뿐이다. 아직은 팔란티어를 매도해선 안 되는 이유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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