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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제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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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운 Jun 14. 2017

소심한책방

20170521

작은 비행기는 이따금씩 위아래로 흔들렸다. 비행에 익숙하지 않은 아기들은 그때마다 울음을 터뜨렸다. 창밖의 구름은 이제 땅에 펴진 솜처럼 보였다. 이어폰을 꽂고 낯익은 재생목록 하나를 선택했다. 고상지, 이랑, 무키무키만만수- 결국 2008년 석관동 어딘가에서 얇게 잠이 들었다.

눈을 떴을 때 귀에서 흐르던 노래는 시노하라였다. <한여름의 판타지아>에서 주인공들이 찾아간 조용하고 신비로운 마을. 고조에 다녀온 게 벌써 옛날 일처럼 느껴졌다. 한때 무키무키만만수에서 장구를 치던 만수는 <한여름의 판타지아>의 음악감독이 되었다. 나 역시 그만큼의 시간을 건너 제주에 도착한 기분이 들었다. 돌, 바람, 그리고- 파란색 바다.

버스로 한 시간을 꼬박 넘게 달려 종달리에 내렸다. 차 두 대가 간신히 지나갈 만큼의 길 곳곳에는 우뭇가사리가 널려 있었다. 집마다 둘러진 낮은 돌담을 따라 갈대가 흔들렸다. 처음 와보는 동네였지만 설레기보단 이상할 정도로 편안했다. 이미 질리도록 노트북 화면 속 사진을 들여다본 탓이겠지. 앞으로 두 달 동안 나는 얼마나 더 익숙해지게 될까. 나의 집이자 일터가 될 이곳의 이름은 소심한책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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