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시대, 지속가능한 MICE의 함의(含意)와 그 실천 전략
코로나19 다음으로 전 세계를 공포에 빠뜨릴 위기는 무엇일까? 많은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라 이미 예언하고 있다. EU의 각국 정상들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감축하는 데 합의했지만, EU 집행위는 60% 감축을 권고하였다. 탄소중립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되었다. 환경을 필두로 지속가능성에 대한 이슈가 전 세계적으로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다. 국내·외 기업경영은 ESG를 고려하여 조직 전체를 탈바꿈하는 추세이며, 글로벌 산업 생태계 내 기업 경쟁력 및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구체적 ESG 전략을 내놓고 있다. ESG는 지속가능한 기업경영을 위한 비재무적 성과이며, UNSDGs 실천을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도 RE100에 관심을 높이고 있는데, 이는 글로벌 클라이언트들이 이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RE100(Renewable Energy 100) 캠페인은 2050년 이전 필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기업의 약속이다. 또한 협력 업체에도 탄소중립에 동참할 것을 독려하고 있는데 탄소 절감 효과를 높이려면 협력업체 전체가 전사적으로 협동하여 노력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MICE 산업 또한 이러한 흐름을 거스를 수 없으며, 오히려 적극 동참하여 이러한 트렌드를 리드할 수 있는 산업이 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MICE는 플랫폼 역할로서 지속가능한 경영과 성장에 자극이 되는 산업적 역할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경각심을 알리는 MICE 행사를 지속적으로 개최할 수도 있는 매우 파급력이 큰 산업이다.
[ 그림 1 ] 기후변화 위기를 알리는 메세지
출처: 2020 기후위기 지구온난화 캠페인 한국환경공단 유튜브에서 발췌
‘지속가능성’이란 용어에 대한 MICE 산업 이해관계자들의 오해가 깊다는 사실을 관련 연구를 통해 인지하게 되었다. 이러한 오해 때문에 지금까지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추측도 조심스레 하여본다. 대부분 지속가능한 MICE라 함은 ‘Green MICE’ 혹은 ‘친환경 MICE’라는 인식이 있어 중요하지만 시급하지 않다고 여기고 있었다. 하루하루 MICE 행사를 유치하고 개최하는데 에너지를 모두 쏟고 있는 상황에서 친환경을 강조하는 것은 MICE 이해관계자들에게는 다소 부담스럽고 버거운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관련 연구를 통해 이러한 오해를 푸는 것이 지속가능한 MICE를 위한 첫 번째 과업이자, 지속가능성에 대한 함의를 정확히 알리는 것이 연구자에게는 큰 사명감처럼 다가왔다.
아래 그림처럼 지속가능성은 3가지 축으로 이루어져 있다. 경제, 사회, 환경 3가지 요소들이 교집합을 이루어야만 진정한 지속가능한 가치를 창출한다 볼 수 있다. 경제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어떻게 지속가능성을 논할 수 있을까. 성과 창출, 이익 실현, 재정적 회복, ROI 등 MICE로 경제적 가치 창출을 일으키는 것 또한 지속가능성을 실현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 그림 2 ] The triple bottom line
출처: Evans, S.; Vladimirova, D.; Holgado, M.; van Fossen, K.; Yang, M.; Silva, E.A.; Barlow, C.Y. Business Model Innovation for Sustainability: Towards a Unified Perspective for Creation of Sustainable Business Models.
Bus. Strateg. Environ. 2017, 26, 597–608.
형평성과 다양성의 실현, 지역 커뮤니티의 발전, 건강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 또한 지속가능한 MICE를 위한, 또 MICE를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좋은 전략인 것이다. 물론 비중으로 보았을 때 환경 관련 이슈가 매우 큰 것은 사실이며 경제 및 사회적 가치 실현과 더불어 매우 중요하게 지켜야 하는 것 또한 환경인 것은 맞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기업과 산업에서 ‘친환경’ 요소를 가장 앞세워 전략화하며, 기후변화 등 지구에 닥칠 위기를 대비한 노력들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진정한 지속가능성이라 함은 3가지(경제, 사회, 환경) 요소를 모두 담고 있다는 것이며, MICE 이해관계자들은 이에 대한 함의를 반드시 인지하고 실천할 자세와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MICE를 위한 전문가들의 조언
지속가능한 MICE를 위한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보았다. 현업 경험이 오래되며,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해온 전문가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으며 국내에서 이를 어떻게 발전시킬지 고민해보자. 단순히 국내외의 지표를 활용한 매뉴얼을 만들어 지키게끔 내놓을 것이 아니라 충분한 공감대 형성부터 시작하여 공동의 목표를 정하고, 이를 지켜야만 하는 각자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의견 주요 인터뷰 내용>
인터뷰 1MICE 이해관계자들에게 이러한 활동이 지속 가능하다는 것을 인식시키기 위한 홍보활동이 필요합니다. MICE 산업 군에 속해있는 기업들의 조화로운 업무를 위해 서로의 어려운 점을 공유하고 발전시켜나감으로써 효과적인 MICE 행사의 진행과 발전을 생각해볼 수 있는 네트워크 망이 필요합니다.인터뷰 2해외와 비교하여 지속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아직까지는 많이 부족하며,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의식 개선이 먼저 되어야 할 것이며, 지속가능한 MICE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 공유되고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또한 자본이 열악한 관광MICE 콘텐츠(포럼,공연,전시,체험)와 연계된 정부의 지원 사업 확대가 필요해보입니다.인터뷰 3평등한 기회제공 및 정보습득이 필요합니다. 관광자원 활성화, 정부차원의 지속적인 홍보, 이에 따른 세금감면 등 다양한 혜택이 필요하구요. 잔여 음식물의 기부를 합법화하고 이를 시행하는 호텔/컨벤션센터/PCO에 세금 감면 등으로 지원,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기업 간의 네트워킹 활성화, MICE 업에 종사하는 임직원들의 업무 환경, 생산성, 미래비전, 정부부처에서의 발 빠른 결정속도가 MICE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것 같습니다.인터뷰 44차 산업 발전에 따른 새로운 MICE 사업이 중요하지요. 전시컨벤션 행사의 폐기물 수준이 막대합니다. 장치제공 업체 장려를 통해 장비의 렌탈 적극 활용 및 1회용품 줄이기 등 개최되는 모든 MICE 행사에서 그린마이스를 실행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지원과 독려가 절실한 때입니다.인터뷰 5각종 MICE 행사의 준비부터 완료(정산)까지의 프로세스를 온라인화한 플랫폼(시스템, 어플리케이션)의 표준화/개발 및 무료 또는 저렴한 비용으로 서비스 제공이 필요합니다. 또한 전시회, 컨벤션, 이벤트, 축제 등 행사 타입 별 각 분야의 프로세스를 총 망라하여 행사 경험이 적은 담당자도 프로세스에 따라 준비/실행 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도 있어야 하구요. 이를 통해 업계의 업무 표준화를 이룰 수 있으며 전문적인 지속가능한 업무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위 인터뷰를 통한 지속가능한 MICE 발전을 위해 시사점을 정리하면 아래 표와 같다. 정부 정책, 정부 지원, 이해관계자 협업 측면으로 나누어 정리하였다. 향후 한국관광공사를 비롯한 지자체, DMO, CVB에서 이와 같은 이슈를 고려한 지속가능한 MICE 사업을 시작하고 또 확장해야 할 것이다.
<정부정책 측면>
‘MICE 지속가능위원회’ 설립 필요
잔여음식물 기부 합법화 추진 필요
MICE산업으로 발생되는 폐기물 수준 막대함을 인지하고 있으며, 정부차원 지원과 관리가 필요
과학과 기술을 통한 지속가능성 확장 필요
국제회의도시선정 및 PCO 선정 시 평가항목으로 넣어 추진해야만 실질적 이행될 것임
행사 허례허식 타파 캠페인 필요
<정부지원 측면>
UNSDGs 준수 시 지원금 추가 제공 필요
확실한 세제 감면 혜택 제공 필요
지속가능성에 대한 주기적인 교육 제공 필요
자격증 및 인증서 발급 필요
이행 시, 정부 사업 수주의 우선순위 고려 필요
<이해관계자 협업 측면>
MICE산업 자체 내실화 및 이해도 제고 필요
각 기관 및 기업에서 실천하기 위한 Action Plan 수립 필요
출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달성을 위한 경기 지역특화관광 및 MICE발전모델 개발연구(2020)
연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문두철 부원장은 ESG 평가에서 환경, 사회, 지배구조 중 하나만 뒤떨어져도 전체 점수가 곤두박질친다고 경고하였다. 또한 한국 사회에서는 기업의 기부 및 사회공헌 사업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글로벌 평가기관은 이를 높게 평가하기 보단 지배구조 리스크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속가능한 MICE 산업을 위해서는 글로벌 기준에 맞는 지속가능한 MICE 지표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지속가능한 MICE 경우도 마찬가지이지만 관련 기준은 유럽에서 가져오는 경우가 많은데, 유럽평가기관도 유럽 내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슈를 고려하여 자체 지표를 마련하듯 우리도 한국형 지속가능 MICE 지표를 개발할 필요성이 있다. 여기서 중요한 한 가지는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를 뜻하며, 친환경 성과를 부풀리거나 허위로 실행했다하는 것을 뜻함)을 두렵게 생각하고 하나씩 차근히 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환경적 착한 활동’은 지양해야 하는데, 이미 MICE 주최기관 및 소비자는 그린워싱을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수준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한 환경과 더불어 경제적,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추구할 수 있는 전략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당장 글로벌 평가기관으로부터 인증 혹은 평가를 잘 받으려는 노력보다는 MICE 산업의 핵심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전략부터 마련할 수 있도록 R&D가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MICE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논할 수 있는 ‘MICE 지속가능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 ESG경영 체제로 돌입한 기업들은 조직 내 ‘ESG 위원회’를 설립하여 전체적인 조직의 전략을 개편하고 있다. 이처럼 MICE 산업에도 이를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실행할 전략을 내놓으며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먼저일 것이다. 상위 기관에서 중앙위원회를 만들고, 지자체에서 지역위원회를 만들어 유기적인 연결이 되어야 할 것이다. 처음 설계부터 중앙과 지역이 긴밀하게 연결되지 않으면, 각자의 뚜렷한 역할 정립이 되지 않으면 우왕좌왕하다 끝날지도 모른다. 위원회에서는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한국형 지속가능한 MICE 산업의 비전과 목표, 중장기 계획을 최우선으로 수립해야 할 것이다. 이로 인해 계획된 사업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를 만들고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한편 해당 지표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도 많은데, 단기성과를 바라지 않고 장기적으로 효용을 창출하는 분야임을 모두 인지하고 인내심과 끈기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앤젤라 더크워스가 개념화한 용어인 GRIT(그릿)처럼 재능보다 노력, 끝까지 해보겠다는 집념과 열정이 필요한 분야가 바로 지속가능한 MICE의 실천인 것이다. 지속가능한 MICE의 실천 전략 수립을 위해선 아래 몇 가지 유의사항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점은 그 하나로는 의미 없어 보이지만, 수많은 점들이 모이면 선을 이루게 된다. 지속가능한 MICE도 마찬가지이다. 지속가능성을 위한 개개인의 노력이 모이고 모여 결국 옳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나 하나쯤이야’, 혹은 ‘나 하나 실천한다고 달라지는 것이 있겠어?’란 가벼운 마음 혹은 의심보다는 ‘나 하나의 노력이 결국 지속가능성이란 선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라는 굳건한 믿음으로 지속가능한 MICE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UN 세대평등포럼 사무총장인 델핀 오(Delphinge O)도 무언가의 변화는 30% 선이라 하였고, 네트워크 과학자 데이먼 센톨라 펜실베니아대학 교수도 ‘뉴노멀’이라 하는 새로운 시작의 출발점을 25~30%라 수학적으로 정리하였다. 모두가 지속가능한 MICE를 위해 동시에 시작하지 않아도, 지속가능성에 대한 함의를 정확히 파악하고 실천하려는 30%만 움직여도 티핑포인트에 도달하여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 티핑포인트는 결국 조직과 사회에서 자신의 행동을 바꾸지 않고서는 서로 협동할 수 없는 지점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 단단한 네트워크를 구성할 30%를 위해 지속가능한 MICE의 함의(경제, 사회, 환경 3가지 축)에 대해 더 많이 알리고, 그 성과가 실질적으로 가시화될 수 있게 하는 다양한 시도는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글/ 동덕여자대학교 글로벌MICE전공윤영혜 교수
* 이 글은 한국관광공사에서 운영하는 마이스인텔리전스에 기고한 글이며, 각색하여 브런치에 올려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