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짐승의 모습을 보다
친구와 오랜만에 옛 추억을 떠올리려 즐겨 찾던 낙지불고기와 오징어 튀김이 맛있는 압구정 뱃고동을 갔을 때의 일이다. 옛 정취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좁디좁은 골목을 돌고 돌아 그곳으로 향하려던 순간 주말 아침에도 불구하고 줄이 유독 긴 매장을 보게 되었다.
여기는 새로운 맛집인가? 줄이 엄청 서있네.
긴 줄 만큼 좁은 골목에 차도 가득했다. 줄 서 있는 사람들을 비집고 큰 차도 몇 대가 서있었다. 이 좁은 골목에 많은 사람은 물론 많은 차라니. 힐링하러 나온 주말에 답답함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때 어디선가 큰 클락션 소리가 계속 울렸다.
줄이 길었던 맛집 옆에 차량 한 대가 계속 경적을 울리는 것이었다. '왜 저렇게 빵빵거리는 거지?'라고 눈살을 찌푸릴 때쯤 빵빵거리던 차의 창문이 열리고 앙칼진 소리가 이내 들렸다.
야! 야! 뭐 하는 거야?
창문을 내려 소리 지르던 그 모습은 마치 사람이 아니라 생명의 위협을 받는 짐승 같았다. 그렇게 짐승처럼 포효하던 운전자는 벤츠 신형을 타고 있었다. 경적을 울리고 소리를 지른 이유인즉슨 좁은 막다른 골목에서 후진해서 돌아 나가려던 다른 차량이 자기 차를 긁을까 봐 주말 아침부터 클락션을 울리고 또 창문을 내려 친히 소리를 지른 것이다.
벤츠는 성공의 방정식?
어릴 때부터 멋진 외제차는 멋진 어른이 타는 줄만 알았다. 벤츠라는 고급 승용차에서 내리는 성공한 어른의 모습.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어른이 되어서 보니 그 고급세단은 부모님의 차일 수도 있고, 회사 차량일 수도 있으며, 또는 영끌해서 카푸어로 수입 자동차나 스포츠카를 탈 수도 있는 것이었다.
차종은 인격과 비례하지 않는다
직장에서 실력과 연차가 비례하지 않듯이, 나이와 성숙도가 비례하지 않듯이, 차종도 인격과 비례하지 않는다. 나이가 많다고 좋은 차를 모는 것도 아니고, 또 좋은 차를 몬다고 품격이 높거나 상스럽지 않은 것도 아니다. 특히나 좁은 골목에서는 서로가 양보해야 하며 또 차량보다는 사람이 먼저다.
길게 줄 선 사람들도 영문을 몰라 아침부터 못볼꼴을 보고야 말았으며, 지나가던 나도 인간이 아닌 포효하는 한 마리의 짐승을 주말 아침부터 밥 먹기 전에 보게 되었다. 나이가 들면 저절로 인격이나 성숙도가 올라가는 게 아니다. 나 또한 짐승이 되지 않도록 부단히 내면의 성숙도를 갈고닦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