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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드림 Mar 29. 2023

결혼도 이혼도 하지 않았습니다

더불어 출산도요. 그래서 글감 고갈입니다.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 브런치를 열어 빈 페이지를 바라볼 때면 무언가 써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데, 도통 한 글자도 써지지 않는다. 다른 글을 읽고 보면 시오라기 만한 영감이라도 떠오를까 싶어서 추천글과 실시간 인기글과 추천글을 읽어본다. 이 글도 '이혼'글, 저 글도 '이혼' 글, 저 글은 '휴혼'글, 다른 글은 '국제결혼'글이다. 결혼과 이혼이 아닌 이상 글을 쓰기도 쉽지 않고 명함을 내밀 수도 없다.  


결혼도 이혼도 하지 않은 나라서 쓸거리가 없고 소재가 떨어지는 것일까? 급히 결혼하고 빠른 시일 내에 이혼을 하면 브런치나 다음 메인을 장악하려나? 몇 해 전 '퇴사'이야기로 가득 찼던 브런치가 몇 해가 지난 요즘은 퇴사가 밥먹듯이 쉬워지니 이혼으로 자리를 옮긴 것인가? 이혼을 하지 않으면 메인에 오르기도 쉽지 않은 것인가?


결혼을 왜 하지 않았냐면 나도 할 말이 없다만, 굳이 이유를 대자면 사주에 남자복이 없다 하며 또 눈에 차는 남자가 없다 했다. 요즘은 결혼하고 가정을 이뤄야지만 행복한 삶이 아니기에 여성도 자유롭게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수많은 기회가 도처에 널려 있기에 오히려 이러한 세상이 온 걸 감사하기도 하고(잔소리를 조금 덜 듣게 되는 것 때문), 또 시대를 잘 타고난 걸 다행이란 생각 들기도 한다.


통계청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2023년 1월 혼인건수는 1만 7,926건이나 이혼건수는 월간 7,251건이다. 2021년 연간 혼인건수가 19만 2,507건이었지만, 이혼건수는 절반정도인 10만 1,673건이다. 2012년 연간 혼인건수는 32.7만 건이었으나, 2021년엔 19.3만 건으로 금갑 했다.


열일하는 통계청. 수치에 도움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또 이혼건수는 2012년 11만 정도였으나 2021년에는 10.17만 건을 기록했다. 결혼에 비해 이혼하는 건수가 급증한 것이다. 이 수치를 보며 어느 곳에도 내가 한 표를 행사할 수 없다는 사실과 또 남들은 결혼도 하고 이혼도 하고, 또 통계청 수치에 두 건이나(혹은 그 이상) 기여를 하는데 뭐 하고 살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눈 깜짝할 사이에 멍 때리다 보니 시간만 속절없이 빠르게 흘러갔다.


점심 회의 때 도시락을 먹으며 한 외국인이 "한국은 출산율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들었다. 맞나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사회 문제에 대해 관심이 없는 나에게 그는 참으로 밥맛 떨어지는 질문을 해댔다. 더불어 생각해 보니 '합계출산율(한 여자가 가임기간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의 수치에도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었네. 더 이상 밥 먹는 게 미안해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조용히 얘기했다. "쏘 쏘리. 제가 도움이 못되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밥맛 떨어지는 짧은 대화로 인해 조금이나마 글이 잘 써지지 않는 이유를 찾았달까? 이러한 경험이 부족해서 글감이 없었구나. 내 글이 재미없었던 이유가 이것이었구나. 독자가 원하는 글쓰기는 바로 자극적인 누군가의 이혼이야기였구나. 글감을 찾기 위해 시작된 고민은 내 글이 최신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 또 통계청 수치 어디에도 기여하지 못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하나의 공식처럼 느껴지던 '대학-취업-결혼-육아-내 집마련-은퇴-(이혼)' 무한 루트가 조금이나마 깨진 세상이 그나마 좋기도 하다. 내일 당장 결혼하고 애 낳고 그 담에 이혼해서 글감을 마구마구 생산할 수도 있겠지만, 사회가 정한 규격에서 벗어나고 통계청 수치에서 조금 멀어져도 다양성을 인정해 주는 개인의견 존중 사회가 온 것을 환영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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