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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드림 Aug 13. 2021

사수에 목마른 자들을 향한 소리침

『사수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이진선』을 읽고

2007년부터 디지털 에이전시에서 일을 시작해 웹, 앱, 프로모션 페이지를 디자인하고 프리랜서로 연 수익 1억 원을 거두며 10년 차 디자이너가 된 이진선 님의 신간이다. 스스로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을 기록하기로 다짐하고 카카오 브런치에 연재해 '제8회 브런치 북 프로젝트 대상'을 수상했다. 30일 실천 기록 커뮤니티 '한달어스'를 공동창업해 사업가, 작가, 디자이너, 자기발견 디렉터라는 직업을 가지고 보이지 않는 가치를 디자인하는 사람, 공감을 넘어 영감까지 주는 사람을 꿈꾸는 저자이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사수는 없는 게 기본값부터 2장 자기발견, 3장 나에게 가장 좋은 멘토: 자기 성장, 4장 일 잘하는 사람은 혼자 하지 않는다에 이어 '우리는 우리의 사수가 된다' 에필로그까지이다. 브런치에서 미리 접했던 글들이 어떻게 책으로 나올지 기대하면서 본 글 중 가장 먼저인 '실력은 연차에 비례하지 않는다'이다. 이건 마치 나이 먹는다고 경륜과 인격이 비례하지 않는 것과 같다. 요즘같이 하루가 달리 변하는 세상에서 끊임없이 배우지 않으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평생 배워야 하는 것이다. 




저자가 디자이너라면 나는 클라이언트의 입장이다. 회사에 입사하자마자 전임이 남겨둔 약 20프로 작업한 홍보 PPT 작업이었다. 문과여서 공학에 대한 건 몰라 학술지 네이처(Nature)를 natural로 고쳤다가 상사의 호출이 있었다. 입사한 지 일주일도 안됐는데 보직단이 보는 앞에서 지금까지 작업한 내용을 발표하는 것이었다. 평생을 문과로 살아온 나는 그것도 입사 일주일이라서 파악도 안 되는데 대표 홍보책자에 대한 발표라니 이것만은 안 되겠다 싶어서 상세 설명을 해 미루고 PPT 작업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미 가계약을 맺고 작업 중인 PPT 업체는 부장급이 기존에 발표한 내용과는 다르게 신입 디자이너와 함께 작업 중이었다. 신입이라고 그러는 게 아니라 전반적으로 감각과 센스가 없었다. 아니 이렇게 할 거면 대학 다닐 때 발표했던 내 실력으로 하지 몇백만 원짜리 계약을 해놓고 수정사항을 보내면 그 이전 파일에 엎어서 당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손을 대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이러다 기한 안에 못 끝낼 거 같아 부장한테 전화를 했다. 부장님도 짜증 섞인 목소리로

아니 짜장면 시켜놓고 지금 탕수육 달라면 어쩌라는 겁니까? 


어이가 없었다. 아니 짜장면 시켰는데 짜파게티 줘놓고 이걸로 화까지 내다니. 기한 내에 마쳐야 했던 나는 꾸역꾸역 만들어서 결과물을 냈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니 일은 내가 다하고 저 업체가 몇백 가져가다니. 사수가 없다고 울부짖는 모든 사회 초년생에게 저자는 단호하게 얘기한다. "태초 이래 완벽한 사수는 없었나니.." 사수가 있길 바라는 건 무리한 기대인 걸까?



10대의 나, 20대의 나, 30대의 나. 이 3명이 함께 만나는 장면을 상상한다. 이들은 너무 다르지만 한편 너무 비슷하다. 각각 다른 세대의 내가 이야기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즐겁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때로는 감동적이기도 하다. [...] 모두 자신만의 멘토를 만나 멋지게 성장하기를 바란다. 최고의 멘토는 내 안에 있다.  
p37, 나의 멘토는 한 권의 책이었다. <사수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중


내가 근무하고 있는 곳은 온갖 규정이 있다. 이 규정을 따라야 하며 또 이 규정은 누가 읽느냐에 따라서 전혀 다르게 해석하기도 한다. 마치 법과 같다. 문장은 한 문장이지만 그걸 해석하는 사람은 모두가 다르다. 그 규정과 공문에 맞추느라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이런 답답함에도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 2장 '나는 뭘 알고 뭘 모를까: 자기 발견'에 편에는 현재 참여 중인 한달어스가 잘 설명되어 있다. 저자가 자기 발견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진지하게 스스로 돌아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별로 없다는데 동의한다. 2일 차에 전문가 역량이 여섯 기둥을 작성했는데 내 생각이 짧았다. 나는 기획력을 발휘할 수도 있는 것이다. 수많은 국제행사와 의전을 하는 게 사실 기획인 것이다. 그래서 폭을 넓혀 기획자로 다시 한번 기둥을 만들어 보기로 한다. 역시 머리는 계속 굴려야만 하나보다. 


2장 생각하는 방법에 관해 생각하기 중 조종 매트릭스


본인이 하고 있는 일이 사람들에게 진짜로 어떤 영향력을 미치는 제 이야기하는 사람은 일터에서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사용자가 제품을 습관적으로 사용하게 만드는 원리를 파헤치는 책《훅》에서 생산자의 윤리를 이야기한다. '더 크고 깊은 목적이 나를 성장시킨다'에서 저자는 본인의 목표를 '가능성을 보는 사람, 영감을 주는 사람'으로 잡았다. 성장함에 따라 유동적으로 그러나 본질은 변하지 않게 자기 자신의 목적을 지키는 것이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일했는가를 곱씹어 보면 한국과 대학의 좋은 인상을 주려 노력했었다. 그들의 입국 전부터 공항 도착 이후 진행되는 모든 과정과 본국으로 돌아가서까지 '남다르다'라는 인식을 주고 싶었다. 본국으로 돌아간 한 교수는 장문의 이메일로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하며 학생들은 그 며칠 사이에 친해져 헤어짐의 아쉬움에 울기도 한다. 국제행사를 진행함에 있어서 한국을 방문한 그들에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또 우리 대학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주는 게 나의 '목적'인 것이다. 


우리는 모두 자기 생각의 산물이며 겉모습은 내면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흔들리지 않는 자존감, 일을 안정되게 만드는 전문성, 함께 일하고 싶은 신뢰감은 오직 책을 읽는 사람만이 손에 넣을 수 있는 내공이다. 남들이 모르는 뭔가가 잇는 사람, 그 사람은 바로 책을 읽는 사람이다. 
p139 미련 없이 떠날 수 있는 이유. <사수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중




저자는 회사를 그만두고 출판 학교로 들어간다. 해마다 편집/마케팅. 디자이너 부분에 학생을 선발해 실무자와 대표가 직접 강의하는 형식으로 마케터 과정을 선택했다. 그때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전혀 모르는 분야의 책을 읽는 모습이 신선했다고 한다. 나에게도 한달 어스가 그동안 나의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게 해 준 계기이다. 다양한 배경과 나이의 사람들이어서 정말 세상은 넓구나를 느끼게 되었고, 더불어 자극도 많이 받았다. 또한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다른 이의 글도 꼼꼼히 읽게 되었다. 이 조사 하나를 위해 고민하고 고민했을 화면 너머의 작가를 떠올리며 어떤 마음으로 썼는지 소통하려 노력한다. 


브런치에 먼저 기고한 이 매거진은 다음과 같은 타깃 독자들이 있다. 

1. 사수 없이 혼자 일하는 직장인

2. 지금 하는 일에 확신이 없는 사회 초년생

3. 연차는 쌓이는데 실력에 자신이 없는 직장인

4.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막연한 직장인

5. 디자이너 또는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


그리고 이 책은 자신의 강점을 어떻게 더 성장시킬지 감이 안 잡히는 사람에게도 추천하다. 책에서 '전문성의 여섯 기둥', '드라이퍼스 모델', '메타인지', '조종 매트릭스', '생각 상자'등으로 본인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보지 못하고 헤매고 있는 분들을 위한 '한달 자기발견'을 추천한다. 

일을 시작했는데 엉성한 인수인계서, 회사 내에서만 쓰는 전문 용어, 정신없이 돌아가는 회사 생활에는 답이 없다. 이 책의 제목 그대로 사수가 없어도 괜찮다고 전한다. 우리에겐 우리 자신이 사수니깐. 내가 업무 중 실수한 것들, 깨지며 혼나며 배운 것들 이 모든 경험은 소중하다. 그러나 회사는 학교가 아니기에 실수를 하면 충분히 만회를 해야 한다. 그 또한 본인 스스로가 깨쳐야만 한다. 

이 책은 본인의 일을 잘하고자 하는 성장 욕구가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전문성 향상을 위한 자신의 현 위치를 다시 한번 파악할 수 있고, 자신을 돌아보며 본인만의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런 성장 욕구 가득한 사람들이 이 책을 집어 들었으리라 생각하며 더 쉽고 재미있게, 지속적으로 함께, 실질적으로 성장하는데 '한달어스'를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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