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을 주선했다. 소개팅에서 상대가 맘에 들면 맘에 드는 사람이 먼저 주선자에게 연락한다. 고맙다는 인사나 혹은 그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정보를 캐내기 위해서이다. 이번 소개팅은 여자 쪽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잘 만났냐고 물어보니깐 잘 만났고 그 남자가 연락이 없다고. 헉, 무슨 일이지? 며칠 됐냐고 물어보니깐 주말 포함 4일째라고 했다. 그래서 궁금해서 그런데 물어봐 줄 수 있냐고.
남자가 연락 없는 경우는?
남자가 연락이 없을 때는 네 가지 이유가 있다. 옥중, 상중, 병중, 아웃 오브 안중. 나흘 동안 갑자기 범죄를 저질러서 옥에 들어갔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고, 상중이나 병중이라도 맘에 들면 '제가 갑자기 상갓집에 가야 해서 혹은 입원해서 정리되면 다시 연락드려도 될까요?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먼저 연락했을 것이다. 아니면 나머지는 다 아웃 오브 안중이다. 관심 없음도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나 상대방 입장에서는 궁금할 수 있다.
슬프지만 4번인 경우가 가장 많다 @마녀사냥
여자 측에서는 분명 분위기가 좋았다는 것이다. 사실 얼굴 마주 보고 분위기가 안 좋기가 쉽지 않다. 회사에서도 유선상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던 부장끼리도 회의에서나 면전에서는 큰 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악수하며 팀 협조를 부탁할 수도 있다. 면전에서 소리 지르거나 분위기 싸하게 하면 아마 그는 소시오패스일 것이다. 분위기가 좋았는데 왜 연락이 없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또 경험이다 싶어 남자 측 주선자에게 연락해보았다.
잉? 코인 동아리 간 거야?
우선 남자 측 주선자는 소개팅을 한 줄도 몰랐으며 친한 사람이라 물어보겠다고 했다. 연락해보니 남자 쪽의 소감은 친구를 만나는 듯한 분위기였고, 편한 듯 코인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고 한다. 코인? 그 코인? 비트코인? 허허. 여자 쪽에 다시 전해주니, 할 말도 없고 그분이 잘 받아줘서 코인 얘기를 계속했는데 자기는 분위기가 좋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소개팅에서 비트코인 이야기할 수도 있다. 요즘 다 먹고살기 힘들고 집 사기에는 돈이 턱없이 부족하고 주식이나 코인은 직장인의 관심사이다. 그런데 이건 소개팅이지 않은가? 소개팅은 이성 사귀려고 간 거지 코인은 친구나 회사 사람들과 얘기하거나 코인 동호회를 드는 것이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얻는다. 남자 입장에서는 내가 편하니깐 코인 얘기하나 싶었을 거고, 그 얘기가 이어지니 계속했을지 모른다. 들어보니 여자 쪽이 코인에 그렇게 관심이 큰 것도 아니었다. 어디서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진 걸까?
소개팅 원데이 투데이면 이해하는데
그럼 무슨 얘기를 해야 했냐고? 어디까지 알려줘야 하나? 소개팅 원데이 투데이도 아니고 솔로인 내가 이런 거까지 알려줘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지만, 혹여나 모르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글로 남겨보기로 했다. 소개팅에서 상대방이 맘에 드는 확률이 낮다. 서로 마음에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소개팅에서 사귀는 커플은 10퍼센트 안팎이며 또 결혼하는 커플은 진짜 하늘이 맺어준 경우다. 맘에 들면다음에 또 다른 데이트를 하자던지, 상대방이 좋아하는 음식 잘하는 집을 아니깐 다음에 같이 가자던지, 다음에 한 번 더 보자는 말을 어쨌든 할 것이고 실행에 옮길 것이다.
물론 여자 측도 상대방이 맘에 들어서 잘해보려고 한 것일 테다. 하지만 미련이 남는 쪽이 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연락해보거나 깔끔히 미련을 버리거나. 한 번이라도 더 만나보겠다고 하면 연락을 할 수도 있지만 사실 그것도 쉽지 않다. 그게 여자 쪽이라면 더욱 더 그렇다. 그래도 나중에 몇 개월 지나그때야 다시 미련이 남는다고 해서 연락하는 것보다 일주일 이내로 연락하는 편이 낫다. 상대방도 오해하지 않게 말이다.
아쉬운 쪽이 움직여야 한다. 한 번이라도 더 만나고 싶다면 연락해서 만나는 방법을 추천한다. 나중에 후회하다 이불 킥하더라도 안 해보고 스토킹하느니 백번 인간적이고 한시름을 덜어주기 때문이다. 아니면 나의 인연이 아니라고 깔끔하게 잊어야 한다. 사실 나의 인연 한 명만 만나면 되는 거지 모두가 나의 인연일 순 없다. 이 경험을 발판 삼아 다음 만남에서 마음에 들면 코인 얘기는 하지 말면 된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내가 관심이 넘친다고 보여주면 된다. 과연 그녀는 어떻게 행동했을까?
근심 가득한 그녀, 이 기회를 발판 삼아 코인 얘기하려면 코인 동아리로 @pixelatelier,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