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언저리 이야기: 전지적 관객 시점
텔레마케터 이수현과 라디오 음악프로그램 PD 권동현은 현실에 있는 것 같지만 존재하지 않는 환상 속의 인물이다. 나는 이 영화를 로맨스판타지물로 분류하고 싶다.
내용이 판타지라는 것이지, 90년대 후반의 서울 환경을 그대로 담아냈다. 이런 영화는 시간이 흘러 다시 보게 되면 영화에 대한 추억과 함께 그 시대를 볼 수 있어 또 다른 발견을 하게 된다.
새롭게 발견한 장면들이라면, 여성의 사회진출과 사회에서 여성이 주는 이미지가 충돌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방송 dj를 통해 굳이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말하게끔 하면서도 그 단어를 더듬게 해서, 거론하되 거북스럽게 만든 장면이 그랬다. 수현을 통해서는 자신의 직업 안에서는 능동적으로 보여주고, 은희를 통해서는 조직의 권력 아래 자기 결정권이 없는 사람으로 보여준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논하자는 게 아니다. 그렇게 따지기 시작하면 뭐, 조선시대는? 고려는? 어쩔 건데?
그런 면에서 현대물은 그 시대를 담아내서 말할 거리가 많아서 좋다.
돌아와서, 지금은 멀티플렉스 영화관도 쉽지 않은 시대에, 영화 접속은 '극장'을 매개로 하고 있다. 두 주인공의 물리적 매개가 '극장'이다. 마치 여인2와 해피앤드가 만나는 유티텔 pc통신이 매개이듯.
우연이 너무 많아 억지스럽기도 하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수현과 동현이 만난 이전으로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피카디리 극장에 상영한 영화 한 편 이상 둘 다 봤을 가능성이 있고, 직장에 다니고 있으니 주말에 봤을 가능성으로 좁혀진다. 그렇게 극장 앞에서, 지하철에서, 레코드판매점에서 마주쳤을지도 모를 우연 말이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판타지물이 맞네.
다시 본 영화 접속에서 이렇게 언저리를 논하고 있는 것만 봐도 영화가 뭘 말하려는지 모르는 거다. 그때나 지금이나 이 영화는 뭘 말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인연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 건가?
이건 또 하나의 언저리 이야기인데, 동현이 수현과 드디어 만나기로 하고 함께 보려 했던 영화가 '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이다. 피카디리 극장 간판 그림에 "아! 넘어가고 싶다!"라는 소품으로 등장한 영화의 카피와 수현의 수줍은 웃음이 겹치는 장면은, 우연이든 의도했든 아주 절묘한 장면으로 꼽고 싶다.
사진출처: 영화 '접속'에서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