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번째 본다면

또 봐도 재밌는 영화

by 달게

정말 볼 영화가 없을 때는 열 번 봤지만, 열한 번을 봐도 좋을 영화를 찾아본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40년), 대부 1(1973), 다이하드(1988, 1990, 1995), 쇼생크의 탈출(1995년), 미션 임파서블 1(1996), 잉글리시 페이션트(1997), 첨밀밀(1997), 플란다스의 개(2000), 본 아이덴티티(2002)부터 제이슨 본(2016)까지, 타짜(2006), 전우치(2009), 밀정(2016)이 있다.


재밌는 영화가 좋은 영화이기는 쉬운데, 좋은 영화가 재밌기는 쉽지 않다. 좋은데 재밌기까지 한 영화 중에 '기생충'을 꼽지만, 반복해서 보게 되는 영화는 또 아니다.


시간이 여유가 있고, 영화에 푹 담가질 수 있는 상황이라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본다. 옛날 영화의 매력은 진정성에 있다. 모든 것을 사람이 직접 해야 했던 시대가 주는 리얼리티 말이다. 리얼리티로 따지자면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따라올 영화가 있을까 싶은데, 낙타를 타고 사막을 달리는 전투 장면은 장관이다. 그러나 당시 촬영 환경에서 유린당한 인권, 영화가 담고 있는 우월주의, 열강 국가의 횡포를 마냥 재밌게, 편하게 볼 수만은 없다. 좋은 영화가 정말 좋은 영화라고 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대부도 다이하드도 마찬가지다. 볼 때마다 감탄과 비판이 추가되는, 욕하면서 보는 영화다.


대부는 전무후무한 범죄, 액션, 누아르의 종합적 걸작이다. 다양한 인물이 이렇게나 많이 등장하면서도 무게중심을 잃지 않고, 집중과 몰입을 주는 영화도 드물다. 최근에 한국이든 할리우드든, 추억의 영화 속에 등장한 배우들이 다시 모여 토크쇼에 출연하고 하던데, 나는 이것은 보고 싶지 않다. 영화가 주는 판타지를 해친다. 배우는 그 영화에서만 존재해야 한다고 본다. 시트콤 프렌즈, 전원일기, 대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제발~


조금 말랑하게 이어 가볼까.

'잉글리시 페이션트'는 랄프 파인스와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가 가장 아름다울 때의 영화라고 생각한다. 거꾸로 영화는 두 배우를 정말 아름답게 만들어줬다. 세계 2차 대전과 사막을 결합했지만, 전쟁의 실상과 사막의 잔인함을 최대한 비껴간 영화다. 비판은 잠시 거둬두고, 이 연인의 사랑은 세계 유일무이하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사랑 이야기가 나온 김에, 첨밀밀을 안 볼 수 없다. 甛蜜蜜(첨밀밀), 달콤하고 달콤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영화는 제목처럼 그렇게 달콤하지는 않다. 오히려 저리고, 목이 메는 영화다. 소군과 이요의 사랑, 이요와 조연의 사랑, 영어선생님과 매춘부의 사랑.... 장만옥과 여명의 아름다운 모습에 푹 빠져있다 보면, 등려군 노래도 가요처럼 들린다.


사랑 타령은 이 정도면 됐고, 킬링타임 용으로 주인공이 고생하는 영화로는 단연코 다이하드가 일등이지 싶다. 브루스 윌리스가 생고생하는 영화다. 다음으로 맷 데이먼이 브루스 윌리스보다는 좀 더 영리하게 생고생하는 본 시리즈, 마지막으로 톰 크루즈의 진짜 사서 고생하는 미션 임파서블이 있겠다. 게으른 욕쟁이 존, 발 빠른 수다쟁이 이던, 과묵한 눈치 백 단 제이슨, 이들이 한 영화에서 만났다면 재밌을 법도 했을 텐데, 존을 더는 볼 수 없을 것 같아 아쉬움이 있다.


타짜는 서사가 재밌고, 전우치는 다양한 캐릭터들의 묘기 대행진이다.

쇼생크 탈출은 세상이 불공정하고 억울하게 돌아간다는 생각이 들 때 보면 속이 뻥 뚫린다.

애국이 필요할 때, 밀정이 답이다. 감동 감화의 영화다. 보고 나면 없던 애국도 생긴다. 송강호의 모든 영화를 통틀어 밀정에서가 나는 제일 멋있다.

마지막은 플란다스의 개다. 진짜 재밌는 영화다.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살인의 추억도, 괴물도, 변희봉과 김뢰하의 영화다.


나는 오늘 잉글리시 페이션트를 열한 번째 꺼내 봤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열한 번째 영화가 궁금하다.


대문사진: 본 아이덴티티, 다이하드, 미션 임파서블 영화 스틸컷 캡처

영화 제목 옆 연도는 제작연도 혹은 한국 개봉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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