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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정 Feb 20. 2019

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

(The Shape of Water, 2017)

사랑하는 마음은 물처럼 흘러 그대에게 간다.
물방울 두 개가 스치듯 만나 하나가 되면, 합쳐졌다는 사실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 것처럼, 두 마음이 흐르고 흘러 운명처럼 만나 합쳐지면, 마치 처음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숨을 쉰다.
어쩌면 우린 떨어져있는 또 하나의 물방울을 찾고 싶어서 불안 해 하는지도 모른다. 과연. 이 세상에 나랑 하나가 되어주는 존재가 있을까, 그 기대감이 희미해질 때쯤, 주인공 엘라이자(샐리 호킨스)에게 특별한 기적이 펼쳐진다.
  
 1962년. 미국과 소련이 우주개발경쟁에 서로 앞서나가려고 하던 시절. 미국 항공우주연구센터에 언어장애를 지닌 엘라이자가 청소부로 일하고 있다. 그녀의 일상은 눈뜨고 잠들 때 까지 침묵이지만, 그녀 곁엔, 그 침묵을 깨주고 파장을 일으키는 친구들이 있다. 업무 동료인 젤다, 그리고 이웃집 화가 자일스.
 이들은, 눈뜨면 새로운 것이 등장하고, 변화, 발전이 펼쳐지는 시대에 소외되어있는 사람들이다. 여성, 흑인, 장애인, 동성애자, 그들이 세상의 시선에 맞서야 하는 건 녹록치가 않다. 주류 백인 남성을 대표하는, 엘라이자와 젤다가 일하는 연구소의 보안책임자 스트릭랜드(마이클 섀넌)는, 성경의 삼손과 델릴라 얘기를 인용하며 뻔뻔하게 훈계 비슷한 얘길 한다. 그 모습은, 마치 성경은 줄줄 외지만 선민사상에 사로잡혀 자신들 외의 모두를 무시했던 바리사이파와 같았다.
  
날카로움을 온몸으로 받아야하는 고된 하루. 그걸 지탱 해 주는 건, 사랑일 것이다. 엘라이자는, 실험실에 온 괴생명체와 교감하기 시작한다. 사랑의 방울이 고요하면서도 세차게 흐르게 된 것이다. 사랑엔 수많은 말이 필요 없다는 게 증명되는 순간이고, 나와 다른 존재여도 사랑을 소통하는 것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두 눈의 세심한 움직임과, 몸짓과, 손짓과, 음악으로 서로의 마음을 느끼고, 무채색에 가깝던 엘라이자는 생기있는 레드를 몸에 지니기 시작한다.
  
하지만, 자신만이 주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보기에 정상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사랑에 빠진 둘을 그냥 두지 않는다. 사람도 동물도 아닌 그 괴생물체를 해부하고 숨통을 끊어놔야 속이 시원한 이들. 겉이 다르니 절대 평화롭게 살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는 왜 생겨난 것일까.
어쩌면, 우리도 누군가에겐 괴물로 보여 질 수 있고, 혹은 주위사람을 괴물 취급하는 편견인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극중 엘라이자가 “나도 말 못하고 소리만 내는데, 나도 괴물이냐”고 던지는 질문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타인을 꺼림칙해하는 모두에게 전하는 말이었을 듯하다.
  
기예르모 델토로 감독은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소감에서 “멕시코에서 자란 나는 미국에서, 유럽에서, 또 여러 지역에서 살아왔다. 영화의 가장 멋진 점은 국경이 없다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방인으로 살아온 그는 영화를 통해 모든 ‘다른’ 시선을 이겨낼 수 있었다. 그런 만큼 영화에 대해 무한 애정을 가진 그의 진심이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에 담겨있다.
  
엘라이자 집 아래에 있는 극장, 그리고, TV에 나오는 영상들, 심지어, 엘라이자가 무대의 주인공이 되는 상상이 펼쳐지며, 사랑에 빠져 있는 둘을 ‘영화’가 감싸 안아주는 것 같다.
영화는 자유이며, 사랑도 영화를 닮아, 그 누구의 눈치 볼 거 없이 마음대로 변주할 수 있는 것!
당신이 꿈꿔왔던 그 모든 걸 뛰어넘는 사랑이 존재한다는 걸,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은 전해주고 있다.
  
놓치면 안 되는 OST ‘You'll Never Know'도, 꼭 조용히 귀 기울여 보시길 바란다.
제 90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감독상, 음악상, 미술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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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뒤 열릴 아카데미 시상식을 기다리며, 작년 수상작에 대해 썼던 글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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