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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정 Dec 17. 2020

사랑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한동안 바빴던 게 마무리되고

일 아니면 원고를 쓰기 싫은 거 뭔지 아시죠

너무 달려서 그런가,

사사로운 글은 무엇이든 간에 안 써지는 거예요

그동안 노트북 작업을 심하게 해서 그런지

어제는 오른쪽 팔이 저리고 목 뒤도 아파서 한의원 치료를 받고(지금도 뻐근)

크리스마스를 일주일 앞두었으니 차분하게 보내보려고요


올해의 프로젝트들을 끝냈고

내년은 또 어떻게 펼쳐질지

프리랜서 방송작가가 가진 불안함이 엄습해오지만

요즘에 하고 있는 성경통독이 정말 큰 힘이 됩니다

바오로딸의 <말씀과 함께> 수첩에 나와있는 통독표대로

매일 정해진 분량의 성경을 읽고, 묵상을 정리해서,

통독 모임 카톡방에 올리고 있는데요

11월 1일부터 시작해서 47일 되었는데,

성경을 오롯이 읽고 거기에 집중하는 시간을 매일 갖는게 정말 좋더라고요~


오늘 통독했던 부분은 사도행전 6장부터 8장인데,

세상에 세상에~ 정말 재밌어요

사도행전은, 예수님 돌아가셨다가 부활하시고 승천하신 뒤

성령강림 후 사도들이 선교하는 모습을 담았는데,

너무나 드라마틱해서 깜짝 놀랐어요

제가 예루살렘 가봤으니까

그 분위기가 더 느껴져서 그런가

예루살렘을 다니는 사도들의 모습이 상상이 되고

잡힐지도 모르는데 이 집 저 집 다니면서 예수님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며,

저도 에너지를 얻는 기분이 들었어요

이래서 말씀이 나를 살리는구나, 싶었죠


오늘 읽은 사도행전 6장에서 8장에는

스테파노 성인이 아주 깔끔하게 창세기와 탈출기를

요약정리해서 설명해주는 부분과 (그러면서 순교하시죠...)

그리고, 사울의 등장 (바오로 사도.. 영화 같았어요)

또 필리포스의 선교 이야기가 이어져요

필리포스가 사마리아 지역에서 선교하고,

주님의 천사가 전해준 말에 따라

가자 지역(남쪽)으로 내려갔는데

거기서 에티오피아의 내시를 만나는 겁니다.

여왕의 재정을 관리할 정도로

직급이 높은 신하였다는데

그런데~~ 짜자잔. 놀랍게도 그가 하느님을 믿는 사람이었요!

아니, 그 시절 아프리카 지역에 어떻게 유일신 사상이 있었을까요?

도대체 이 내시는 어디서 하느님 이야기를 듣고, 믿게 되었을지 넘나 신기하고요,

더 놀라운 건 지금 우리 성당 다니는 사람들도 잘 안 하는 일... ㅎ

앉아서 이사야서를 읽고 있었다는 거죠

그러면서 이사야서 구절을 필리포스에게 풀이해달라고 해요

그랬더니 필리포스가 말을 굉장히 잘했는지, 성령의 작용이었는지 모르겠지만

필리포스의 이야기에 내시가 홀딱 빠져서,

길가에 물이 있으니, 당장 여기서 세례를 받겠다고 하는 거예요

<The Baptism of the Eunuch> (1626), Rembrandt

이렇게 그들이 길을 가다가 물이 있는 곳에 이르자 내시가 말하였다. “여기에 물이 있습니다. 내가 세례를 받는 데에 무슨 장애가 있겠습니까?”

'마음을 다하여 믿으시면 받을 수 있습니다.' 하고 필리포스가 대답하자, '나는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믿습니다.' 하고 그가 말하였다.

그러고 나서 수레를 세우라고 명령하였다. 필리포스와 내시, 두 사람은 물로 내려갔다. 그리고 필리포스가 내시에게 세례를 주었다.

그들이 물에서 올라오자 주님의 성령께서 필리포스를 잡아채듯 데려가셨다. 그래서 내시는 그를 더 이상 보지 못하였지만 기뻐하며 제 갈 길을 갔다.

필리포스는 아스돗에 나타나, 카이사리아에 이르기까지 모든 고을을 두루 다니며 복음을 전하였다.

(사도 8,36-40)




제가 좋아하는 화가 렘브란트가 성경의 이 순간을

훌륭하게 그려놓은 그림 <The Baptism of the Eunuch>을 발견해서

괜히 마음도 벅차고, 안 써지던 글이 써질 정도예요

오늘 읽었던 구절을 그림으로 딱 만나니, 더 마음에 다가오더라고요


제가 오늘의 구절을 읽으며 든 생각은,

'항상 마음의 지향이 하느님께로 향한 사람은

시간 불문 장소 불문 은총을 받는구나'였어요.

길바닥이면 어떻고, 비대면이면 어떤가요

성령이 찾아오셔서 나를 눈뜨게 하는

그 순간, 그 장소가

바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인걸요


요즘 역병이 창궐하여 모든 것에 제약이 생기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는 요즘,

뭐 원래도 제 맘대로 되는 건 없더라고요...(그런데 지금은 더 그런 상황이니까..)

하지만, 항상 모든 촉각, 시선을 예수님께로 두고,

언제 어디서든 은총을 받겠다는 자세를 지니고 있다면,

분명, 모든 것이 가능하신 그분의 사랑이 우리를 찾아오실 겁니다...라고

오늘 성경을 통해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었어요


아무쪼록 모두 이 시기를

조심하며 건강하게 잘 보내어

올해는 아기 예수님 비대면이겠지만. 기쁘게 맞이하기를 기도해요

아기 예수님 때문에 기쁘고 설레는 건

종교와 상관없으니,

많은 분들이 아기 예수님 바라보며

힘들고 지친 마음에 위로를 받고 희망을 얻으시길 바랄게요

그래서, 그 어떤 것도

우리가 은총과 사랑을 가득 받는 걸

막을 수 없음을 깊게 느끼는

그런 크리스마스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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