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사람들은 겉으로 보이는걸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듯합니다.
'가식적'이라고 부를 수 있는 말과 행동은, 그 옛날, 2천 년 전에도 있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유대인들 중 율법학자라 불리는 사람들은, 기득권이었고, 재산이 많은 사람들이었으니, 고대부터 내려오는 의무, 계명, 법칙들을 지키는 게, 마치 목숨을 지키는 것과도 같았고, 지키며 사는 게 가능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물론, 삶의 지침이 되어주는 규율을 지킨다는 건 굉장히 중요합니다. 우리도, 기본적으로 도둑질을 비롯한 범죄 행동을 하는 게 금지되어 있듯이, 사람이 사는 데 있어 도덕적이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건 꼭 필요한 사항이겠죠
하지만, 내가 지킨다고 해서, 그걸 어떠한 이유로 지키지 못하는 사람을 무시하고, 나보다 낮다고 생각하는, '관념'이 문제가 되는 듯합니다.
2천 년 전 유대인 율법학자들은 성전에 십일조를 내고, 세금을 내는 일이 인간의 도리를 다하는 것이라 생각했고, 그걸 못하면 죄인 취급을 했습니다. 경제적으로 가능하다면 당연히 그러한 규율을 지키며 살겠지만, 가난해서 성전세를 어쩔수 없이 내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냥, 죄인이었습니다. 지금 우리 사는 세상과도 비슷하죠? 경제적인 상황이 되지 않아서, 비싼 등록금이 없어서, 루저, 실패한 사람 취급받는 분위기.
그러면서, 나는 이렇게 주어진 걸 모두 지키고, 다 해내고 있으니 깨끗하다고 자부하고 사는 사람들.
과연, 그 속이 깨끗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물론 범죄를 저지르는 건 나쁩니다. 안되죠.
상황이 어려워서 범죄를 저지르는 걸 이해하자는 것이 아니라,
'나는 모든 규율을 너무나 지키고 있고, 나는 모든 혜택을 누리는 게 당연하다'라고 생각하는 그 마음이 깨끗하지 않다는 겁니다. 그래서, '나는 이 정도로 모든 걸 지키고 봉사하고 있으니, 난 대우받아도 돼.' 이런 생각을 하면서, 속으로는 사람을 구분하고 나누고 있다면, 그건 절대로 깨끗하지 않은 거겠죠
그러면서, 과연 나는 오늘 깨끗한가를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먼저 잔 속을 깨끗이 하여라. 그러면 겉도 깨끗해질 것이다(마태 2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