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취향 담은 집으로 출근합니다

by 담아든

문득 돌아보니 성큼 다가와 있던 봄.

나의 봄의 시작은 늘 제일 좋아하는 목련으로 시작된다.


요즘은 매일 나의 작은 베란다로 출근을 한다.

봄을 가장 먼저 맞이한 곳.

햇살이 닿는 자리라 봄을 그리워하던 식물들이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다


아직은 따뜻함을 놓지 못해서

커다란 잔에 가득 부어 들고는

곧장 베란다로 향한다


천천히 조금씩 변하고 있는 나의 곳.

서툴지만 정성 들인 손길로 나를 담아 든 곳.


언제부터인가 하얀빛보다는

조금은 따뜻한 노란빛이 좋아졌다

내가 좋아하는 조명을 탁, 켜고 아침을 시작한다


유난히 할 일이 많았던 3월 말,

모든 일들을 마치고 한숨 돌리는 아침.


따뜻한 얼그레이 차를 우려내고

계절이 훌쩍 들어와 따뜻함이 감싸고 있는 곳에 조용히 자리를 만든다


다른 누구도 아닌 오직 나를 위한 자리.

내가 쉬고, 내가 자라는 그런 곳.

마냥 앉아 조급해할 마음도 없이

그저 앉아있기만 해도 괜찮은 곳.


그래서인지

나는 이곳에 오면

조금 더 나 다운 얼굴을 하게 된다


오늘은 문득 떠오른 생각을 실행해 보기로 했다.

베란다 벽을 만들고 나서

내내 마음에 걸렸던 하얀색의 베란다 문을 아치문으로 만들어보기로 한다.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모든 것이 처음이라 실수투성이라

하루에도 수십 번 고민을 한다.




주문했던 목재가 늦게나마 도착했다.

아치문, 작은 테이블, 액자를 만들고

소파 배치를 바꿨으니 소파들을 이어 줄 작은 테이블도 직접 만들어보려고 한다


아마도 타원과 아치 모양을 주문했더니 조금 늦어졌던 모양이다.


일단 도착한 목재들을 확인하고 스테인 작업을 시작한다



아치로 재단한 것이 과연 괜찮을까 걱정이 많았다

재단하고 주문하기까지 수십 번은 확인하는데,

늘 꼭 실수가 생긴다


베란다를 나의 곳으로 만들면서

내가 제일 많이 하는 일은

나를 용서하는 일.


늘 완전하려고 바둥대는 발걸음을 잠시 내려놓고

조금 늦어도 괜찮고,

조금 부족해도 괜찮고,

어제보다 나아지지 않아도 괜찮다



나의 곳에서는

나를 잘못했다 다그치는 사람이 없다


그저 차 한 잔을 내려놓고

잠시 숨고르고 앉아있으면


마치 누군가가 대신 말해주는 것처럼

괜찮다고,

그럴 수도 있다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붓으로 쓱쓱 칠하다 보면

복잡했던 머리와 마음이

어느새 내려앉는다


용서라는 건

누군가에게 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조용히 건네는 허락이라는 것을.

자꾸만 이곳에서

내 마음이 그렇게 풀어진다.


'왜 그랬을까'라는 대신

'그럴 수도 있겠지'라는 말로

나의 마음을 놓아둔다


무거운 공구를 들어

오늘도 베란다를 나의 곳으로 만들어낸다


머릿속으로 수백 번은 그렸던 아치문이

예쁘게 만들어져서 정말 다행이다


오늘도 나는

이렇게 나의 취향 담은 집을 만든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를 한 번 더 놓아준다.


조금 부족했던 나도

실수했던 나도,

그 순간 최선을 다했던 나였다는 것을

이제는 인정해 주기로 한다.


조금 늦어도

여전히 서툴러도

나를 담아 든 곳에서

여전히 나는 계속 자라고 있는 중이라고.


그리고

다시 살아내고 있는 중이라고.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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