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 유 Aug 02. 2021

훈련병 엄마의 편지

훈련소 입소 4일차

회사에 와서 가방을 뒤지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맞네. 핸드폰!"

잠시 정지해둘까 망설이다가 마음이 내키지 않아 그냥 꺼 두기로 합니다.


핸드폰 없이는 문 밖 한걸음도 나가기 쉽지 않은 요즘. 

핸드폰을 정지해둔다는건,  존재를 잊어버리는 일인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훈련소 끝나면 돌아와 사용할텐데.. 그냥 두자고 마음이 주장합니다.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니 왠지 아이가 옆에 있는 것 같습니다. 

보고 싶을 때 언제든 볼 수 있었던때와 지금의 기분은 달라도 많이 다릅니다.

사람 마음, 하하. 참 간사합니다.


아이의 방에 핸드폰을 얌전히 가져다 둡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아이가 사용하던 해드셋도 챙겨둡니다.

아이의 방을 깔끔하게 정리하지만, 최대한 쓰던 흔적 그대로 두려고 애쓰며 정리합니다.

여기저기 벗어 두고 간 빨래거리를 챙기다가 갑자기 아이 생각에 콧날이 찡합니다. 

이제 겨우 나흘째인데 말입니다.


평소에도 멀리서 대학을 다니는 아이라 항상 떨어져 살았습니다. 그뿐인가요...

고등학교 3년 내내 명절에나 집에 오는 엄한 기숙사 생활을 했습니다.

그렇게 이별을 경험했는데도 도무지 적응되지 않는 이 허한 마음의 정체는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고등학교 3년간 기숙사에 머물렀던 아이는 새벽 6시면 정확히 일어나 매일 하는 일이 있다고 했습니다. 

"고향 앞으로 좌우향우!"

전국에서 모여든 아이들은 선생님의 커다란 방송 구령에 맞춰 

침대에서 내려와 반쯤을 졸린 눈으로 각자의 고향을 향해 방향을 잡았다고 했습니다.

때로는 등을 지고 때로는 얼굴이 부딪혀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제 고향으로 방향을 틀어

부모님을 향해 허리 깊이숙여 반절을 올렸다고 했습니다.

새벽 6시, 아이가 매일 절을 했을 그 시간에 쿨쿨 자고 있었던 엄마는

얘기를 듣고 콧날 시큰 미안했었습니다.

훈련소에 간 지 나흘째. 아이는 오늘 고향 생각을 했을래나요? 

아니, 낯선 환경에 긴장한 나머지 고향 생각 따위는 사치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군에 가기 전, 아이는 허리가 아프다고 통증을 호소했습니다.

혹여 군에 가서 일이 생기면 어쩌나 싶어 서둘러 병원을 다니게 했습니다. 

의사쌤은 자세가 비뚤어져서라고 합니다.  두어달이나 치료를 받았습니다.

아직 어린 나이라서 디스크는 아니라니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생각했습니다. 

카투사에 가서 동기들과 군 생활 잘하고 돌아오는 일을 내내 기대했으니까요.

"훈련 잘 받으면, 자세도 고쳐지고 건강해지는 거잖아. 괜찮아! 괜찮아! 

제대로 훈련받으면 몸도 마음도 더 좋아져! "

입으로는 애써 긍정을 다잡는데 마음은 자꾸 비뚤어져 갑니다.


갑자기 아픈건 아니겠지? 약을 좀 싸서 보낼걸 그랬나? 훈련소에도 의사는 있겠지!

디스크는 아니라고 했는데 뭘!  아픈데 말도 못하고 끙끙대며 참고 있는 건 아닐까? 


남들 모르게 태연한 표정을 지어보고 있지만... 

아! 끝날 줄 모르는 이 걱정의 바다에서 어떻게 빠져나갈지 모르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훈련병 엄마의 편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