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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영희 Mar 07. 2019

100% 요요 보장 지방분해주사, 한약다이어트(경험담)

살은 돈 준다고 빠지는 게 아니었다


10년 전 청바지를 

다시 입다


품으로 파고든 고양이들과 따사로이 고요한 아침을 맞았다. 느긋하게 몸을 일으켜 깨끗하게 씻고 하루를 준비한다. 거울 속의 나는 이제 단단하고 군살이 없다. 10년 넘게 묵은 무거운 살은 넉 달 동안 꾸준히 빠졌다. 오늘도 나는 나를 위한 소박한 만찬을 준비한다.


넉 달간의 여정을 마무리하던 날 허벅지에서 끼어 올라가기를 거부하던 청바지를 다시 입었다. 바짓단을 레트로 스타일로 직접 리폼해서 아끼던 청바지였기에 버리지 않길 잘했다. 바지가 거침없이 허벅지를 스쳐 올라가는 순간 꿈이 아닌가 싶었다. 지퍼를 당겨보니 이게 웬 경사란 말인가, 쓱 올라가더니 거뜬히 잠기고도 넉넉하게 남았다. 


눈부시게 웃는 나는 이제 큼직한 옷으로 가리고 동여매던 그 사람이 아니다. 자취를 감췄던 자신감이 돌아왔다.






한약 다이어트로 

기아 체험하고 요요


슬금슬금 늘어난 몸무게를 알아채지 못하다 느닷없이 깨달았다. 어떤 날은 불룩 튀어나온 뱃살과 서로 밀착되어 딱 붙은 허벅지 살이 내게 존재해서는 안 될 무엇인 것처럼 거부감이 들고 혐오스럽기도 했다. 내 밉상 살들을 볼 때마다 가능한 한 빨리 없애버리고 싶었다. 


나 모르게 내 몸 여기저기 들러붙은 살에 대한 거부감에 나는 경솔한 결정을 해 버린다. 쉽게 살이 빠진다는 말에 현혹되어 잘못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데, 첫 다이어트에 실패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잠시 숨도 고르지 않고 겁도 없이 시술을 받고 만다. 그리하여 6킬로 불어난 몸무게는 그저 전초전일 뿐이었다. 살이 찌면서 아픈 곳이 하나둘 나타났다. 뒷목덜미가 아프고 무릎이 아프고 온종일 피곤했지만 그때 나는 건강 말고 단지 살에 휘둘렸다.  


저녁밥을 굶어도 보고, 한 끼만 먹어 보기도 했지만, 몸무게는 고집스럽게 버티고 내려가지 않았다. 내 몸의 지방이 너무 비대해져 이제 나 혼자서는 도저히 어쩌지 못하게 된 거라는 조바심에 짜증이 치솟았다. 그날 밤 인터넷을 뒤져 참 쉽게도 결정했다. 밤에 결정하고, 다음 날 바로 한의원을 찾아 80만 원 정도의 돈을 망설임도 없이 곧장 결제했다.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례를 사진으로 보여주며 시키는 대로만 하면 쉽게 살이 빠진다는 한의사의 설명이 참으로 믿음직스러웠다. 당장이라도 내 살을 쏙 다 빼줄 것 같았다.


다음날부터 한약 한 봉지와 방울토마토 6알씩을 매 끼니 섭취하며 극단의 기아 체험을 시작한다. 이틀째 되던 날은 한 번도 경험 못 했던 증상이 엄습했다. 당장 죽는 게 아닌가 싶었다. 온몸이 격렬하게 떨리고 오한이 닥치면서 식은땀을 폭우처럼 흘렸다. 털썩 쓰러져 한 시간을 기절 직전의 상태로 벌벌 떨면서 버텼다. 


겨우 기운을 차리고는 다시 매끼 한약 한 봉지와 방울토마토 6알과 참새 모이만큼의 음식으로 걸어 다닐 기운도 없이 현기증을 느끼면서 한 달 반을 버텼다. 결국 4킬로 정도 빠졌다. 한의사에게 칭찬을 듣고 한약 다이어트를 끝냈다. 





한 번 뺀 살은 다시 안 찌는 줄. 

지방분해 주사


이를 악물고 견뎌낸 한약 다이어트로 단기간에 체중이 줄자 만족감이 대단했다. 내 강한 의지를 증명한 것 같아 내심 뿌듯하기도 했다. 줄어든 체중은 사실은 지방이 아니라 수분과 근육이었다는 사실을 그때 나는 몰랐다.


아무튼 마음도 몸도 사뿐사뿐 가벼웠다. 단기간에 목표를 달성하고 나니 세상에 이제 못 할 일이 없는 것만 같았다. 한동안 그렇게 일상이 즐거웠다. 그런데 영문을 알 수 없는 일이 생겼다. 채 석 달이 되기 전에 뺀 살 보다 더 불어나서 생에 처음 60킬로대에 진입하게 되었다. 한 번 뺀 살은 다시 안 찌는 줄 알았다. 완전히 망했다.


이전보다 더 튀어나온 아랫배를 나는 견딜 수가 없었다. 하루아침에 붙은 것이 아닐 텐데 그동안 뱃살이 쌓이고 있던 사실을 의식하지 못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눈엣가시 뱃살을 최대한 빨리 없애고 싶었다. 이번에도 순식간에 결정하고 실행한다.


지난번의 한의원에서 그리 멀지 않은 피부과를 검색으로 찾아냈다. 피부과라 왠지 믿음이 갔다. 지방 분해 주사로 70만 원가량 결제했다. 내 불룩한 배 곳곳에 주삿바늘을 찌르며 의사는 요요가 없다고 조용하고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 신뢰가 가는 목소리와 말투여서 안심이 됐다.


그 후 일주일간 빨간 복어처럼 팅팅 부풀어 오른 배의 불타는 듯 쓰라린 통증을 견뎠다. 부기가 가라앉으면 배가 홀쭉해져 있을 거라는 부푼 기대로 통증은 참을 수 있었다. 결국 배 둘레는 2cm 정도 줄었다. 


지방이 분해되다 말았는지 손가락으로 만져보면 아랫배 곳곳엔 딱딱한 몽우리가 뭉쳐져 있었다. 아랫배 한 곳은 지방이 과도하게 분해되었는지 푹 꺼져 왼쪽과 오른쪽이 짝짝이가 되었다. 몇 년이 지나도 딱딱한 몽우리도 꺼진 부위도 그대로였다. 요요가 없다던 지방 분해 주사를 맞은 후에도 뱃살을 잘만 쪘다.







마흔 넘어  

단단하고 행복하게


조급한 다이어트와 폭식의 일상화로 살이 쭉쭉 쪘다. 높은 중성지방에 이상지질혈증에 공복 혈당도 경계 수치로 나오고 지방간도 있다고 했지만 수치만으로는 사실 실감이 나지 않았다. 통증 증후군으로 원래 힘들던 몸이 한계까지 다다라 위태위태해진 건 좀 문제였다.


작년에는 의지로 버티기엔 아슬아슬한 순간이 많았다. 하루에 몇 번씩 밀려왔던 극한의 피로감과 전신 통증으로 수시로 쓰러지듯 누워서 견뎌야 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데 혼수상태에 빠진 듯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때도 잦았다. 과로에 염증을 일으키는 지방 때문인 게 분명했다.


연달아 2권의 책을 출간하고 잠시 추스른 후에 600쪽이 넘는 워낙 방대한 인생 책을 준비하며 강행군을 하게 되었다. 내 열정과 에너지를 모조리 갈아 넣어 완성한 책이라 그 책을 처음 손에 쥐었을 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울컥한다. 


행복했으나 우여곡절로 고되었던 여섯 달의 여정을 마무리한 순간 만족감이 아니라 우울증이 찾아왔다. 


몸과 마음이 차고 음울한 천근만근 쇳덩이가 되어 심연으로 자꾸 꺼졌다. 축축한 속은 무겁게 공허했고 시리고도 시렸다. 만사가 부질없게 느껴지며 의욕도 기력도 없이 맥이 다 풀린 그 상태는 두 달 내내 이어졌다. 무너진 마음은 좀처럼 일으켜지지 않은 채 아득한 나날을 견뎠다.


한여름 볕이 눈부셔서, 뜨겁고 환해서 그랬던 것 같다. 의욕 소멸의 한가운데서 어느 날 나는 고요하게 결심하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어떻게 그런 결심을 했는지 내게는 작은 기적 같다. 무겁고 축축한 우울을 쨍한 햇볕이 바싹 말려주길 바랐다. 운동하며 채소를 많이 먹어 살이 빠지면 혹시 통증이 사라지지 않을까 의욕이 다시 솟아나지 않을까 간절하게 기대했다. 그런 생각에 아픈 마음이 뭉클했다.


40대의 마지막 4개월을 나는 매일 간소한 식사를 준비하고 소소하게 운동하며 한 발짝 두 발짝 느리지만 견고한 걸음으로 나아갈 힘을 얻었다. 이제부터 단단한 두 다리로 무너지지 않으며 통증을 이겨내며 날씬하고 행복할 것이다.




(좌) 다이어트 3개월째 12kg 감량, (우) 다이어트 4개월째 16kg 감량




건강한 다이어트로 4개월에 16킬로 감량하고 통증 증후군, 우울증, 대사증후군을 극복한 40대의 유쾌한 이야기를 건강 에세이로 엮었습니다.





배부르게 잘 먹으면서 유쾌하게 다이어트!

『소소한 근육과 슬기로운 식사가 필요합니다』

매일 조금씩 습관을 바꾸자 나타나는 잔잔한 기적.


만성 통증 증후군인 섬유근육통을 앓고 있는 저자는 체중이 늘어나면서 대사증후군까지 겹쳐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졌어요. 처음에는 살이 찌면서 외모의 변화로 자신감을 잃고, 결국 건강 악화로 우울증까지 다시 나타났어요. 그러던 작년 여름 운동과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천천히 실천했습니다. 살만 빠찐 게 아니라 이제는 라이프스타일이 바뀌었어요. 잘 먹고 소소하게 운동하며 보낸 4개월의 여정을 유쾌하게, 가끔 뭉클하게 글로 남겼어요.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유용한 정보도 많이 실었어요.








https://www.tumblbug.com/english4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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