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나이와 마음 나이가 다르면 아픕니다.
극한의 허리통증을 겪으면서 깨달은 사실
한 달 넘게 이어지는 날카로운 허리 통증 때문에 일상생활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 아주 가끔, 주로 야근을 많이 할 때, 허리 주변 근육이 뭉쳐서 무겁고 불편하다고 느낀 적은 있지만, 신경이 눌리는 듯한 찌릿한 아픔은 처음입니다. 다리에 힘을 줄 때, 앉거나 누웠다가 일어날 때, 식은땀이 주르륵 날 정도로 아픕니다. 지하철이 덜컹거릴 때마다 허리에 전해지는 진동 때문에 전동차에 서있기도 힘들었습니다. 엉금엉금 기어가는 자세로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의사는 제게 단단히 굳어있는 근육들을 부드럽게 만드는 게 최우선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목, 어깨, 등과 가슴상부의 긴장도를 완화시키고 통증을 줄여주는 치료를 했습니다. 아픈 곳은 허리인데 어깨같이 엉뚱한 데 주사를 놓는 의사가 미덥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치료 후 몇 분 만에 거짓말처럼 허리통증이 호전되었어요. 의사는 통증의 첫 번째 원인은 나쁜 자세이고, 그다음 원인은 목디스크와 말린 어깨, 휘어진 허리에 있는데, 무엇보다도 무슨 일을 하든 온몸에 힘을 주고 긴장하는 습관 때문에 통증이 심화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의사는 제게 예술분야에서 종사하냐고 물었습니다. 예술가들 중에 완벽한 연주를 하려고, 남보다 더 잘 그리려고, 긴장한 상태로 장시간 연습을 하다가 저처럼 온몸이 단단하게 굳어서 병원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혹시 그런 일을 하냐고 묻습니다. 예술은 무슨, 그냥 사무직 직장이라고 하니, 꼭 연주자들의 몸 같다면서, 제게 완벽을 추구하는 성향이 있을 거라고 합니다. 내가? 완벽이라고? 그럴리가.
제가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세속적인 제 기준으로 판단컨대, 아마도 20대에 S대를 갔거나, 지금쯤은 대기업 임원 정도는 되어있거나, 세계평화와 환경보호를 위해 뭐라도 한가닥 하는 정신적으로 한층 더 성숙한 삶을 살고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의 모습은 이중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습니다. 저는 그저 집중할 때 몸을 좀 많이 긴장했고 저의 나쁜 자세가 증세를 악화시킨 것이 분명합니다.
오히려 몸 나이와 마음 나이가 일치되지 않아서 아프다는 남편의 해석이 더 설득력이 있습니다. 50대가 된 것을 인정하지 않고 여전히 40대인 양 몸을 움직여서 여기저기가 많이 많이 아프다는 거죠. 1월 말에 중요한 보고를 위해 1주일을 밤새워 일하고 푹 퍼졌던 게 생각나서 뜨끔했습니다. 후배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 30대 못지않게 50대도 체력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욕심에 무리를 했지요.
남편은 얼른 욕심을 버리고 몸 나이와 마음 나이를 일치시키도록 노력하라고 합니다. 밥도 좀 덜먹고, 일도 좀 살살하고, 운동도 몸 나이에 맞게 조절하라고요. 물론, 자기도 그걸 잘 못하지만 서로 일치시키려는 생각은 늘 가지고 있어야 한다네요. 맛난 음식을 먹다가 불쑥 젓가락을 내려놓는 일이 얼마나 어렵겠어요? 치열한 일터에서 긴장 풀고 일하는 게 가능은 할지요. 그동안 해온 운동패턴이 있는데 무시하고 강도를 줄이는 것도 제겐 도전일 거에요. 남편 말이 참으로 맞고, 이번처럼 눈물 나게 아프지 않으려면 크게 변해야 하는데 솔직히 자신이 없어요.
그래서 묘안을 냈습니다. 부부가 서로에게 잔소리를 퍼붓기로요. 식탁에서 '딱 한 숟가락만 더'가 생각날 때 '멈춰'라고 말하고 팔 붙들기, 야근한다고 할 때 회사 욕을 같이 하면서 뜯어말리기, 집에서 일거리 펼쳐놓으면 서류를 바닥에 내동댕이치기, 일주일 동안 한 운동 종류와 강도에 대해 평가하기 등을 하기로 했어요. 조금은 과격하고 거칠게 서로를 통제해야 하던 대로 하겠다고 고집 피우지 않을 것 같아서 세게 나가보기로 했습니다. 한번 아프고 나니 별일을 다 도모하네요. 얼마나 실천할지 저도 궁금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