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파악 먼저 하고 갈게요

by 그냥사탕

방황을 끝내겠다고 다짐을 한 직후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찾아낸 것들은 헛웃음이 나올 만한 것들이 전부였다. 커피 타먹기, 책 읽기 등등...

실제로 지금 이 글을 쓰기 바로 직전 또 한 봉의 믹스 커피를 타서 모니터 옆에 올려두었다.


'나 진짜 커피 잘 타먹네...'

뭔가 할 수 있는 것들은 정말 많았는데 대단한 재능은 여전히 없었다.




무작정 일어나야 된다는 목적 하나를 가지고 지난 글을 썼다. 그리고 '발행'버튼을 눌러 지르는 행동까지는 했다. 매일 침대와, 거실 바닥과 함께했다. 점차 가라앉는 기분을 끌어올릴 무언가가 필요했었다. 그런데 클릭 한 번이 뭐라고 그 사소한 손가락질 만으로 조금은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때문에 우선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간 무너져 있던 정신의 조각들을 끌어모으는 것이 먼저였다.


지난 일주일간 매일 시간을 정해 집 청소를 했다.

첫날은 15분, 이튿날은 20분. 그다음 날은 30분...

애초에 무언가조차 하지 않던 나를 알았기에 타이머를 최소한으로 잡아 시작했다. 하지만 '매일 조금씩'이란 생각을 갖고 하다 보니 매번 타임 오버의 알람을 듣고서도 더 하고 있는 나를 마주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서 돌아보니 집은 많이 깨끗해졌고, 이제는 타이머 없이 세탁기 돌아가는 1시간에 맞춰서 하게 되었다.


그 외에도 기본 컨디션부터 챙겨야겠다는 생각에 매일 무언가를 꼼지락거리기 시작했다.


1. 30분 이상 청소하기

2. 세탁기/ 건조기 돌리기

3. 집밥 해 먹기

4. 어른책 1권, 아이 책 3권

5. 브런치 글쓰기

6. 읽은 책 독후감 쓰기

7. 매일 15분씩 산책하며 광합성하기


딱 일주일이었다.

간단해 보이는 7가지 일을 매일 했다. 그리고 이렇게 써 놓으니 꼼지락이라는 행동들이 조금 생소하게 여겨졌다. 그간 얼마나 이런 기초활동조차도 힘겨워했는지 알게 된다. 덕분에 스스로 행동한 나 자신에게 기특한 마음까지 들었다. 여전히 현실은 힘겨우나 적어도 할 수 있는 일들을 멈추지 않고 수행하고 있다는 정신에게 칭찬을 해본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어딘가의 커다란 해일이 된다는 말처럼 왜인지 소소한 7가지의 행동들이 나를 일으켜 세우려는 에너지처럼 느껴졌다.


일주일 전 처음 글을 쓸 때 제목을 '꼭대기 층에 살겠습니다'라고 지었다.

누군가는 아파트의 최고층이라 여겼을 테다. 그러나 당시 한창 바닥을 기고 있던 나는 우울감에 찌들어있었다. 나를 이렇게 만든 세상의 무언가가 마치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들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 무언가를 만나보고 싶었다.


정확하고 구체적인 계획도 능력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객기 어린 제목을 덜컥 만들어버렸다. 그런데 말하는 데로 이루어진다고 누가 그랬던가? 청소처럼 별 볼일 없는 일들을 하면서 속에서는 조금씩 따뜻함 보다 진한 덩어리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여전히 현실은 나에게만 차가운데 말이다. 은연중 삼각형의 피라미드를 머릿속에 그려놓고 가장 정점인 꼭짓점에 도달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하지? 무얼 하지?'

틈 나는 대로 촌스러운 질문을 계속 되뇌었다. 여전히 그에 대한 해답은 찾지 못했다. 그렇기에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빈 노트를 가져와 또 한 번의 끄적거림이 시작되었다.

지난주에는 할 수 있는 일을 찾았으니 이번에는 내가 '잘하는 것'과 '못 하는 것'에 대한 내용으로 말이다. 장황하게 설명하기는 했다. 그런데 쉽게 말하면 그냥 내 주제 파악을 먼저 해야 될 것만 같았다. 스스로에 대해 알지 못하면 뭐든 끝내 삽질이 되고 말 일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 백승이다?' 나는 그렇게 거창한 사람이 아니다. 그저 바닥과 가까운 인간이기에 나의 앉을자리를 먼저 찾아보려고 애를 쓰는 중이다.


잘하는 일이 있다면 좋은 것이고, 못 하는 것을 찾으면 보완하면 될 뿐이라는 초 긍정 마인드를 스스로 심어 가고 있는 작업 말이다.


며칠 전 SNS의 릴스를 보다가 김미경 님을 보게 되었다.

한때는 유명한 강사였으며 이제는 초록 검색창에 '기업인'이라고 당당하게 박혀있는 그분. 언제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며, 항상 무언가를 배워나가는 모습에 참 본받고 싶은 분이다. 그런 우상 같은 분이 영상을 통해 또 한 번 나를 찔러준다.


"마음의 길은 하나다.

마음의 길이 내 인생의 길이 된다.

그렇기에 자꾸 마음의 길을 다른 길로 선택하고, 좋은 길을 선택하면 결국 그 길이 내 인생길이 된다."


명언 제조기도 아니면서 나는 왜 이분 말을 들을 때마다 뼈를 맞고 있는지. 어쩌면 내가 내뱉는 평소의 말이 우울한 길로 인도하고 있었는지 점검하게 된다. 때문에 이제는 방향을 조금 틀어야겠다. 지금 내 앞에 놓여있는 노트와 그 위에 쓰여있는 글들을 통해 주제 파악을 하면서 그간 얼마나 부정적인 사람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사람은 생각보다 우매하다.

매년 초에 확고한 의지와 목표들을 휘황찬란하게 작성해 놓고서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어느 날 이미 잊어버리는 것만 보아도 그렇다. 그리고 100번 중 100번은 그 안에 속해있던 나란 사람.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기 위해 증거를 남겨 놓으려 한다. 바로 이곳에.


대단한 작품을 쓸 만한 글빨도 없으나 일주일에 한 번 회사에서 주간 업무 보고를 하는 것처럼 나에 대한 성장을 기록하려고 한다. 아마 엄청 후지고 창피함에 매번 글을 쓸 때마다 얼굴이 벌게질 것이라 확신한다. 그렇게 매주 새로운 흑역사를 쌓아가다 보면 부끄러움을 조금이나마 줄이고자 하는 노력들이 나를 꼭대기층에 인도하고 있을 것이다.


당연하게도 몇 개월 만에 끝나지는 않으리라 알고 있다. 어쩌면 몇 년이 될지 그 이상이 될지도 모른다. 적어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만 확고할 뿐이다. 뻔뻔함을 무릅쓰고 이렇게 흔적을 남기는 이상 부끄러워 그만 두지 못하리라는 안전장치가 필요한 순간이다.

얼마나 삽질을 하고, 얼마나 헤매고 있는지 구경하고 싶은 사람은 앞으로도 꾸준히 읽어 주시길... 다만 열심히 일어나려 애쓰는 사람이기에 욕 대신 응원을 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제 남은 주제 파악 좀 더 해보아야겠다. 그리고 내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선택을 해야 될 것이다. 택시를 타거나 지하철, 버스를 탄다고 해도 어디에 도착하려는 목적지가 있어야 움직일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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