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두줄이었다. 그토록 기다려도 뜨지 않던 두 줄. 내 눈을 의심했다. 마냥 기쁘기만 할 줄 알았는데 망설이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새로 입사한 회사에 출근하기 일주일 전이었다.
면접 때 면접관이 물었다.
“혹시 출산 계획이 있나요?”
노동법을 잘 아는 지인 말로는 면접 때 해서는 안 되는 질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구직이 급한 면접자 중 누가 감히 “잠시만요 선생님, 지금 그 질문은 하시면 안 되는 건데요?”라는 말을 할 배짱이 있겠는가. 에둘러 얼버무리고 무마했는데 첫 출근을 일주일 앞두고 임신테스트기에 두 줄이 뜨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헷갈렸다.
확인을 위해 산부인과에 갔더니 임신 극초기라고 하셨다. 남편은 무척이나 기뻐했다. 우리는 우선 이 사실을 꼭꼭 숨겨두기로 했다. 양가 어른들께는 안정기에 들어서면 알리자. 첫 출근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일단은 새 회사에서 잘 적응해 보자. 요즘같은 저출산 시대에 설마 임신했다고 내쫓기야 하겠냐.
새 회사는 이전 회사에 비해 출근 시간이 두 시간이나 빨랐다. 퇴근시간은 삼십 분 당겨졌을 뿐이었다. 외국계 회사의 유연하고 자율적인 분위기에 익숙해져 있던 나는 국내 대기업의 보수적인 문화가 낯설었다. 설상가상으로 전임자는 퇴사했고 업무 매뉴얼은 없어서 모든 것을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개척해야 했다. 대신 회사에서는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마치 원래 그 자리에 있던 사람처럼.
그리고 이직한 지 일주일 만에 찾아간 산부인과에서 가슴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
“아기집이 보이지 않네요… 이런 것을 화학적 유산이라고도 하는데 아마 곧 생리가 다시 나올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