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이 길이 되려면

김승섭(동아시아)

by 소연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의사였던 작가는 천안교도소에서 공중보건의로 일한 이후,

여러 소외받고 밀려난 사람들의 인권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렇게 지금까지 사회역학자로 활동하며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에 힘을 더하고 있다.



책 가득 삽화처럼 들어가 있는 표들, 그래프들, 숫자를 통한 통계들...

작가는 그 모든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며

자연스레 사회가 질병을 대하는 태도,

빈부와 지위고하가 미치는 질병의 강도와 기간,

강대국의 이기심으로 인해 병들어 가는 50년 전 우리 나라와 지금의 동남아시아를

조용하지만 굉장히 깊은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 주변의, 우리가 잘 알고있는 여러 사건들을 사례로 들며 조분조분 질병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의 화법이 맘에 든다.



나라의 굵직한 사건들서부터 우리는 몰랐던 국가간의 이야기,

그로인해 신체적, 정신적으로 아픔을 겪는 국민들에게

과연 사회는, 나라는

어떻게 대처하고 무엇을 해주어야 하는가?



세상에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참사와 아픔, 슬픔은 곧 사회의 책임이고, 나 역시 사회의 일원, 사회를 이루는 하나의 구성원으로서

결코 그 책임에 예외일 수 없다.



우리는 알아야 한다.

그리고 행동해야 한다.

세심히 살펴야 하고,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나를 위해,

내 아이들을 위해....





우리가 인간의 몸과 질병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그런 점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는 특정한 시대에 특정한 공동체에서 특정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희로애락의 다양한 경험을 하지요. 그 경험들은 태아기의 굶주림처럼 우리가 인지하고 기억하지 못할지라도 몸에 새겨져, 때로는 당뇨병의 원인이 때로는 우울증의 원인이 되어 우리 삶에 끊임없이 영향을 줍니다. 그렇게 오래 전 사회가 남긴 상처가 인간의 몸 속에 남아 있는 것입니다.

-p.44~45 <성인이 되어도 몸에 남겨진 태아의 경험> 중-
그물망처럼 얽힌 여러 원인들로 인해서 사람들이 아프면, 그 그물망을 만든 거미는 무엇이고 누구일까요? 우리는 그 그물망을 엮어낸 역사와 권력과 정치에 대해 물어야 하고, 좀 더 간결하게 말하자면 '질병의 사회적, 정치적 원인'을 탐구해야 한다고 크리거 교수는 말합니다.

-p.58 <당신은 거미를 본 적이 있나요> 중-
노동자들이 해고로 인한 고통을 온전히 감내하도록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국가와 정책입안자의 책무이자 역할이다.

-p.102 <해고 노동자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중-
인터뷰어 : 왜 이런 일을 하나요? 돈 때문은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클랩 교수 : 골리앗에 맞서는 것이지요. 법정에서 노동자들은 보통 이길 수 없습니다.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들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어떤 변호사는 어떤 학자는 그의 편에 서 있어야 합니다.

-p.108 <누군가는 그들 편에 서야 한다> 중-
지금과 같이 가장 위험한 작업을 가장 약한 이들에게 넘기는 외주화가 지속되고 확대된다면, 규제의 손길이 닿지 않는 국내 하청기업의 비정규직 노동자나 인도나 중국의 누군가가 제 2의 황유미, 제2의 이숙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어버린 그들의 상처와 고통을 우리는 인지하지 못할 것입니다.

-p.119 <위험한 일터는 가난한 마을을 향한다> 중-
안전은 포기할 수 없는 가치이고, 소방공무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한국사회의 안전을 최전선에서 묵묵히 지켜왔습니다. 우리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일하는 그들이 피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일하지 않도록 지켜내는 것은 국민인 우리의 몫 아닐까요.

-p.147 <안전을 지키는 사람들, 그들이 아프다> 중-
이제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갑자기 멈추고 어디에선가 연기가 날 때, 승무원의 '가만히 있으라'라는 지시를 따를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모두들 강제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갈 거예요. 그 지시를 따르면 어떻게 되는지 모두 잘 알고 있으니까요. 또다시 어디에선가 배가 침몰했을 때, 아무런 이득을 바라지 않고 물속으로 뛰어드는 민간잠수사는 이제 없을 거예요. 그렇게 자신의 생명을 내놓고 사람의 목숨을 구하면,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모두 잘 알고 있으니까요. 세월호 참사 이후 지난 2년 동안 우리는 매일매일 그렇게 교육을 받았습니다. 한국사회는 재난 이후 매일매일 퇴보했습니다.

-p.161 <재난은 기록되어야 한다> 중-
저는 세월호 생존 학생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기 전, 한국에서 발생했던 여러 참사들에서 살아남은 이들에 대한 기록을 찾아봤습니다. 그런데 놀라울 만큼 기록이라 할 만한 게 없었어요. 간혹 발견되는 신문 말고는 그 참사로부터 살아남은 이들이 감당해야 했던 시간에 대해 알 길이 없었습니다.

아픔이 기록되지 않았으니 대책이 있을 리도 없었겠지요. 그 참사의 원인을 제공했던 국가는 그 아픔을 개개인에게 넘긴 채, 계속 정권이 바뀌며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세월호 참사마저 그렇게 보내고 나면, 우리에게 공동체라고 부르는 무엇인가가 영영 사라져버리지는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기록되지 않은 역사는 기억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기억되지 않은 참사는 반복되기 마련입니다. 세월호 참사까지 기록 없이 이렇게 지나간 사건으로 남겨둘 수는 없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이 참사의 연쇄 고리를 끊었던 사건으로 기억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p.166~167 <재난은 기록되어야 한다> 중-
고통은 근본적으로 개인적인 것입니다. 타인의 고통을 나눈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고통이 사회구조적 폭력에서 기인했을 때, 공동체는 그 고통의 원인을 해부하고 사회적 고통을 사회적으로 치유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트라우마에 대한 사회적 인식 공유를 통해, 명예회복-보상-처벌을 거쳐 사회관계 회복개선"으로 나아가는 사회적 치유작업이 함께 되어야 합니다.

-p.176~177 <사회적 고통을 사회적으로 치유하려면> 중-
일본의 경우, 쓰나미 등 대형 재난을 겪은 지역에는 정부가 여러 지원을 수행하지만, 누구도 그 내용을 입에 올리지 않고 언론도 보도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원 내역을 국민과 공유하는 것이 당사자에게 도움되는 특수 상황이 아니라면 재난 당사자가 애도하고 치유에 집중하도록 사회가 침묵해야 한다. 그게 한 사회의 감수성이고 실력이다.

-p.184-
갈등을 대하는 자세가 한 사회의 실력이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에서 정부는 갈등을 더 부추겼다. 유가족과 생존 학생 가족을 나누고, 피해자와 국민을 떼어냈다. 우리 사회 역시 그 골을 좁히지 못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안 된다.

-p.188-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당부할게요. 상처받는 거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여러 활동을 하다 보면, 내가 '상대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우리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로부터도 분명히 상처를 받는 일이 생길 거예요. 그리고 '우리 편'에게서 받는 상처가 훨씬 더 아플 수도 있어요. 많이 힘들겠지만, 그 상처로 인해서 도망가지 말고, 그것에 대해 꼭 주변 사람들과 용기를 내서 함께 터놓고 이야기하고 자신의 경험으로 간직하세요. 상처르르 준 사람은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서 성찰하지 않아요. 하지만 상처를 받은 사람은 자신의 경험을 자꾸 되새김질을 하고 자신이 왜 상처받았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해야 하잖아요. 아프니까, 그래서 희망은 항상 상처를 받은 사람들에게 있어요. 진짜예요.

-p.304~305-
어떤 사람들은 프로이트를 인용하면서 인간이 하는 모든 행동은 결국 자신의 욕망을 만족시키기 위해 이기심을 채우는 일에 불과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해요. 하지만 그것이 어떻게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우리 결국에는 이기심을 뛰어넘는 삶을 살아보도록 해요. 저도 열심히 노력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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