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레드 호세이니/왕은철 역(현대문학)
지구상의 많고 많은 사람들이 인종에 따라 나뉘고, 혈통에 따라 나뉘고, 성별에 따라 나뉘고, 종교에 따라 나뉘고, 이념에 따라 나뉘고.......
인간은 왜 자꾸 서로 다른 걸 찾아내고, 편을 가를까?
전쟁이 한참인 시대가 있었다.
어느 두 나라만의 전쟁이 아닌, 전 세계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고 내몰리던 시대가 있었다.
대부분의 전쟁은,
전 세계를 들었다 놓을 수 있는 강대국들의 탐욕에서 부터 시작된다.
적게는 몇 천 명, 많게는 몇백만명의 목숨은 소위 도발자(강대국)들의 이익과 맞바꿔진다.
시대는 변하고, 사람들의 의식도 변화하지만,
여전히 변치 않고 오히려 퇴보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프가니스탄.....
그들의 전쟁은 조금 달랐다.
종교로 인해 13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끊임없이 분란이 있었던 곳,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중간 지점에 위치해 역사적으로 수없이 많은 빼앗김과 되찾음을 반복하던 곳,
여느 이슬람국가보다 개방적이어서 빨리 발전을 이루었던 곳,
그러나 빨리 발전한 만큼 빨리 흔들리고 퇴보해 버린 곳.....
그곳의 전쟁은 종교로 시작해 이념으로 극대화 되었다.
그러는 동안 아프간의 여성들의 삶은 가장 진보적인 이슬람여성에서 가장 비참하고 억압받는 이슬람 여성으로 바뀌어버렸다.
남자가 없으면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설 수 없는 그녀들은
나름의 방법으로 삶을 살고, 나름의 방법으로 저항해 나간다.
책 속의 두 여인, 마리암과 라일라는
아프간 여성의 두 모습이다.
가슴 속 열망을 억누르며 현실에 순응해 살아가는 마리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환경에서도 좌절치 않고
천천히 자신의 뜻을 행동으로 옮겨 나가는 라일라.....
두 여인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아프간을 살아간다.
하지만, 둘 다 아프간을 사랑했고,
나름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 살았다.
비록 여성을, 자신을 벌레보다 못한 존재로 취급했다 하더라도
그녀들은 그녀의 조국을 사랑했다.
오랜만에 밤을 새워 책을 읽었다.
뒷 내용이 너무 궁금해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덕분에 560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책을 단 3일만에 다 읽을 수 있었다.
그렇게 휘리릭 읽은 책의 여운은 한달이 가까워 지는 지금까지도 진하게 남아있다.
지금도 몇몇 곳에서는 전쟁이 진행중이다.
아프간 역시 전쟁이 완전히 종식되었다 하긴 어렵다.
여전히 다름을 찾아내어 총부리를 겨누고, 폭탄을 퍼붓는 나라들과
호시탐탐 전쟁의 타이밍을 재고 있는 나라들 사이에서
또다시 죽어나가고, 억압받게 될 어린이, 노약자, 여인들,....
그리고 전쟁의 한가운데서 희생될 수많은 사람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전쟁인가.......
그들의 머릿속에
따뜻한 오후의 차 한 잔과 눈부신 햇살, 귓가에 울리는 새소리와 돌담 모퉁이에 피어난 들꽃의 향기가 느껴지기를....
종교와 이념, 성별과 인종이 개개인의 자유롭고 행복한 삶보다 우선일 수 없음을 깨닫게 되기를....
"내 딸아, 이제 이걸 알아야 한다. 잘 기억해둬라. 북쪽을 가리키는 나침반 바늘처럼, 남자는 언제나 여자를 향해 손가락질을 한단다. 언제나 말이다. 그걸 명심해라, 마리암."
-p.15-
하늘에는 양배추 모양의 회색 구름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잘릴은 구름이 회색인 이유가 위쪽에서 햇볕을 흡수하여 아래로 그림자를 드리우기 때문이라고 얘기해줬었다. "구름의 어두운 배를 네가 보고 있는거지."
-p.45-
마리암은 소파에 누워 무릎 사이에 손을 넣고 눈발이 날리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나나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나나는 눈송이 하나하나가 이 세상 어딘가에서 고통 받고 있는 여자의 한숨이라고 했었다. 그 모든 한숨이 하늘로 올라가 구름이 되어 작은 눈송이로 나뉘어 아래에 있는 사람들 위로 소리 없이 내리는 거라고 했었다.
"그래서 눈은 우리 같은 여자들이 어떻게 고통당하는지를 생각나게 해주는 거다. 우리에게 닥치는 모든 걸 우리는 소리 없이 견디잖니."
나나는 이렇게 말했었다.
-p.125-
라일라는 이렇게 물었었다.
"아빠도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아요?"
바비는 셔츠 가장자리로 안경을 닦으며 말했었다.
"나한테 그건 난센스야. 아주 위험하기까지 한 난센스지. 나는 타지크족, 너는 파쉬툰족, 저 남자는 하자라족, 저 여자는 우즈베크족, 이러한 것들이 난센스지. 우리는 모두 아프간이야. 그것만이 중요한 거야. 하지만 하나의 집단이 나머지 집단들을 그렇게 오랫동안 지배하게 되면 문제가 생기지. 모욕감도 생기고 적대감도 생기고 말이다. 늘 그랬단다."
-p.176~177-
"젊은 친구들, 저게 우리나라의 역사라네. 끝없이 반복되는 침략의 역사지. 마케도니아인들, 사산 왕조의 사람들, 아랍인들, 몽골인들. 이제는 소련인들이지. 하지만 우리는 저기에 있는 벽과 같다네. 부서지고, 쳐다봐야 아름다울 것도 없건만, 아직도 저렇게 서 있지 않은가. 그렇지 않은가요, 바다르(어르신)?"
-p.198-
그녀는 쓸모없는 존재였고, 세상에 태어난 것만으로도 불쌍하고 유감스러운 일이었다. 그녀는 잡초였다. 그러나 그녀는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은 사람으로서 세상을 떠나고 있었다. 그녀의 친구이자 벗이자 보호자로서 세상을 떠나고 있었다. 어머니가 되어, 드디어 중요한 사람이 되어 이 세상을 떠나고 있었다. 마리암은 이렇게 죽는 것이 그리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 나쁜 건 아니었다. 이건 적법하지 않게 시작된 삶에 대한 적법한 결말이었다.
-p.505~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