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한 사람

by 소연

나는 말입니다.

참 피곤한 사람입니다.

나와 너, 너와 우리, 우리와 그들, 그들과 그들, 수없이 만나게 되는 관계에 온갖 레이더를 바짝 세우고, 감지하고, 고민하고, 애쓰는 사람입니다. 두피를 뒤덮은 것이 머리칼인지 더듬이인지 모르겠습니다. 그가 항상 말합니다. “너 그거 병이야.” 그런가요? 저는 병에 걸린걸까요? 이것이 병이라면 치료가 가능하긴 할까요?

그래서인지모르겠습니다.

자꾸자꾸 관계를 정리하게 됩니다. 천성이 그런지라 큰 사건 없이는 단호하게 끊거나 차단치 못하지만, 조금씩 마음을 비우고, 상대에 대한 온도가 자연스레 식게끔 내버려 둡니다. 그렇게 무소식이 희소식인 듯 살아가다 보면 내 사람은 남고, 아닌 사람은 서서히 잊혀지더군요.

그렇게 하면 피곤함이 가시냐구요?

그러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피곤을 감지하는 레이더는 이내 감지 대상을 타인에서 나로 돌리더군요. 나의 어떤 버릇, 성격, 특정한 습관, 아쉬운 능력 등등 더욱 세밀하고 예민하게 피곤을 유발하곤 합니다. 이쯤 되니 정말 병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는군요. 그것도 아주 심각한…….


조용한 시골살이를 그려봅니다. 입가에 미소가 살짝 번집니다. 나를 아는 이가 없는 곳에서의 호젓한 삶을 상상해봅니다. 가슴이 살짝 두근하기도 합니다. 아, 나는 운전을 못하지? 두근하던 마음이 조금 가라앉습니다. 아, 나는 게으르지? 입가의 미소가 사그러듭니다. 이렇게 용기가 없어서야……. 까짓거 그냥 한 번 해보는 거지 하는 용기는 심장 뒤에 숨어 박동 박자에 맞춰 고개를 들었다 떨궜다 반복합니다.

어떻게 하면 바짝 솟은 레이더를 가라앉힐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수십만, 수천만개의 더듬이를 쉬게 할 수 있을까요? 너는 너이고, 나는 나이고, 그러거나 말거나, 저러거나 말거나 하는 단단한 생각의 갑옷을 마음에 입힐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이거 보세요. 이 잠깐 순간에도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가잖습니까?


나는 말입니다.

참 피곤하게 사는 사람입니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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