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선의

조금의 배려

어제 오후에 있었던 일이 하루가 지나도록 마음에 남아 있다.

산다는 것 늘 크고 작은 문제들의 연속이고, 어떻게든 해결하며 살아야 하는데 어려운 문제를 부딪힐 때 많이 흔들리는 것 같다.

어제는 상가 매물을 구하기 위해 부동산에 들어갔다.

원하는 지역을 둘러보다 부동산 간판을 보고 가볍게 문을 열었다.


“이 근처 먹자골목 인근으로 10평 이하, 저렴한 월세 1층 상가를 구하고 있어요.

대로변이 아니어도 되니 가성비 좋은 상가로 추천해 주실 곳 알려주시겠어요?”

“어떤 가게를 차리시려는 거예요?”

“조건에 맞는 상가를 찾으면 아이템은 맞춰 보려고 해요.

무인매장도 생각 중이고, 중고등학생이 좋아하는 간식류도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 제가 창업이 처음이라 작은 규모로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


짧은 대화가 오갔다.

이 중 무엇이 잘못되었던 것일까?

가성비 좋은 상가를 원했던 것일까? 창업은 처음이라 섣불리 이야기한 것일까?


부동산 소장은 사뭇 진지하고, 장엄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금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좋은 자리가 떠올라 추천드립니다.

제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세요.

이면이지만 코너 상가이고, 옆 가게가 중고등학생들이 좋아하는 음료를 파는 곳인데 사장님이 장사를 잘하셔서 큰 시너지가 날 것 같아요. 다만 내부공간이 작아 아직 남아있는 것이지 무척 좋은 자리입니다 “


위치를 자세히 여쭤보니 이미 알고 있던 매물이었고, 3개월 전부터 나와있던 매물이었다. 더구나 내가 알고 있는 권리금과 월세보다 많이 높은 금액으로 이야기했다.

이상한 기분이 들긴 했지만 혹시나 싶어 이야기를 이어갔다.

“제가 알기로는 말씀하신 월세보다 저렴하게 나와있었던 것 같은데, 확인해 주시겠어요?

잠시 컴퓨터로 확인하더니 맞다고, 임차인이 바뀌면 10만 원 정도 올릴 예정이라 이야기했다.

알겠다고 이야기하고 부동산을 나와 네이버 상가매물을 검색해 보니 내 기억이 맞았다. 권리금은 무시하더라도, 무려 30%나 낮은 월세로 올라와 있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전세사기가 떠올랐다.

빌라의 시세를 잘 모르는 사회초년생에게 빌라의 매매가보다 비싸게 전세를 놓아 빌라가 경매에 넘어가면서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건 말이다.

생각해 보면 신혼 시절 전세를 구할 때 비슷한 빌라 물건을 소개받은 적이 있었다. 계약을 할까 싶어 해맑게 이것저것 여쭤보니 그 물건은 안될 것 같다며 우리 부부를 되돌려 보냈다.


사람은 당연하게도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살고, 약한 상대는 언제든 공격의 대상이 된다. 결국 나를 지키는 방법은 스스로 단단해지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어제의 일이 마음에 걸렸나 보다.

치열하고, 각박한 세상이지만, 조금의 배려는 남아있기를, 아주 작은 선의가 존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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