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로망

아담하고, 소박하게

“나 작업실이 너무 갖고 싶어, ”

“작업실에서 무슨 작업을 할 계획이야?”


우리 부부는 일주일에 한 번, 2시간가량 달콤한 산책을 즐긴다.

제법 긴 시간이기에 산책 중 나누는 대화 속에는 서로의 진심이 담겨있다.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하던 중, 작업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공식적으로 작업실이 필요한 작가 대열에 오른 것도 아니니 꺼내기 어려웠는데, 점심에 마신 반주 덕분에 용기가 났다.

남편은 진지한 표정으로 나에게 되물었다. 질문한 이유를 충분히 이해한다.


하나뿐인 아들이 학교를 가고, 남편이 회사를 가면 우리 집은 온전히 나만의 공간이 된다.

모든 상황과 여건이 갖춰진 완벽한 작업실이다.

작업실이 생기면 하고 싶은 모든 것을 이곳에서 할 수 있다.

특별히 집중이 더 필요하다면 근처 카페에 가도 된다.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쫓기듯 떠밀려 살 던 시절에는 스스로를 잘 알지 못했다.

혼자만의 사간이 생기고부터 알아가기 시작했고, 이제 제법 알게 되었다.

나는 시각적인 자극에 매우 민감한 사람이다.

집은 가족들의 다양한 물건들로 채워져 있고, 그것들은 자기만의 색을 갖고 있다.

다양한 위치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뒤엉켜있다.

무질서하고, 복잡함이 때로는 스트레스가 된다.


아담하고, 소박한 작업실을 갖고 싶다.

그곳에는 온통 좋아하는 것들로만 채우고 싶다.

아이보리색 바닥과 베이지 색 벽지, 나뭇잎 색인 그린색 커튼을 달 것이다.

나무 테이블을 한가운데 두고, 창밖을 볼 수 있도록 의자를 두고 싶다.

무슨 작업을 해도 공간의 부족함이 없도록 큰 테이블을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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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벽에는 다양한 수채화물감, 색연필 오일파스텔 등 미술 도구들을 두어 언제든 쉽게 꺼낼 수 있도록 하고 싶다.

다른 벽에는 오븐과 베이킹용품, 재료를 두고 좋아하는 마카롱, 베이글, 에그타르트를 잔뜩 만들어야지.

때로는 테이블에 앉아 아이패드로 가볍게 그림을 그리고, 글쓰기도 매일 하고 싶다.

가죽공예를 배워 작은 지갑을 만들고, 담백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민화도. 가구 만드는 것도 배워서 작업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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