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필요한 시간은 5분

어쩌면 3분

살면서 이렇게 재미없게 느껴지는 이사는 처음이었다.

나에게 이사는 ‘여행’이라 생각할 만큼 설레고, 즐거운 계획이다.

하지만 좋아하는 서울을 떠나야 하는 것도 별로고, 방이 4개인 넓은 곳에서 24평으로 가는 것도 별로다. 게다가 오래된 구축 아파트 꼭대기층이라 춥고, 더울 것도 걱정이었다.


끝도 없이 물건을 정리하고, 버리고 왔지만 이사가 끝나자 바닥에는 빈 공간이 보이지 않을 만큼 짐으로 가득 찼다. 정리할 마음도, 엄두도 나지 않아 그냥 두기로 했다.

밤을 새더라도 물건을 정리하고, 가구배치를 끝내는 성격이지만 말이다.

남편과 나, 아들은 자려고 침대에 누웠다. 비록 지금이 한겨울이라 해도 너무 심한 찬바람이 들어왔다.

“혹시 어디 창문이 열려있는 거 아니야?”

“그런 것 같은데…”

방마다 창문을 확인했지만 모두 닫혀있었다.

전에 살던 분이 두 달전쯤 이사를 갔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


일주일쯤 지났을 때였다.

외출 후 집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는 탔는데, 하얗고 귀여운 남자아이가 “안녕하세요”하며, 배꼽인사를 했다. 너무나 예의 바르게 인사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엄마 미소가 지어졌다.

나는 맨 꼭대기 층인 20층을 눌렀고, 그 아이는 19층을 눌렀다.

“혹시 1901호에 사니?”

“네, 거기 살아요”

“그래? 아줌마는 2001호인데, 우리 아들도 초등학생이야. 놀러 오렴!”

엘리베이터가 1층에서 20층을 올라가는 동안 우리는 짧은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한 달쯤 흘렀다.

아파트 분리수거 요일인 ‘화요일’, 드디어 엘리베이터 19층을 누르는 여자 어른을 만났다. 19층까지 올라가는 동안 서로의 연락처를 공유했다.

약속을 잡았고,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들은 초등학교 4학년 동갑이었고, 같은 반은 아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자주 마추지니 자연스럽게 같이 등교를 하게 되었고, 휴일에는 서로의 집을 오가며 놀게 되었다.


“언니! 감자볶음 했는데 드실래요? “

“와! 좋아하는 반찬인데 받아도 될까?”

잠시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은 후 5분 뒤 다시 메시지가 왔다.

“문 손잡이에 걸어두었어요!~맛있게 드세요!~”

우리는 언제든 5분이면 만나는 사이다.

계단을 한층 걸어 내려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동네 카페에 가서 차를 마신다.

동갑 남자아이를 키우는 마음, 비슷한 경제 사정, 공감 가는 관심사를 나누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올해 5학년이 된 아이들은 신기하게도 같은 반이 되었다.

아이들은 지난해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

함께 학교 숙제를 하기도 하고, 서로의 집 책장 속 책을 돌려보며 서명을 하기도 한다.

늦은 밤에도 걱정없이 가벼운 산책을 즐긴다. 계단을 후루룩 내려가 “너 지금 놀 수 있어?” 묻고, 가끔 화장실이 열려 있을 때 들리는 아이의 목소리에 아들과 나는 웃음을 짓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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