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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터릴리 Jun 16. 2024

배우는 사람에게 질문은 어렵다, 하지만

교심덕 | 교육심리덕후 교사 


  워터릴리 : 10년 차 초등교사이자 현재 대학원에서 교육심리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교육심리학으로 교실 현장을 이해하고 개선하는 데 관심이 많은 교육심리덕후, 교심덕입니다.

 

 "틀리는 건 괜찮아. 배우기 위해서 우리는 학교에 오는 거지." '

  학급 담임을 할 때 학기 초에 아이들에게 '틀리면 괜찮아'라는 책을 읽어주고 용기를 심어주려고 이 말을 꽤 자주 했다. 그리고 나 자신이 그 말을 하는 데에 당당했다. 하지만 대학원 수업을 들으면서 학생이 질문한다는 것이 그렇게 쉽고 당연한 게 아니라는 걸 느끼는 중이다. 교수님이 "모르는 거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세요."라고 말하는데 그 말이 부담으로 느껴지고 궁금한 게 있어도 몇 번이나 검토하고 어렵게 질문하는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3학기 째 다니고 있는 대학원, 교수님들은 항상 질문을 권장하하고 분위기를 편하게 만들어주시려 노력하신다. 내가 교실에서 그러는 것처럼. 하지만 나의 성향의 영향도 있으나... 학생으로서의 발표와 질문을 대하는 나의 마음은 그렇지 않다. 얘들아, 선생님도 이제 너네 마음을 알 것 같아.  



 2010년 서울에서 G20 서울 정상회의가 열렸을 때 폐막식에서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의 연설 다음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을 받았는데 아무도 질문을 하지 않았다. 결국에 오랜 침묵 끝에 중국 기자에게 발언권이 주어졌다.  이를 두고 한국의 주입식 교육 때문이라며 자성의 목소리가 매우 컸었다. 하지만 요즘 학교 분위기는 많이 바뀌었고, 주입식 교육이 100%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학생들이 질문하기 어려울 정도로 권위주위적인 교실 분위기는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왜 질문하기가 어려울까?


  개인 내적 요인 중 하나로 완벽주의가 있다. 높은 기준을 유지하려는 성향으로 종종 실수를 피하고자 하는 과도한 두려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완벽주의에도 두 가지 유형이 있는데 하나는 적응적 완벽주의로 높은 기준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래도 긍정적인 형태의  완벽주의다. 이들은 목표 달성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질문과 그에 따른 피드백을 수단으로써 적극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질문의 어려움과 더 큰 관련 있는 것은 나머지 한 유형인 부적응적 완벽주의다. 부적응적 완벽주의는 비현실적으로 높은 기준을 세우고 이를 달성했을 때 심한 자책과 스트레스를 느끼는 부정적인 형태의 완벽주의로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자기비판이 잦고 타인 평가에 민감하다. 질문을 어려워한다면, 적응적 완벽주의보다는 부적응적 완벽주의 성향이 높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정도의 차이지만 누구나 이런 완벽주의를 가지고 있고, 이는 질문을 방해한다.


 교실 환경의 측면에서는 교실의 목표 구조라는 원인을 생각할 수 있다. 교실 목표 구조는 교실 내에서 학습과 성취에 대한 공동의 기대가 형성되는 방식을 의미한다. "우리 반에서 학습은 이러한 거야" 하는 공동의 인식이다. 이 역시 크게 수행 목표 구조와 숙달 목표 구조로 나뉜다. 수행 목표 구조는 학생들이 자신의 능력을 다른 사람에게 증명하는 데 중점을 두는 환경을 설명한다. 그러다 보니 점수, 성적, 인정, 칭찬 등이 중요한 학습 동기로 작용한다. 이와 다르게 숙달 목표 구조에서는 학생이 학습을 마스터하는 데 중점을 두기 때문에 학습 숙달을 위해서는 실수, 지속적인 노력 등이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실수에 따른 부정적인 피드백도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된다면, 그 과정으로서 의미 있게 여겨진다. 수행 목표 구조보다는 숙달 목표 구조에서 학생들이 질문과 그에 따른 피드백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Ann E.Barron과 Kathryn M.Wentzel의 2009년 연구에서 교실 목표 구조가 다양한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학생들의 질문 활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발견했다. 구체적으로 적응적 완벽주의 특성을 가진 학생들이 숙달 목표 구조 교실에서 질문을 더 많이 하며 부적응적 완벽주의는 수행 목표 구조에서 질문을 주저하는 경향이 더욱 강해졌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더 편하게 질문을 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방법들을 쓸 수 있다. 여기에는 내가 학생으로 질문을 편하게 할 수 있었던 수업의 특징도 포함되어 있다.




어떻게 하면 질문을 할까?


 첫째, 질문하는 행동 자체를 격려한다. 특히 학생들이 어릴수록 효과적인데, 3학년 영어 수업 시간에 한 학생이 "선생님, 이 단어 sit가 자동차 시트예요?"라는 질문을 했다. 단순한 질문이지만, sit과 seat의 단어를 구별해서 익힐 수 있는 좋은 질문을 해줬다고 폭풍 칭찬을 해줬다. 그랬더니 주변 학생들도 "i는 [i] 소리가 나는 거 아니에요? 여기서는 왜 다른 소리가 나요?" 등 다양한 질문을 더 적극적으로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학기 초에 질문에 대한 칭찬으로 질문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팍팍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부적응적 완벽주의를 가진 학생들도 질문과 피드백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통해 스스로 실수를 허용하고, 질문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둘째, 질문이 있는지 자주 물어본다, 특히 웃으면서. "질문 있나요?"라는 질문을 하면 반응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질문을 주기적으로 해야 한다. 일부 학생의 경우, 그때부터 내가 이해가 잘 안 되는 게 있었나 다시 한번 배운 내용을 검토해 본다. 그러면서 사소하지만 이해가 잘 안 된 것을 질문하는 한 학생이 나오고, 그 영향으로 다른 질문이 연쇄적으로 나오기도 한다. 또 나의 경우 약간 소극적이라 선생님이 엄격한 표정이 아닌, 웃고 있어야 질문을 할 용기가 상대적으로 났다. 말로는 질문하라고  하면서 표정이 굳어있다면 학생은 언어와 비언어 내용의 부조화로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언어뿐 아니라 비언어적으로도 질문을 환영한다는 것을 나타내야 학생들이 그 제안을 진실하게 수용하고 더 편하게 질문할 가능성이  높다.


 셋째, 교실 목표 구조와 연관하여 명확한 학습 목표를 설정한다. 수업 내용이 많이 어려운 경우, 질문할 게 너무 많아서 질문할 거리를 못 찾기도 한다. 수업 초기에, 중간중간 명확한 학습 목표를 상기시켜야 학습 목표에 비추어 봤을 때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갑자기 take의 과거형 동사가 뭔지  궁금할 수 도 있지만 그렇게 따지면 궁금한 게 너무 많고 개인적인 호기심 해결로 끝날 수 있다. 하지만  아픈 곳이 어디인지 묻고 답하는 학습 목표를 인지하고 있다면 아픈 곳을 묻는 표현 "what's wrong?"에는 왜 the가 없고 "what's the problem?"에는 the가 있는지가 궁금해서 질문할 수 있고 이는 많은 학생들에게도 동시에 의미 있는 학습 과정이 될 수 있다.




 질문은 적극적으로 수업을 참여하는 한 방식이자 교사와 학생의 수업을 소재로 한 상호작용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한다면, 왜 모르는 데도 질문을 안 하지? 하고 답답하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런 생각에서 그치기보다는 질문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보고 그에 따른 해결책을 실행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교사 자체가 다른 배움 과정에서 질문을 직접 해보고 부정적인 피드백,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아보고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경험을 해보아야 아이들에게도 질문을 진심으로  권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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