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가진 각자의 낭만에 대해서
덕질이라고 하면 취향이나 좋아하는 취미 등을 포함할 수 있겠죠. 사실 요즘 덕질을 하지 않는 사람을 찾는 게 더 어려운 일이 아닐까 싶어요. 누구나 한 가지 정도는 좋아하는 분야, 사람, 취미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어디서 본 말이었는데요, 남들은 이걸 나만큼 하지 않는다고?라고 생각이 든다면 그건 내 취미가 맞다고 해요. 저 같은 경우, 야구와 좋아하는 밴드의 공연을 가고, 그들의 음악을 듣는 걸 좋아합니다.
언젠가 제가 좋아하는 것들의 공통점을 생각해 봤었는데요. 두 가지 모두 어딘가 가슴이 뿌듯해지는 낭만이 있고, 그 안에서 제가 덕질하는 사람들은 꼭 외강내강의 느낌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겉뿌리도, 속살도 단단하고 촘촘한 사람들, 그래서 빛나려 애쓰지 않아도 빛나는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것이 그들에게서 낭만을 이끌어내지 않나 느꼈습니다.
요즘 시대에 와서 ‘낭만’이라는 두 글자는 너무 자주 쓰여 사실은 조금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한자 풀이 그대로 보면 허무맹랑하게 들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내게는 낭만인 것이 누군가에겐 낭비가 될 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왜 제가 야구장이나 공연장, 페스티벌을 찾아다니게 되었는지, 그곳에서 낭만을 느꼈는지 떠올려보니, 사실 비타민 D의 광합성이 잘 되어서일 수도 있겠습니다.(ㅋㅋ)
그렇지만 사랑은 내가 열을 가졌을 때 일곱 여덟을 떼어주는 게 아니라, 비로소 열 하나가 되었을 때 기꺼이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시간과 관심을 들여서 가게 되는 이유는 그곳에 내 낭만이 있고, 되돌려 받지 않아도 되는 애정을 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봤어요. ”응원한다 “, ”지지한다 “는 말을 표현하기 위해 내 시간을 내어 그곳으로 갑니다. 그리고 사실 그렇게 큰 의미를 두지 않기도 합니다. 그냥 가고 싶으니까요. 아마 야구장에 자주 오시는 분들도 비슷한 생각이실 겁니다. 애증이라고 할 수도 있고, ”내가 아니면 누가 응원하냐 “라고 하실 수도 있겠죠(ㅎㅎ) 참 낭만적인 마음의 씀씀이 같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외강내강의 사람들에 대해 좀 더 얘기해 보면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듣거나 보면, 건강한 육체 안에 더 단단한 정신이 자리 잡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설령 그것이 척이라 해도, 그런 티를 내지 못하는 저보다는 훨씬 단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그런 뿌리까지 단단한 사람을 보면, 단순히 ”와, 멋있다 “라고 생각하게 되어서 좋아요. 지혜로운 말을 할 때도 ”그렇지 “ 하는 반응이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나는 왜 저 사람답지 못할까 하는 못난 생각은 접어두게 됩니다. 오히려 저보다 어림에도 이미 심지굳은 그들의 모습에서 삶의 자세를 배우기도 합니다.
그들은 나의 어떤 조언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이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응원과 감사를 보냅니다. 저와 같이 야구를 좋아하는 친한 친구가 그런 말을 했었어요. 순위와 그날그날의 승패를 떠나서, 그저 본인이 좋아하는 야구를 열심히 그리고 잘해주었을 뿐인데 그게 내 인생에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고맙다고요. 저도 너무나 공감하는 이야기였어요. 그래서 내 마음을 주는 일에 거창하게 기꺼이라는 수식어를 달아봅니다.
특별한 취향이 나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것도 이제는 깨달았어요. 나는 사실 이러이러한 것들을 좋아해, 하고 열거하는 일들이 그렇게 쿨 해 보이지 않더라고요. 이런 고백이 닿지 않더라도, 내가 주는 사랑을 되돌려 받지 않아도 기쁩니다. 내가 무언가에 관심과 애정을 쏟아냈다는 모습은 내 마음속에 남아서 나를 이루어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단단한 그들을 좋아하며 함께 단단해지는 제 마음이 뿌듯하고 좋았어요. 그리고 사실은, 한때 제 방황을 책임져 준 것에 대해 많이 고마웠어요. 그 취미와 또 그들을 좋아하는 일만으로도 온전히 내가 될 수 있었다는 감각이 좋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삶 속 순간에 행복이 더 오래 머무를 수 있기를, 잠시나마 기도할 수 있는 이 순간 또한 행복합니다. 겨울의 저는 조금 더 서둘러 봄과 여름이 오기를 바랐었는데, 어쩌면 늘 그 순간순간의 계절을 잘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행하는 노래 가사처럼, 하루 뒤 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기 위해서는 내가 더 삶을 열심히 다뤄야겠지요. 이 좋은 것들을 나만 못 즐기면 억울하잖아요(ㅋㅋ)
그렇기에 다들 좋아하는 것을 오래도록 좋아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새로운 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