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낭만을 선물할게
무작정 용기를 내버리고 내 입을 떠났으니 편해지는 말이 아니라, 서로가 확신을 가졌을 때, 서로를 알 만큼 알 때 하는 것이 아닐까? 사랑은 받고 싶을 때가 아니라 나눌 수 있을 때 하는 거라고 하잖아. 껍데기가 아닌 알맹이를 이제야 너라는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을 때 하는 거라고 생각도 들어.
어릴 때엔 장미가 가득 피어 있는 정원이 근거 없이 부러웠거든. 근데 막상 거기에 오라고 초대장을 대뜸 내밀면 생각이 많아질 것 같아. 나도 내 정원에 있는 수선화에게, 능소화에게, 그리고 제비꽃에도 가끔 물을 줄 시간이 필요한데 말이야. 그래도 내 정원에 나비가 놀러 오는 일은 행복한 일이다. 막고 싶지도 않고.
그렇기에 너만의 우주에 돌아갈 그날도 생각하면서, 그럼에도 우리가 손을 맞잡았으면 하는 마음이면 좋겠어. 내가 몰랐던 세계를 알게 되는 건 늘 즐거우니까, 내게 기꺼이 알려줄 수 있으면 좋겠어. 팔레트 위에 물감을 섞어놓고 보니 또 예쁜 색을 발견해 버리듯이.
마음으로 들어서는 문 앞에 서서 미안하지만 여기부터는 출입 금지예요 경고를 했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 사람은 홍수처럼 쏟아지는 꽃의 무리와 함께 들이닥쳤다. 정말 한 순간에 일어나는 일이다. 나는 취향이라 이름 붙인 자물쇠를 놓치고는 분홍빛 바닷속에 빠져버렸던 거 같다.
더 이상 내 가슴속 배경에 분홍색 페인트를 부었다고 불평하지 않겠다. 사실 칠하고 보니 썩 내 맘에 드는 예쁜 색이다. 대신 나도 당신 배경을 핑크빛으로 칠해버리고 싶다. 아주 조금씩, 천천히, 그리고 구석구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