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를 시작한지도 어림잡아 1년이 되었다. 처음 독서를 시작했을 때는 정해진 독서법이 따로 존재하지 않았기에 손에 잡히는 책, 눈에 띄는 책, 마음에 드는 책들을 골라잡아 읽어나갔다. 어느 하루, 적막으로 채워진 나만의 공간에서 조용히 독서를 해나가다 문득 공허함과 두려움이 엄습했다. 그것은 내가 처한 상황, 즉 현실에서부터 투영된 감정이었는데 간략히 설명하면 이렇다. 번듯하게 다니던 대기업을 ‘나 자신에 대해 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 하나로 과감히 퇴사를 하고 그 상태를 유지해오고 있다고 해야할까. 저 창문 너머로 치열하게 살아나가는 사람들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사회 부적응자에 가까운 의미이려나. 아마 지독한 고독이라는 요소도 그 뚜렷한 대조에 한몫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렇듯 어둠의 감정들은 예상치 않게, 그리고 아주 갑작스럽게 찾아오곤 했다.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무섭지가 않았다. 오히려 덤덤히 받아들인다고 해야하나, 아니면 헤쳐나갈 수 있다는 생각마저 들 때도 있었다. ‘책’이라는 존재가 하나의 촛불이 되어 그 어둠을 밀어내고 있었다. 오히려 무서워하는 쪽은 어둠이었다. 예전의 나였다면 지금쯤 삶의 역류에 휩쓸려 구석의 어딘가에 내동댕이 쳐져 기나긴 회복의 기간을 가져야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용케도 잘 버텨주고 있다니, 어디서 그러한 변화가 찾아왔을까. 나는 조금 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삶을 더욱더 사랑하고, 하루를 온전히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내 심장에, 내 핏속에, 내 영혼의 깊숙한 곳에 책의 자양분들이 살아 숨쉬고 있기 때문일까? 나도 정확히 그것을 표현해낼 수 없지만 아주 미세하고 힘 있는 무언가가 어렴풋이 느껴질 뿐이다. 조금의 사색과 고뇌가 동반된 독서만으로도 이 정도의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그렇지만 요즘 들어 느낀 것이 있다면 독서도 나름 원칙과 방향성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것이다. 여태껏 탐독한 독서법, 글쓰기와 관련된 책들을 통해 기초적인 틀을 잡아보았다. 그것이 가져올 결과는 아직 모르지만 말이다.
우선, 기존에 지켜오던 천천히 읽는 습관은 유지하기로 했다. 처음엔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꾸준한 독서로 지식이 쌓이고 문장을 보는 연습을 통해 언젠간 속독이 가능하리라고. 하지만 오히려 읽는 속도는 갈수록 느려졌다.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문장의 아름다움을 인식하고 더욱 음미하게 되었다. 길을 가다 아름답게 피어있는 꽃을 보고 눈길이 가듯이. 그리고 생각을 하게 만드는 구절을 직면할 때면 잠깐 멈춰서 사색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그 순간은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몽글하게 피어올랐을 때를 의미한다. 이 상황에서라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하고 또 행동했을까, 뭔가 기묘하고도 심오한 문장으로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전에는 좀체 이해할 수 없었는데 이제는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방대한 양을 단숨에 소화해 내는 것보다 느리면서도 확실하게 해나가는 것이 내 기질상 맞는 것 같다.
그 이외에 추가되는 것들이 있는데, 그것은 경험을 바탕으로 탄생한 결론들이다. 확실히 잡고 가야 할 것들을 모호하게 방치해 버린 점이나 저자의 생각을 받아들이는데 깊이를 더해주는 보조 장치들을 더해주었다.
첫 번째는 독서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감상문 작성이라 할 수 있다. 긴 시간과 노력을 들여 한 권의 책을 완독하고 나면 한 권을 정복했다는 성취감과 다른 책을 읽어야 한다는 조급함과 설렘이 샘솟아 가장 기초적인 작업을 계속 외면해왔다. 그러다 보니 그 당시 느꼈던 감정과 생각들은 한순간 피어오르는 연기처럼 형태를 갖추었다 곧,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책의 흐름과 내용은 제대로 질서를 잡지 못하고 미래의 나와 소통할 연결고리마저 앗아가는 역할을 되풀이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짤막한 기록을 남겨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보고자 한다.
다음으로는 사전 찾기를 들 수 있다. 평소 모르는 단어가 등장하면 문맥의 흐름을 통해 어림짐작 유추하고 넘어갔었다. 하지만 종종 그 추론은 어긋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러한 어긋남이 추후에 큰 반작용으로 찾아왔다. 그것은 오독의 큰 핵심으로 작용해 결국엔 내용의 이해를 반감시키거나 흐름을 아예 끊어버렸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사전 찾기를 통해 어긋난 부분을 교정하고 어휘력을 넓혀 나갈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구상해 낸 것은 바로 독서 토론이다. 혼자로서는 책에 담긴 의미를 더욱 다채롭게 도출해내는 데에 한계가 있기도 하고, 때론 자기만의 틀에 맞춰 해석하다 보니 편협된 시각을 가질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을 보완해 줄 수 있는게 바로 ‘토론’이다. 서로 다른 생각의 충돌은 저자의 생각에 접근해 나가는 것을 더욱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 그렇게 책의 의미가 한층 더 복합적이고 입체적으로 해석이 되면서 다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만들어 준다. 결론적으론 나의 가치관과 생각을 더욱 유연하게 만들어 주었다고 보면 되겠다.
나름대로 독서법에 대한 재정비를 거쳤지만, 아직까진 서툴고 모난 부분이 많은 것 같다. 꾸준히 다듬고 정성을 들이다보면 나중엔 내가 원하는 형태에 근접해 있을 거라 믿는다.
ps.
무엇보다 나는 독서를 사랑한다.
다른 이들의 고귀한 생각과 인생을 들여다보는 것 만큼 경이로운게 있을까.
그렇기에 오늘도 나는 책을 펴고,
조용하게 책장을 넘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