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자를 팔자

by 노란고구마


값나가 보이는 포장지로

그럴듯하게 꾸며서

한정판이라고 크게 적어

프리미엄을 붙이고


살아보니 꽤 괜찮더라는

혹하는 후기를 남겨서

이 팔자를 팔아보려 합니다

반품은 절대 불가합니다


이미 싫증 나도록 겪었으니

이 지겨운 팔자를 팔고

어떤 새로운 팔자를 살지

행복한 장바구니를 담는 중


문득 사줄 사람은 있을까

수십억 명이 사는 시장에

누구 하나쯤은 이 팔자를

기어코 갖고 싶지 않을까


그래도 결국 안 팔리면

조금씩 할인도 해보고

거저 내어줄까 하다가도

막상 내놓고 보니


구석구석 묻은 손때가

나름 근사해 보이는 게

욕심인지 미련인지 모를

자꾸만 망설여지는 마음



이전 29화혼자서 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