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난 가로등

by 노란고구마


밤새 내리던 비에 젖은 아스팔트 냄새

차도에서 거칠게 울리는 클랙슨 소리

네 번째 손가락에 꽉 끼어 있는 반지

오롯이 나를 비추듯 스포트라이트처럼 켜진

가로등이 불안하게 흔들리더니 깜박거린다


깜박 한 번

저 횡단보도 앞에서 눈이 마주쳤고

깜박 두 번

저 벤치에 앉아 처음 손을 잡았고

깜박 세 번

저 정류장에서 따뜻이 안아주었고

깜박 네 번

저 카페에서 반지를 선물 받았고

깜박 다섯 번

저 집에서 장밋빛 미래를 약속했고

깜박 깜박 깜박이다가

기어코 사라져버린 불빛


다시 켜지지 않는 가로등을 따라서

방금 이별한 현실에 눈을 감아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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